•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네 달 동안 어디까지 왔나
    [인천공항 사람⑤] 지연되는 논의
        2017년 09월 25일 11:19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정규직 전환 발표 후 약 4개월 만에 열린 첫 노·사·전문가 회의

    얼마 못 왔다. 그래도 희망을 버릴 순 없다. 얼마 못 온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살펴보려고 한다.

    대통령 방문이 5/12일, 첫 노·사·전문가 회의가 진행된 것이 8월 31일이다. 노·사·전문가 회의는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면서 각 현장에서 노측, 사측, 노동계 전문가로 구성하는 회의체를 만들도록 했고, 각 단위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 회의를 통해서 진행하도록 하면서 구성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노·사·전 회의 구성 문제를 논의한 것은 7월 초부터였다. 이때 문제가 된 것은 노측 인원 구성이었다. 인천공항공사 사측이 구성한 좋은 일자리 추진 자문단은 일찌감치 5(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3(한국노총 현장 노조), 2(무상급 노조)로 제안한 상태였다.

    그렇지만 인원수만 보면 논란을 빚을 당시 우리 지부는 약 3300명, 한국노총 측 기업노조 3개 합쳐 약 340여 명, 무상급 노조가 약 300명 정도다.

    인원 비율로만 보면 우리가 월등할 뿐 아니라 산별노조로서 다른 기업노조들과 비교해서 논의에 참여하는 무게감, 영향력 차이는 더 컸다. 이때, 한국노총 측은 자기들도 우리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와 동수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은 인원수와 영향력이 월등한데 왜 5:3:2안으로 양보했냐고 불만이었다.

    노측 대표단 참가자에 대해서 공사가 ‘정치 색깔 빼자’?

    이 상황에서 우리 지부가 532안을 수용한 것은 논의가 빨리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노총 측은 동수 주장을 굽히지 않다가 8월 중순이 넘어서야 532안을 수용했다. 언론들은 한국노총 측 ‘양보’로 노·사·전 회의가 진행되게 되었다고 했다. 532안으로 빨리 논의를 시작하자고 우리 지부 간부들이 1인 시위도 했지만 말이다. 뭐 좋다. 논의가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노·사·전문가 회의 빠른 진행 촉구하는 인천공항지역지부 1인시위 (8월 9일)

    이제 본격적으로 정규직 전환 방안을 논의할 줄 알았는데 인천공항공사가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노·사·전 회의에 우리 측 대표단은 현장 ‘근로자’로만 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상급단체(엄밀하게 공공운수노조는 산별노조이며 같은 노조이지 상급단체가 아니다) 배제는 ‘정치색깔을 빼자는 취지’라고 했다.

    기업노조도 아니고 산별노조인 인천공항지역지부 특성을 모르는 인천공항공사가 왜 이런 억지 주장을 했을까. 게다가 대표로 누가 들어갈지는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인데도 그랬다.

    우리는 이미 공사 측이 운영 중이던 자문단에 참여하던 공공운수노조 정책 담당자가 참여하는 선에서 나머지 대표는 현장 간부들로 구성했다. 일종의 양보인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빨리 논의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제공하라는 자료를 4회 회의 하는 동안 거부

    8월 31일 첫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때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대부분 회의 운영 형식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리 지부는 첫 회의에서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인천공항공사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용역별 정규직 전환 대상 인원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이 자료는 고용노동부가 언론 해명자료에서 실태조사 결과는 각 현장별 노·사·전 회의가 운영되면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한 자료였다.

    인천공항공사는 본회의 2회, 실무회의 2회 동안 이 기본이 되는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다가 9월 21일 진행된 3차 실무회의에서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진행하는 정규직 전환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발표를 9월 중 노·사·전 회의에서 하겠다는 것은 인천공항공사가 첫 노·사·전 회의를 진행할 때 약속한 것이다.

    사측 연구용역 중간 발표 약속 이행도 불투명

    9월 27일, 즉 다음 주 수요일 진행하는 노·사·전 3차 회의는 9월 중 진행하는 마지막 회의다. 그런데 인천공항공사는 이번에는 중간발표 준비가 아직 안됐다고 한다. 만약 다음 주 중간 결과 발표를 안 하면 노·사·전 회의는 추석 연휴 때문에 10월을 훌쩍 넘겨서 열릴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천공항 노·사·전 회의는 연내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 빨리 논의해야 하고 가장 중요한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서 총 6회 회의를 하는 동안 논의를 못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 지부는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기다릴 수 없었다. 9월 21일 우리 노조 측 의뢰로 연구를 진행하던 연구팀은 노조의 정규직 전환 방안을 먼저 발표한 이유도 이것이다.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완벽하게 준비가 되었기 때문에 발표를 먼저 한 것이 아니다.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의뢰한 연구용역 발표 토론회 (9월 21일)

    우리 노조 측 정규직 전환 방안의 주된 흐름은 직접고용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언론을 통해서 ‘공사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자회사를 운운하지 말고 자회사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있다면 공개하고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없지 않을 것이다. 첫 모델이라는 부담도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이해할 수 있는 이유는 우리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밀어불일 생각 없으면 빨리 제대로 논의 시작해야 한다.

    이렇게 논의가 지연되면 노동자들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당사자들과 충분한 논의가 안 되고 결국 시기가 촉박하다는 이유로 연말에 밀어붙이기식 정규직 전환이 되는 시나리오 말이다.

    물론 인천공항공사는 일방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전환 방식을 가지고 논쟁하고 토론하고 때론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그보다 훨씬 심각한 것은 논의 없이 논쟁 없이 기존에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와 간접고용 노동자들을 대하던 방식 그대로 일방적으로 진행할 때의 혼란과 현장의 거부다.

    세상은 바뀌었는데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면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동의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설사 그런 방식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내년부터 발생할 후유증 극복은 어려울 것이다.

    최대한 많은 노동자들이 동의한 내용을 가지고 가야 노동자들 입장에서‘내가 한 결정’에 대해서 열어놓고 논의하고 후유증 극복에 함께 할 것이다. 억지로 떠넘겨지면 인천공항공사를 비난할 뿐이다.

    다시 한 번 인천공항공사에 호소한다. 시간은 누구 편도 아니다. 그냥 흐를 뿐이다. 본격적인 논의를 제대로 빨리 시작하자.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