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운행감시원 미배치,
    내가 진정과 고발 한 이유
    [철도이야기] "안전 다 지키면서 어떻게 일을 하냐?"는 현실 바꿔야
    By 유균
        2017년 09월 15일 10:1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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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운행감시원이란, 철도직원이 궤도에서 보수나 점검을 할 때 열차와 접촉,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서 감시 역할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전남본부를 상대로 열차감시원 미배치 건으로 2번 진정, 2번 고발하여 현재 계류 중입니다. 1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었으며 이제 대면 진술만 남아 있는데, 가만히 지난 일을 생각하니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초등학생도 판단할 수 있는 상식적인 일을,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실행시키기 위하여 고발해야 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갑갑합니다.

    진정은 차치하고, 첫 번째 고발 후 노동부에서 진술하고 자료를 제출하니 다음 날 전남본부에서 이미 내용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이상해서 확인하니 노동부에서 바로 전남본부에 알려줬더군요. 그래서 두 명이 일하는데, 한 명은 열차감시 했고 다른 한 명은 작업했다고 안전처에서 먼저 불러 조사한 뒤 경위서를 작성해서 노동부에 제출하여 결국 ‘무혐의’ 처리 되었습니다. 그것이 안전처에서 한 일입니다.

    열차운행감시원 없이 보수작업을 하는 모습(사진=필자)

    두 번째 고발은 직접 채증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그 일은 열차감시원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로칼관제원에게 열차가 접근하면 알려주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전기처에서는 ‘선임장이 열차감시원이 필요한지 아닌지 알아서 판단한다.’ 는 식으로 책임을 전가시킵니다. 현실이 이러니 입으로만 안전을 외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안전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벌금을 막기 위해 급해서 그랬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그 뒤 후속 조치로 열차감시에 대해서 자세히 조사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리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또 당시 불려갔던 작업자 중에서 “언제 열차감시원이 필요한지 알려 달라”고 질문을 했더니 “그건 너희가 자의적으로 판단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안전처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중심에는 열차운행선로지장작업 업무세칙 13조도 포함됩니다. ‘다만, 선로순회 등 선로를 이동하면서 수행하는 단순점검의 경우와 철도차량과의 접촉할 우려가 없음이 확실한 작업에 대해서는 작업책임자가 배치를 생략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몇 명에게 질의했는데, 아무도 이 부분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문으로 해석을 요구했는데, 전남본부는 다시 본사로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도 답장을 못 받았습니다. 그게 무슨 규정이고 세칙입니까? 업무를 규정하는 일인데, 아무나 봐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직원들은 오히려 저에게 욕합니다. 여태 열차감시 없이 일해도 아무런 사고 발생하지 않고 잘 지냈는데 왜 갑자기 열차감시 세우라고 지랄이냐고. 사람은 없고 할 일은 많은데 안전 다 지키면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고. 참! 희한한 게 위험한데도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 다 합니다. 그걸 착하다고 표현하나요?

    아마 고발 결과로 벌금이 부과되어도 전남본부는 또 위반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재의 조건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타 본부도 마찬가지로 여전히 열차감시원 없이 일 시켰으며 계속 그렇게 할 겁니다. 그러면 철도공사에서는 이 사실을 모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노사협의에서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말하는데, 정말로 그런 거짓말은 이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때는 저도, 마치 철도안전을 혼자 책임지는 양 온 신경을 쓰고 왜 그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도 욕먹는 일이라 반갑지 않은 건 사실인데…

    그래도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안전하게 일할 날이 오겠지요.

    필자소개
    철도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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