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대통령 예비후보에게 바란다
    [기고] 지도자와 대중의 감각적 연대를 회복해야
        2012년 08월 24일 02: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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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되자마자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매일 뉴스에 부각되고 어쨌든 담론이 형성되도록 만드는 것은 아주 뛰어난 전략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한 것은 우리의 대중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이고 공동체적인 감각에 비추어 상당히 날카로운 전략이다.

    여기에 대해 “진정성이 없는 이미지 정치다”등의 비판은 비판세력이 원하는 만큼 먹혀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어떻게 보면 위기의 국면에서 필자는 평소 라틴아메리카 정치를 B급 수준에서나마 공부하면서 느낀 바를 몇 가지 민주당 대통령 예비 후보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키워드는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에 대해서다.

    학문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면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첫 번째로 핵심적인 것은 지도자는 ‘대중’ 특히 아주 평범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되어온 기층 대중의 무의식적이고 감각적인 집단적 지지를 얻어냈을 때 단지 집권에 성공할 뿐 아니라 변혁적인 또는 다른 말로 하면 민주주의를 급진적으로 심화시킬 수 있는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

    이를 강조하는 학자가 라클라우와 랑시에르이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이런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집권했으면서도 집권 이후에는 참모그룹을 중간계급과 지식인층에 두면서 소위 말하는 자유주의 세력에만 기대었지 대중의 감각적 연대와 요구에 무감각 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반면교사의 대표적인 예가 페론이다. 그는 1920-30년대 아르헨티나의 시골에서 그 당시 대규모로 대도시로 이주하여 경제, 사회적으로 외롭고 차별받던 “셔츠 없는 사람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았다.

    1951년 10월17일 에바 페론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은 소위 자유주의 세력과 상당수 좌파세력의 지식인들로부터 무시되던 노동자 대중이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유명한(?) 좌파세력의 일부도 얼마나 기층 대중을 무시하는지 잘 드러나고 있다.

    페론은 대중의 생존권적 요구를 단지 수용한 것에 그치지 않고 이들이 시골에서 전통적으로 가져왔던 공동체 지향적 그리고 감성적 유대감의 문화적 정서를 이해하고 호응하는 뛰어난 전략을 보인 것이다.

    이들 대중의 공동체적 연대의 감각은 개인적이고 능력 경쟁 위주의 자유주의적 또는 대의적 정치 감성과 거리가 있었다.

    오늘 우리사회의 “셔츠 없는 사람들”은 커다란 고통을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젊은 실직자들, 빈곤 노인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을 학문적으로 호명한다면 신자유주의 체제에 의해 차별, 배제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이들에게 신자유주의를 반대하자고 호소해서는 전혀 감각적으로 먹혀들지 않는다. 또한 “경제 민주화”를 하겠다는 것도 전형적인 중간계급과 지식인 대상의 추상적 또는 지적담론이다.

    다시 말해 현재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들에 의해 이들을 향한 임팩트가 강한 열정적 수사의 연설이 주어지고 있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

    다른 무엇보다 이들은 지쳐있고 개인적으로 파편화되어있는 외로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고 이들이 후보자와 감각적으로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 정책을 제시하되 뜨거운 수사와 연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로는 라틴아메리카 정치가 오랫동안 엄청난 고통과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90년대 이후 급진적인 민주주의 심화의 정치 사회적 변혁을 성공시키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와 맥락이 있겠지만 그 중의 중요한 점은 하나의 나라 안에(엘리트와 대중사이에) 두 가지 서로 다른 문화가 병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랫 동안 하나의 문화(지배계급의 공식문화)로 너무 지나치게 획일화되어 왔다. 모든 중소도시까지 성장과 혁신의 이름으로 개발되고 있는 흐름을 막아야 한다. 개발지상주의를 반대하는 것 외에 문화적으로 획일화되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에서 대안으로 라틴아메리카의 현대 역사에서 생각나는 것은 민주주의가 정체되었을 때 이를 뚫은 전략중의 하나가 철저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것이다.

    우리도 필요하면 개헌을 해서라도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해보아야 한다. 이를 통해 소농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정책 수립도 가능할 것이다.

    필자소개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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