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유엔서 ‘평화’ 강조했지만
미 “완전 파괴” vs 북 “초강경 대응”
"분단국가 대통령에 평화는 삶의 소명, 역사적 책무”
    2017년 09월 22일 11:4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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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로 악화되고 있는 한반도 위기 국면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평화’에 방점을 찍었다. 북한에는 불가역적인 핵 포기를 호소하는가 하면, 미국 등 국제사회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적 해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 21일(현지시각)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쟁의 기억과 상처는 뚜렷해지고 평화를 갈망하는 심장은 고통스럽게 박동치는 곳이 2017년 9월 오늘의 한반도”라며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북한이 스스로 평화의 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북한이 유엔헌장의 의무와 약속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음에도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타국을 적대하는 정책을 버리고 핵무기를 검증 가능하게, 그리고 불가역적으로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 만큼 자칫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한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핵 문제에 있어 평화의 해법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유엔 연설에 대해 보수야당을 포함한 국내 정치권의 평가는 긍정적인 편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북 제재와 대화 압박 통한 북한 비핵화라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한반도 평화의 길로 나가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또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UN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한 것은 기존 6자 회담 틀의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다자주의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호평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핵전쟁이 발생하면 1차적 피해를 입는 직접 당사자로서는 평화를 더 많이 얘기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는 할 이야기를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병국 바른정당 전 대표 또한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인터뷰에서 “고뇌에 찬 연설로 받아들였다”며 “유엔 제재에 강력하게 동참하고 이끌면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하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을 했다. 큰 무리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등은 한반도 위기 상황에서 ‘평화’를 강조한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핵무장을 포기시키기 위해 군사적 옵션까지도 검토하고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국제현실에 유독 문 대통령만 지금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며 “여전히 대화와 평화 구걸타령에 저는 대단히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대표적 다자외교 무대인 유엔총회에 무난히 데뷔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지만,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당장의 생존을 위협하는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대화만을 고집하는 문 정부의 노선에서는 위기 상황을 타파할 방안을 찾기 힘들다”고 밝혔다.

“북한 완전 파괴” vs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검토”
문재인, 평화 언급했지만 북한과 미국의 갈등은 더욱 격화

문 대통령이 이 연설에서 30차례나 ‘평화’를 언급하며 강조했지만, 북미는 연일 공격적 언사를 주고 받으며 한반도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문 대통령의 연설 이틀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 완전파괴’ 발언을 해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지나치게 긴장을 격화시키거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사실상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발언을 겨냥한 것이었다.

예상대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괴’ 발언에 강경 대응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이날 직접 국무위원장 위원장 김정은 명의의 성명을 내고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고 맞섰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국제사회를 향한 성명을 낸 것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서는 없었던 유례 없는 일로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미 합중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과 관련하여 성명을 발표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전날 당중앙위원회 청사에서 발표한 성명 내용을 보도했다.

김정은은 성명에서 “트럼프가 세계의 면전에서 나와 국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모욕하며 우리 공화국을 없애겠다는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심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국가와 인민의 존엄과 명예, 그리고 나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우리 공화국의 절멸을 줴친(떠든) 미국 통수권자의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면서 “트럼프가 그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발언이다.

그는 “나는 그래도 세계 최대의 공식 외교무대인 것만큼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가 이전처럼 자기 사무실에서 즉흥적으로 아무 말이나 내뱉던 것과는 다소 구별되는 틀에 박힌 준비된 발언이나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집권자는 정세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발언은 고사하고 우리 국가의 ‘완전 파괴’라는 역대 그 어느 미국 대통령에게서도 들어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무지막지한 미치광이 나발을 불어댔다”고 격분했다.

이어 “대통령으로 올라앉아 세계의 모든 나라를 위협·공갈하며 세상을 여느 때 없이 소란하게 만들고 있는 트럼프는 한 나라의 무력을 틀어쥔 최고통수권자로서 부적격하다”며 “그는 분명 정치인이 아니라 불장난을 즐기는 불망나니, 깡패임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정은은 “미국 집권자의 발언은 나를 놀래우거나 멈춰 세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이 옳았으며 끝까지 가야 할 길임을 확증해주었다”며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며 군사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1일(현지시간) 저녁 맨해튼 호텔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성명에 대해 “어떤 조치가 되겠는지는 우리 (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께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면서도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태평양 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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