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통’ 하나 없으면서
미래와 세계로 나아갈 수 있나
[인도 100문-13] 관심 없는 한국 정부와 기업인들
    2017년 08월 30일 05: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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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 들어갈 때 인도를 전공으로 택한 것은 그 유구한 문명의 역사 때문이었다. 유학을 할 때부터 교수가 되어 활동을 하던 때 인도는 마냥 ‘떠오르는 대륙’이었다. 떠오르기만 하지, 떠오른 적이 없다는 불평이 사라지고 완전히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초였다.

인도는 브릭스BRICs의 일원으로 인도로 진출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들에게는 일약 기회의 땅이자, 약속의 땅이었다. 현대자동차, 엘지전자, 삼성전자, 대우자동차 등 대기업은 성공 신화를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몇몇 사람은 신화의 주인공이 되어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비즈니스맨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가자, 인도로’를 외쳤고 어느덧 인도의 첸나이와 델리 등지에는 교민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인도를 연구하는 전문가는 전혀 늘지 않았다. 한 마디로 잘라 말할 순 없지만, 대학 이기주의 때문이다.

인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20여 년 전과 거의 다를 바가 없었다. 경제 전문가는 상당히 생겼지만, 역사나 사회, 정치 등을 전공하는 전문가가 거의 늘지 않았다. 여전히 인도어과가 주축이 되어 인도 연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 ‘힌디어’만 가르치고 배우는 교수만 충원하는 작태가 대학 내에서 벌어지고 있고, 아무도 그것에 시비를 걸지 않는다. 학생들은 인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고, 인도로 진출하는 많은 기업인들은 그 어려운 인도에 도전하면서 전문가의 도움 하나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실패를 거듭하게 된다.

변화하는 인도에 한국은 없다 @이광수

2,000년대 초반 일본보다 훨씬 많은 한국의 기업들이 그들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인도에 진출해서 많은 부분에서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것은 일본을 비롯한 몇몇 나라가 아직 준비 중에 있었고,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일본에는 인도 역사, 사회, 정치 등을 연구하는 연구자 수가 한국의 약 100배는 된다. 그들은 인도의 역사, 사회, 정치 등을 본격적으로 연구하여 급변하는 도시와 농촌의 구조와 문화, 사회 갈등, 정치 구조 등을 면밀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 인도 정부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으면서 어느덧 몇몇 대기업 중심으로 인도 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의 자리를 싹쓸이 해버렸다. 그 사이 정부는 그 누구도 인도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외교 관계를 맺은 지 40년이 넘었지만, 외교부 안에 흔히 말하는 인도통 한 사람도 없다. 그러니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도대사관으로 발령받은 외교관들은 인도를 스쳐 지나가는 포스트 정도로만 인식할 뿐 뭔가를 해 볼 생각은 아예 할 엄두도 내지 않는다. 인도라는 나라가 워낙 크고 복잡해 뭔가를 시도하기에는 리스크도 크고 해서 그냥 복지부동으로, ‘이 또한 지나가리’의 정신으로 산 사람들이다. 정부 기관이 백업을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중소기업은 고군분투 하고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

인도 전문가가 아닐지라도 국제 정치와 경제의 흐름을 신문 수준에서만이라도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인도라는 나라가 한국의 기업들이 건너 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 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어떻고, 시장 규모가 어떻고, 소비 문화가 어떻고, 도시화가 어떻고, 정부 정책이 어떻고 등에 대해 자세히 모를지라도 한국의 기업이 밖에 나가 돈을 벌어오고, 우리 청년들이 일하러 나가는데 전 세계에서 가장 크게 필요로 하는 나라로는 인도가 적어도 중국 다음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상식은 누구나가 다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아무도, 정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이제 13억의 거대한 코끼리가 잠을 깨고 있다는 소리만 하고 있다. 코끼리가 일어나서 활동한 지가 언젠데, 잠은 자기가 자고 있었으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러니 한심하다는 것이다.

인도에 대해 가르쳐 주고, 보여주고, 같이 논의해주는 자리를 깔아도 정부 측은 물론이고 돈을 벌 줄 안다는 대기업에서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몇몇이 얼굴에 받혀 젊은 실무자 보내 잠깐 얼굴 내미는 수준에 머무른다. 적어도 의사 결정 라인에 있는 핵심 인사가 나와 진지하게 새로운 시장에 대해, 그곳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에 대해 듣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건대, 전혀 그렇지를 않고 있다. 대기업 경영권이 오너 3세로 넘어가면서 1,2 세대가 했던 어려운 분야에 대해 파헤쳐보고 눈앞의 불이익 감수하고 돌파해보는 기업가정신이 사라진 것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대학과 정부와 대기업 3자가 만든 묵시적 카르텔이다. 국내에서 노동자 해고시키고, 파업하는 노동자에게 손해배상 청구하고, 비정규직 양산하는 데 쏟는 노력과 정성의 십분의 일만 쏟으면 인도 시장에 진출하여 그들도 좋고 우리도 좋은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인도는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면서 스쳐 지나가서는 안 될 중요한 곳이다. 학자에게도 그렇고, 정부 인사에게도 그렇고 대기업 경영자에게도 그렇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애꿎은 중소기업들만 죽어난다. 그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하는 게 우리들의 삶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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