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또 탄도미사일 발사
    문재인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 불가능”
    자유·바른 "전술핵 배치" 반복...민주 “효용성 없어”
        2017년 09월 15일 03: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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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결의안이 나온 지 이틀만인 15일 사거리 3천700여㎞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는 대화도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진정한 대화의 길로 나올 수밖에 없도록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한층 더 옥죄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중대한 위협으로 이를 엄중히 규탄하고 분노한다”며 “북한은 도발을 지속하고 빈도와 강도를 높일수록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에 따른 몰락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또한 “정부는 도발을 좌시하지 않고 북한을 변화시킬 단호하고 실효적인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보호하고 무력 도발 시 즉각 응징해 위협을 제거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우리에게는 북한의 도발을 조기에 분쇄하고 북한을 재기불능으로 만들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외교부는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안보리 결의의 철저한 이행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달라”며 “정부는 자체 군사력은 물론 연합방위 능력으로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철저하게 방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이날 발표한 ‘정부 성명’에서 “또 다시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일 뿐만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 국제 평화와 안전에 대한 매우 심대하고 엄중한 도전으로서, 정부는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것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진정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모한 도발을 즉각 멈추고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여야는 정부의 대북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보수야당들은 문재인 정부에 전술핵 재배치를 보다 강하게 압박하는 한편, 여당은 전술핵 재배치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억제하는 데에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부 주장, 북한과 똑같아…핵무장만이 살길” 색깔론
    바른정당 “문재인은 지지자 버려라”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편승

    자유한국당은 국내외적으로 전술핵 재배치를 위한 정치 공세를 높이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미국을 방문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공식 요청하는 한편, 전술핵 재배치 국민보고대회를 개최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문재인 정부 들어 폭죽놀이 하듯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다”며 “북한 스스로 북핵의 목적을 적화통일용이라고 발표하고 있음에도, 5천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하는 대통령은 북핵을 체제보장용이라고 한다”며 “현재 북한이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며 색깔론을 폈다.

    그러면서 “우리가 살 길은 핵무장을 통해서 남북 핵 균형을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전술핵 배치를 제외하고 어떻게 북한의 핵을 막을 것인지 분명한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10월 4일은 10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한 날이다. 10월 4일 남북선언 10주년을 두고 항간에는 남북회담을 추진한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며 “과연 이런 10·4 남북선언 10주년을 앞두고 국제사회와는 거꾸로 가면서 전술핵 배치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는 것이 이런 남북대화와 연계되지 않기를 저는 바란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선 반대 입장이었던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발 맞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북한의 무모함과 만행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고 이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는 통탄스러운 지경”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수많은 전문가와 미국, 대다수 국민이 요구하는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어제 미국과 인터뷰에서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는 엇박자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안보 무능을 넘어 안보 포기”라고 비난했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한미FTA(자유무역협정)와 해외파병 결정 과정에서 국익을 우선 고려했을 뿐 지지자들을 따르지 않았다”며 “지지자들을 과감히 버려라. 지지자들을 버리면 온 국민이 지지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국민의당은 전술핵에 대해 직접적으로 거론하진 않고 있지만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의 대책’, ‘비핵화 정책의 한계’를 거론하며 우회적으로 보수야당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논평을 내고 “우리가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얘기할 때 북한은 미사일로 화답한 것”이라며 “더 이상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손 수석대변인은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이 ‘레드라인’이라던 ‘핵탄두를 장착한 ICBM 완성’도 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비핵화를 전제로 했던 대북 정책이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한이 실제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의 대책을 포함, 즉시 근본적인 대북정책 변경을 검토해야 한다”며 “더 이상 북핵 위기에 대한 희망과 현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전술핵 재배치, 매우 아마추어적인 발상”
    자유한국당 미국 방문엔 “사대외교, 코리아패싱 부추기는 행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도 전술핵 재배치가 해법이 될 순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것에 대해 “사대외교”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무모한 도발이 정치외교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면서도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전술핵은 군사적으로 효용성이 낮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핵 억제’의 관점에서 봐도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미국이 한국에서 전술핵을 감축한 이유가 군사기술의 발전으로 전략핵의 정확도가 향상되어 굳이 전술핵을 배치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추 대표는 “우리가 전술핵 배치를 하는데 위협을 느껴, 북이 핵개발을 포기할 리 만무하다”면서 “전술핵 카드로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자는 것도 매우 아마추어적인 발상이다. 실현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사드’논란 때보다도 더 큰 한중, 한러 관계의 악영향을 가져올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방미 중인 것과 관련해선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연기한 장본인들이 미국정부에 전술핵 배치 요청을 하러 가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은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당이라면 자신들의 생각을 국내에서 공론화시키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 무턱대고 미국부터 가는 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사대외교”라며 “‘코리아패싱’ 운운하던 사람들이 스스로 우리 정부를 패싱하는, 오히려 ‘코리아패싱’을 부추기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추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한반도 비핵화의 원칙을 부정하는 전술핵 배치 주장을 철회하고, 사대외교, 국론분열, 국익저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타국가의 영공을 지나치는 미사일 발사는 전쟁을 재촉하는 행동일 뿐이며, 주변국가들의 군비경쟁을 촉발시킨다는 점에서 북한이 원하는 체제안정은 더욱 요원해질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과정을 떠나 북한은 어서 빨리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대화의 장으로 걸어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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