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의 빈곤,
    문재인 정부 '에너지전환'의 현재
    [에정칼럼] '정의로운' 전환의 의미 짚어봐야
        2017년 09월 12일 10:14 오전

    Print Friendly

    에너지전환 하지 않은 우리의 미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에너지전환정보센터에 등장하는 질문이다. 중앙정부 부처가 에너지전환을 전면에 걸고 대국민 홍보에 나선 게 신기하만 하다. 센터 홈페이지를 둘러보면, 60년 이상 걸리는 ‘에너지 세대교체’를 추진하는 청와대의 입장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출처: 에너지전환정보센터 갈무리

    지난 8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에너지전환 국민소통 TF’를 꾸렸는데, 이처럼 에너지 담당 부처가 공식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의제화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전환은 탈원전, 탈석탄,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신산업 육성 등을 포괄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한다. 당장은 특정 핵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60년 이상에 걸쳐 이루어지는 이런 장기 에너지전환 방향 자체에 온 정성을 들여 반대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특히 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자료 중 ‘신재생에너지 분야 일자리’는 매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제 자료를 인용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2016년 기준 전 세계 980만 명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일합니다. 2015년 대비 11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났습니다.

    일자리가 화두인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그리고 4차 산업혁명과 에너지 4.0이 유행하는 시점에서 혁신 산업으로,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대응일 것이다. 또한 에너지전환 진영이 오래 전부터 펼쳐온 전환의 주요 논리이자 그 기대효과가 재생에너지 산업과 노동의 성장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타당한 접근이라 하겠다. 하지만 현재까지 에너지전환으로, 재생에너지로 먹고 사는 세상을 꿈꾸는 건 낙관하기 어려워 보인다.

    농촌 등지에 중소 규모의 태양광을 설치하여 수익을 올리는 발전사업에 관심이 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태양광 투자로 인정받으려면 개선할 게 많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 에너지전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보급․지원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관련 산업이 활성화되고 해당 분야에서 양질의 녹색일자리가 창출되어야 에너지전환은 가능한 일이다. 재생에너지로의 대전환은 사회적, 경제적 지지로 탄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정치지형의 변화와 무관하게 불가역적인 흐름으로 지속될 수 있음을 재생에너지 선진국들이 증명하고 있다.

    현재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반영하듯이 국내 관련 산업 기반은 취약하며 고용 효과도 미흡한 수준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기업체수 473개, 고용인원 16,177명, 매출액 11조 3,077억원, 투자액 7,965억원으로 집계된다. 이중 태양광은 기업체수 127개(26%), 고용인원 8,698명(54%), 매출액 75,637억원(67%), 투자액 5,234억원(67%)이며, 풍력은 기업체수 37(8%), 고용인원 2,369명(15%), 매출액 14,571억원(13%), 투자액 583억원(7%)이다(<2015년 신재생에너지 산업통계> 참고).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일자리 중 0.2% 수준에 불과하다.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분야만이 아니라 경제, 산업, 통상, 고용, 환경 등 여러 분야의 정책들과 통합적으로 구상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특히 에너지전환은 불가피하게 승자와 패자를 양산하기 마련이다. 단계적으로 축소될 에너지에 의존하는 산업과 노동과 지역이 겪을 피해를 예방하고 최소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은 새롭게 확대될 에너지로 먹고 사는 산업과 노동과 지역이 제때 제자리를 잡을수록 대전환의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공공과 민간과 시민사회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한 ‘재생에너지 동맹’이 사회 전반에서 구축되어야 한다.

    그러나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과 노동이 겪고 있는 위기 극복이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제시장과의 경쟁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핵과 화석에너지와의 경합, 그리고 협소한 내수시장과 낮은 사회적 수용성이 재생에너지 산업혁신의 장애로 꼽힌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협력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핵과 화석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산업과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주장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런 주장과 현실의 격차는 상당하기 때문에 이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에너지전환을 통해 성장하게 될 재생에너지 일자리가 자동적으로 ‘괜찮은 녹색일자리’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녹색이지만 괜찮지 않은’ 일자리를 양산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과 노동 분야에서도 에너지전환 전략이 시급하게 요청된다. 에너지전환의 철학이 빈곤한 탓인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에너지전환의 진정성을 스스로 증명하는 데 효과적인 조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공공성을 위해서라도 제자리로 돌려놔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공공기관 기능조정과 상장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부적절한 정책은 폐기해야 한다.

    현재 남동발전을 시작으로 한 발전자회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한국지역난방기술 같은 에너지 공기업의 자회사를 매각하려는 계획 역시 정권 교체 후 잠시 소강상태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또 추진될지 모를 불확실한 상황이다. ‘공공기관 정상화’라는 명분에서 추진된 기능조정 방안이 에너지공공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은 숱하게 제기되어 왔다. 또한 기존의 산업개편 방안이 에너지전환 흐름에 역행한다면 정부는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진정 에너지전환을 내세운 정부라면 에너지 공공성의 원칙과 함께 에너지전환의 원칙에 맞게 지역분산형 전원․열원을 확대할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에너지전환 관점에서 에너지산업구조개편이 무엇인지 따져보는 게 그 시작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런 접근과 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몇몇 기술적 요소의 도입만으로는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신산업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전 정부가 쳐놓은 어둠의 장막을 걷어 내야 한다. 그럴 용기가 있다면 남은 문제는 개념을 찾는 일이다. 열병합과 집단에너지에 특화된 한국지역난방기술마저 대책 없이 매각하려는 정책 기조가 여전히 살아 있는 것을 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전환에는 개념이 많이 부족한 듯싶다. 하물며 최소한의 개념조차 탑재하지 않은, 기능조정의 책임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려면 어떤 논리가 필요할까.

    이제 에너지전환을 수용하기 시작한 정부에 버거운 과제를 주는 것 같긴 하지만, 국정 운영의 키워드인 ‘정의로운’에서 에너지전환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