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항쟁과 정권교체 이후
[상선여수] 이젠 정치개혁으로 가자
    2017년 08월 29일 11:3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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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혁명도 끝났고, 정권교체도 이루어졌다. 취임 백일을 넘긴 문재인 대통령은 70%가 넘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항쟁은 끝났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정치권을 뒤흔든 촛불

촛불항쟁의 성공에는 수백만명이 넘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다. 돌아보면 참으로 위태로웠다. 국회에서 탄핵이 성공하려면 300명 국회의원 중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했다. 야당을 모두 모아도 172명밖에 안 되는 현실을 바꾼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촛불의 힘이었다. 결국 촛불의 압박에 못 견딘 새누리당이 쪼개졌다. 234명이나 찬성표를 던졌다. 헌법재판소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9명 중 6명이 이상이 탄핵에 찬성해야만 최종 판결이 나게 되는 구조에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가? 그러나 매번 촛불이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되풀이 될 뿐이다. 근본적인 정치개혁이 없는 한 이후에도 마찬가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현재 국회 운영을 들여다보면 이는 더욱 확연해 진다. 촛불이 원하는 그 어떤 개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검찰과 경찰 등 공안기구 개혁, 언론의 정상화, 노동법 개정,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와 국방, 세월호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책임자 처벌, 사회 공공성 강화와 공공대개혁, 차별금지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산적한 과제가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적폐청산의 길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다. 집권당이 된 더민주당이 120석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은 107석, 국민의당 40석, 바른정당 20석이다. 진보정당인 정의당은 6석에 불과하다. 그 어떤 개혁입법도 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이 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다.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것은 사소한 개혁조차도 물어뜯고, 방해하는 낡은 세력들의 정치다.

각개약진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정치

반면 촛불항쟁을 이끈 각 세력들은 모두 자신의 현안에 집중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정으로, 평화단체들은 사드 반대와 평화협정 체결로, 원자력발전소 반대를 원하는 단체들은 신고리 원전 반대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KBS와 MBC는 언론적폐 청산을 위한 파업을 준비 중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두 각자도생(各自圖生 : 제각기 살아 나갈 방도를 꾀함)의 길로 돌아간 것처럼 보인다. 집중점이 안 보인다. 이래서는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집중점을 찾아야 하고, 그것의 근본은 정치개혁이다.

비극적인 역사적 경험이 하나 있다. 지금으로부터 45년 전 칠레에선 당시 대통령인 아옌데가 군사쿠데타에 대항하여 총을 들고 싸우다가 죽었다. 1973년 9월 11일에 벌어진 일이다. 인류역사에서 처음으로 사회주의세력이 선거에 의해 선출되었다지만 결론은 실패로 끝났다. 자본가들이 파업을 하고, 보수정치권은 미국과 합동으로 반란을 꾀했다. 민중들은 저항했지만 효과적인 대응을 못했다.

그 후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트에 의해 16년 3개월 동안 인구 천만 명 중에서 무려 3만여 명이 학살되고 처형당했다. 고문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들이 1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민중의 힘에 의한 정치개혁의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지 못했다. 물론 이 역사는 최악의 경우다. 그러나 보수반동세력들이 얼마나 계급적으로 치밀하게 대응하는 지에 대한 생생한 역사적 교훈이다.

도전에 대한 응전

돌아보면 우리 역사 전체가 그래왔다. 토인비라는 역사학자는 역사란 “도전에 대한 응전”이라고 했다. 그런데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효과적으로 응전한 것은 지배세력이다. 45년 해방에 이은 한국전쟁, 4.19에 대한 5.16 군사쿠데타, 80년 ‘서울의 봄’에 대한 전두환의 진압, 87년 6월 항쟁에 대한 6.29 선언이라는 봉합 등 그들의 대응은 전술상 후퇴와 전진을 반복하면서 생명을 유지해 왔다. 오늘날 일제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반공이라는 철지난 이데올로기가 효과적인 이유다.

가깝게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도 있다. 노무현 개혁 실패의 밑바탕에는 우군이 될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운동에 대한 ‘의도적인 거리두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결과는 지지기반의 와해였고, 비극적 자살이었고, 완고한 보수 세력의 집권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좋아서도, 예뻐서도 아니다. 맹목적으로 지지하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사소한 개혁조차 실패로 끝난 자리에서 완고한 보수진영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통해 생생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이를 반복할 수야 없는 것이 아닌가? 이번에야 말로 민중진영이 ‘효과적인 응전’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만들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 작년 촛불항쟁 당시 도올 김용옥 선생은 집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러분들은 단지 정권 퇴진을 위해서 앉아 있는 게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새로운 삶이고, 새로운 학문이고, 새로운 철학이고, 새로운 의식이고, 새로운 문화고, 우리의 새로운 삶이다. 여러분들은 지금부터 우리 단군 이래 없었던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 이것은 희망의 출발이다. 1945년도에 해방된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압제하던 모든 사슬로부터 우리가 진정으로 해방을 맞이할 그날을 향해서 여러분들은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혁명을 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혁명하고, 우리의 제도를 혁명하고, 우리의 의식을 혁명하고, 우리의 압제를 다 혁명해야 한다.”

정치개혁의 출발점으로서의 선거법 개정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야 할 상황에서 지금 당장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은 정치다. 따라서 가장 우선적으로 다시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은 정치개혁이다. 촛불항쟁, 정권교체에 이은 정치개혁으로 힘을 모아야 비로소 혁명을 위한 새로운 토대가 만들어 질 것이다. 국민들이 직접 삶에서 느낀 것을 법으로 제출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 선출직 정치인에 대한 소환제 등 국민들의 직접 참여를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언론, 노동, 집회시위, 출판의 자유는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 재벌의 부당한 횡포와 민주적 운영을 위한 경제민주화도 빼 놓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의 귀결은 정치개혁이고, 그 우선은 선거법 개정이다. 기득권 세력에 유리한 선거법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의 대폭 확대와 선거연령 조정, 대통령 및 내년 실시될 지방선거에서의 지방자치단체장의 결선투표제 도입 등으로 개정해야 한다. 정치개혁이 없는 한 마치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이 그렇듯이 우리 역시 깡보수와 유사 개혁을 말하는 보수 정당 사이의 정권교체만 반복될 뿐이다. 그럴수록 근본적인 개혁의 길은 멀어진다. 촛불혁명이 끝나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고 다시 각자의 울타리 속으로 돌아갈 때가 아니다. 당면한 여러 가지 과제가 있겠지만 ‘정치개혁’이라는 사회전체의 화두를 놓치면 안 된다. 근본적인 체제의 개혁이 없으면 나쁜 과거는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이근원
대학 입학과 동시에 전두환을 만나 인생이 바뀜. 원래는 학교 선생이 소망이었음. 학생운동 이후 용접공으로 안산 반월공단, 서울, 부천, 울산 등에서 노동운동을 함. 당운동으로는 민중당 및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경험함. 울산을 마지막으로 운동을 정리할 뻔 하다가 다행히 노동조합운동과 접목. 현재의 공공운수노조(준)의 전신 중의 하나인 전문노련 활동을 통해 공식적인 노동운동에 결합히게 됨. 민주노총 준비위 및 1999년 단병호 위원장 시절 조직실장, 국민승리 21 및 2002년 대통령 선거시 민주노동당 조직위원장 등을 거침. 드물게 노동운동과 당운동을 경험하는 행운을 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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