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한국·미국,
지금은 대화 국면 아냐”
정영철 “북핵, 어떤 경우라도 군사적인 방식의 해결에 반대해야”
    2017년 09월 04일 12: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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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일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핵실험을 단행했다. 지난해 9월에 한 5차 핵실험보다 폭발 위력이 5~6배 높은 수준의 역대 최대 규모인데다, 한미가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 배치에 근접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북핵 위기로 인한 한반도 긴장 상황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TV은 3일 오후 중대보도를 통해 평양시간 12시(한국 기상청 지진 발생시각 12시 29분) 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 완전 성공했다며, 6차 핵실험의 성공을 공식 발표했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전 김정은,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용해 5인 상무위원이 참여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국가 핵무력 완결단계 달성을 위한 일환으로 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을 진행할 것을 채택하고 김정은의 비서가 실험 실시 명령에 친필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는 북한 핵무기연구소의 성명을 발표하며 “조선노동당의 전략적 핵무력 건설 구상에 따라 우리의 핵 과학자들은 9월 3일 12시 우리나라 북부 핵시험장에서 대륙간탄도로켓 장착용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단행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1년만에 단행한 6차 핵실험은 다수의 예상을 빗나간 도발로 지적되고 있다. 북미 간 공격적 언사가 이어진 후 미국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고, 북한 또한 괌 타격을 보류하면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대부분이었다.

핵실험 초강수..강경대응 유발, 갈등의 악순환 당분간 지속

정영철 서강대 교수는 4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서 “조선중앙TV,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종합해보면 결국 북한은 자신들의 미사일 능력과 이에 장착할 핵무기 능력을 모두 갖추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보다는 ICBM 실험이나 더 진전된 미사일의 발사 등이 예상됐었는데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는 점에서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북한의 움직임을 보면, 우리 정부를 제외하고 미국과의 담판을 짓기 위한 일련의 과정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이번에야말로 북한은 게임의 주 행위자로서 미국과 담판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행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북한은 레드라인을 넘으면 미국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내용의 협상에 끌려올 수밖에 없다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그동안의 제재와 압박 그리고 북핵 도발이라는 악순환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도 이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북한과의 대화가 단절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은 아직 대화로 나올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도 대화 국면으로 넘어갈 수는 없다”며 “또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 대화하자’는 얘기했다가는 국민들한테 정말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년 하반기 마지막 단계에 가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능력이 더 고도화되면 협상을 시작하려고 할 테니 그때 우리도 대화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소나기 내릴 때는 우산 갖고 나가봐야 젖으니까 집에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 역시 “전형적인 과거의 패러다임 하에서 도발과 제재의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는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대한 제재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고, 이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반발로 북한의 또 다른 도발이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새로운 해법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결국은 제재와 도발, 그리고 중국에 대해 북한을 압박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봤다.

제재와 압박의 결과로 대화를 얻어내겠다는 한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러한 정책을 유지할 경우 북한의 7차 핵실험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 전 장관은 “우리가 UN 제재, 세컨더리보이콧 같은 압박을 계속하면 북한이 견디지 못하고 협상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착각”이라며 “북한의 DNA는 그런 게 아니다. 굴복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상대방이 유화적으로 나오도록 벼랑 끝 전술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이번에 레드라인을 넘으면 ‘미국이 결국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 않겠는가’ 하는 계산으로 금년 내에 ICBM을 또 쏘고 그다음에 대기권에 진입하는 기술 확인시키고 그리고 수소탄도 7차로 넘어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정 교수 또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가 마땅히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며 “북핵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라도 군사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이어야 하고,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어떤 형태로라도 만들어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 정부는 핵실험 직후 ‘최고의 강한 대북 응징’이라고 하고 있는데, 결국 이 역시 제재를 통한 압박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런 패러다임을 끊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생각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술핵 재배치, 전략자산 상시 배치” vs “평화적 수단 포기 안돼”

한편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놓고 안보 정책을 둘러싼 여야, 야야 간 공방도 심화되고 있다. 보수야당은 전술핵 등을 적극 거론하는 한편 정의당은 평화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 운명을 건 결단을 내릴 시점”이라며 “낭만적 대북 구걸정책을 폐기하고 외교군사력을 총동원해서 단호한 의지를 보여 줘야한다”고 말했다. 또 “당장이라도 사드 배치를 완수하고, 전술핵 재배치, 원자력 잠수함 도입, 미 전략자산 상시배치 등 대중과 관계에서 유류의 완전한 차단 등 강력 체계 구축과 실질 협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상무위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전술핵 배치를 거론한 것에 대해 “군사 대응과 핵 맞불 목소리를 높여 전쟁이나 일으킬 것처럼 국민을 더 큰 불안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치권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핵도발을 용납할 수 없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적 수단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상상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군사적 수단을 통한 비핵화는 결코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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