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노동자 병가 중 자살
유서에 "사람취급 안한다"
노조 "우정본부가 죽음으로 내몰아"
    2017년 09월 07일 03:32 오후

Print Friendly

집배노동자가 또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우정사업본부 5개 노동조합이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서를 내는 한편, 광주지역의 시민단체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등 안팎으로 우정사업본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국우체국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소속 전국집배노동조합·전국별정우체국지부·전국우편지부·우체국 시설관리단지부는 7일 ‘누가 그를 죽음으로 밀어 넣었는가’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서를 내고 “집배원을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 정도로 생각하는 우정사업본부를 규탄한다”며 즉각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우정사업본부의 업무태만과 이윤만 쫓는 악질적인 모습”이 이번 집배노동자의 사망의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5개 노조는 “우정사업본부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적용 사업장으로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켜야 함을 의무로서 규정하고 있다”며 “이 법이 우정사업본부에만 오면 휴지조각으로 변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교통사고 및 질병으로 인한 치료 후 현업에 복귀하는 노동자 건강 재확인 ▲노사 합의 하에 건강관리 매뉴얼을 만들고 즉각 시행 ▲이번 자살사건의 근본원인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대책 수립 ▲고 이길연 씨의 순직 처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서광주우체국 소속 15년차의 집배노동자 고 이길연 씨가 지난 5일 오전 5시경 광주 서구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는 불에 탄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됐다.

집배노조 등에 따르면, 그가 남긴 유서엔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하네. 가족들 미안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 씨는 사망 1달 전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몸이 완쾌되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빨리 출근하라’는 압박을 받아왔고, 결국 출근 예정일인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계는 우정본부 내 고질적인 인력부족이 참사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물량은 많은데 반해, 인력이 부족해 급하게 배달을 하게 되다보니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그로 인해 병가를 내도 부족한 인력 탓에 몸이 낫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광주우체국은 이 씨의 죽음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에 따르면, 서광주우체국 측은 집배원의 잇따른 죽음에 관한 기사를 낸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는 편의를 많이 봐줬다. 개인의 기량 문제가 아니겠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5개 노조는 “교통사고 후 완치되지 않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을 힘겹게 나서야 하는 현실과 오로지 죽음을 선택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집배노조)

아울러 유가족들과 집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광주지역시민사회노동단체 등도 이날 오후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정사업본부 집배원의 반복된 사망사고는 이처럼 집배원을 사람취급 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쓰다 버리는 부품 취급하기 때문”이라면서 “우정사업본부는 공공기관임에도 어느 사기업보다 악랄하게 집배원들을 착취해왔고 이번 서광주우체국의 경우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난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한 책임자 처벌, 고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순직처리,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당장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