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당발전위,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
시민은 정치인의 치어리더 아니다
    2017년 08월 30일 10: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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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당발전위원회(정발위)가 논란 끝에 발족했다. 당의 주요 인사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이 논란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추미애 대표의 정발위를 반대했던 시도당위원장들과 친문 의원들은 ‘추미애 대표가 공천에 개입하려고 룰 변경을 시도’한다고 본 것이고, 추미애 대표는 ‘다수 친문 시도당위원장들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누구의 의심이 합리적일까? 정답은 양 측의 의심이 모두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가령, 그동안 기초단체장 공천의 경우에 당대표와 시도당위원장의 입김이 함께 공천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이번 지방선거부터 기초자치단체장의 공천이 시도당 공천심사위원회로 이관되자 당대표는 시도당위원장의 전횡을 걱정하는 것이고, 시도당위원장들과 친문 의원들은 당대표의 개입을 경계하는 것이다. 양 측이 내세우는 명분과 논리는 그럴 듯하지만 다툼의 본질을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민주당 정발위 기자회견 모습(사진=한영애 의원실)

정당론의 태두인 샤츠 슈나이더는 ‘party government’에서 “공천 절차의 본질이 정당의 본질을 결정한다. 공천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정당의 주인이다”라고 설파했다.

재미있는 점은 양 측이 ‘당원권 강화’와 ‘공천 권한을 당원에게 돌려드리겠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민주당을 이끌었던 인사들 중에 ‘당원권을 약화’시키고 ‘공천 권한을 당원에게 주지 않겠’다고 주장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원권과 상향식 민주적 공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예외규정’이 항상 있어왔고, 그 규정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했을 뿐이다.

민주당 당헌 제102조의2(자치구청장·시장·군수선거후보자 추천) ①을 보자.

“자치구청장·시장·군수선거후보자(이하 본조에서 “후보자”라 한다)는 시·도당공천심사위원회가 심사하여 2명 이상으로 선정하고 경선방법을 마련하되, 당규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를 명시하여 단수로 선정할 수 있다. 이 경우 해당 지역위원장은 공천심사위원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한다.”

즉, 상향식 민주적 공천이 아닌 하향식 공천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당규로 정한 후보 자격에 문제가 있는 공천 신청자를 제외시키고 경선을 통하여 당원과 지지자들이 결정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단수공천’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 둔 것이다. 이 예외규정을 통해서 공천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권한을 가지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 제101조(시·도지사선거후보자 및 지역구국회의원선거후보자 추천) ①도 보자.

“시·도지사선거후보자 및 지역구국회의원선거후보자(이하 본조에서 “후보자”라 한다)는 중앙당공천관리위원회가 심사하여 2명 이상으로 선정하고 경선방법을 마련하되, 당규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사유를 명시하여 단수로 선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다. 하향식 단수공천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적 상향식 경선을 통하여 민주당 국회의원 후보가 된 사람은 3분의1에 불과했다.

비단 지방선거 공천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가의 주인이 국민이듯이, 당의 주인이 당원과 지지자라는 원칙과 문화가 당헌당규에 불가역적으로 반영되지 않는 이상에 이런 다툼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경쟁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원권 강화’를 외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당원권 강화를 원한다면 예외규정을 없애기만 해도 된다. 함께 그 대의를 외치면서도 함께 예외규정을 방치하는 이유는 뭔가?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 당원권을 뺏는 것을 경계하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그래서 정치발전위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가지만 말해보자.

첫째, 정치발전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약속했듯이 다가오는 지방선거 경선 룰을 바꾸지 말라. 단, 규정된 상향식 경선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규정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라. 당 대표와 시도당위원장들이 공천 불개입을 함께 선언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당헌당규 개정을 제안하라.

둘째, 당원권과 정당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계파주의와 당내 기득권을 조장할 수 있는 비민주적 당헌당규 조항을 개정 제안하라. 하나의 예를 들겠다.

당헌 제11장 공직선거 제3절 후보자 추천 관련 기구 제99조(인재영입기구)를 보자.

“①공직선거후보자 추천을 위하여 당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인재영입을 위한 특별기구를 설치·구성할 수 있다.”

당규 제13호 제3절에 따라서 구성되는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통하여 영입된 인재들은 하향식 전략공천을 받을 수 있다.

묻고 싶다. 당대표와 소수의 사람이 ‘인재’라고 선언하면 ‘민주당의 인재’가 되는 것인가? 그들은 당대표의 사람으로 불릴 수밖에 없고 하나의 특권 기득권이 될 수밖에 없다. 그들을 공천하기 위해서 당원들의 공천권을 뺏을 수밖에 없다.

민주적 정당은 인재를 선거가 임박해서 영입하는 것이 아니다. 확정적이고 예외 없는 민주적 경선 룰이 존재하는 정당이라면 인재들은 평소에 모여들 것이다. 그런 인재들이 정당정치를 경험하고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정당정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정당이 정당정치를 잘 할 사람을 정당 경험이 없는 외부인사 중에서 찾는 것 자체가 큰 모순이다. ‘정치 불신’에 정당 스스로가 앞장서는 꼴이다.

당원들이 미리 준비된 인재들을 평가해서 상향식 공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스템 공천’이자 ‘당원권 강화’인 것이다. 비민주적 당헌당규 조항은 이 외에도 많다.

셋째,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와 직접민주제 요소를 적극 반영하는 미래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정당의 기본적 상향식 민주주의가 정착되지 않은 정당에서 그런 미래 가치를 어설프게 시도하면 ‘패션 민주주의’로 전락할 수 있다.

민주당을 포함하여 한국의 기성정당들은 ‘봉건성’이 깊은 정당들이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 온 민주당도 당내민주주의 측면에서 봉건성을 극복하지 못했는데 다른 기성정당들은 오죽하겠는가. 민주당이 ‘현대적 민주정당’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정비해야 한다. 그 기반 아래에서 세계 선진정당들과 경쟁할 수 있는 ICT 정당, 직접민주제 정당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민주당의 어느 의원이 ‘선거에 이긴 정당이 혁신위(정발위)를 왜 만드는가?’고 말했다고 보도되었다. 지난 대선은 선거에 이긴 정당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었다. 선거에 진 집권여당이 못 한 정도가 아니라 ‘헌법을 위반하면서 국정농단’을 했기에 이긴 정당이 이길 수 있었다.

정발위가 목표로 하는 ‘100만명 당원 확보’가 마냥 중요한 것이 아니다. ‘100만명의 주인’을 모시는 것인지 ‘100만명의 박수부대’를 만들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라. 더 이상 촛불시민을 정치인의 치어리더로 만들지 말라. 그 마땅한 일을 이제라도 하자.

당원과 국민을 주인으로 삼는 정당 내부는 노선과 가치와 정책으로 경쟁할 수 있다. 패거리 숫자를 늘리기 위해서 공천권 때문에 싸우는 정당정치 시대를 끝내자.

필자소개
콜리젠스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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