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년 대투쟁 정신 계승의 현재적 과제
    [789노동자 대투쟁 30년] 금속노조 경남지부 토론회
        2017년 08월 28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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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에서 주최한 1987년 노동자 대투쟁 30주년 기념 토론회 「노동운동의 현장과 미래」 중 금속연구원의 김성혁 씨가 발표한 ‘87년 대투쟁 정신 계승의 현재적 과제-사회적 교섭으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의 부활’을 경남지부의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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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년 노동자대투쟁 정신 계승

    87년 노동자대투쟁은 저임금, 장시간노동, 전근대적인 노무관리에서 억압받던 노동자들의 인간선언이었다. 수십 년간 자본과 독재의 억압 속에 있었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투쟁은 분산적, 자연발생적, 비조직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열기는 1990년대까지 지속되었고, 투쟁의 성과로 곳곳에 기업단위 민주노조가 세워졌다. 기업단위 노동조합은 연대투쟁 속에서 지역별 조직, 산업별 조직을 구성하고 나아가 전국노동조합총연맹 건설로 발전하였다.

    1992년 1월 효성중공업에 경찰 투입 조짐이 보이자 지역의 노동자들이 연대투쟁에 나선 모습(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87년 노동자대투쟁의 성과로, 비로소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었으며, 임금 인상 및 노동시간 단축 등 노동조건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노동조합은 상층의 어용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현장 민주주의를 강화하였다. 임단협 합의는 총회에서 최종 승인하고 집행부의 임기(2년)는 짧게 하였으며, 집행부를 견제하는 대의원회의, 감사 및 선거관리위원회 등의 권한을 강화시켜 현장에 기반 하여 자본과 싸울 수 있는 튼튼한 진지를 구축하였다.

    현장에 기반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96-97년 노동법 개악 저지 정치총파업에서 승리하면서 브라질, 남아공과 함께 세계적인 모범으로 평가받기도 하였다.

    이제 87년 대투쟁의 30주년을 맞는 2017년, 87년 대투쟁의 정신을 계승하여, 우리의 자세를 새롭게 하고 정체되어 있는 노동운동을 혁신해야 한다.

    87년의 대투쟁의 성과를 새세대 활동가들은 어떻게 이어받고 있는가?, 87년의 눈부신 역사가 퇴색되고 있지는 않은가?

    30년이면 한 세대가 바뀌는 기간이다. 이제 87년 대투쟁의 주역들은 대부분 정년을 전후하고 있어 노동운동 1세대를 마감하고 있다.

    87년 대투쟁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 역사적 의의를 한 마디로 말한다면, 87년 대투쟁의 출발점은 노동자 인간선언이었으며,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민주노조 건설이었다.

    이러한 정신으로 볼 때 87년 대투쟁의 현재적 요구는, 비정규직 투쟁으로 상징되는 차별철폐의 실천이며, 나아가 사회양극화를 야기하는 자본에 맞선 노동자 전체의 인간선언이다. 따라서 2017년 노동운동의 과제는,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을 부활시켜, 정규직과 조직노동자뿐만 아니라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미조직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제도개선으로 전체 노동자들의 사회·정치·경제적 권익을 실현하는 것이다.

    사회 양극화와 노동운동의 정체

    87년 대투쟁이후 비약적으로 상승했던 한국의 노동운동은,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의 도전에 직면하였다. 사회적 담론은 성장과 효율을 위주로 변화하였고 노동시장 유연화가 본격화되었다.

    노동운동은 산별노조운동과 정치세력화를 양축으로 새로운 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분투하였으나, 산별운동은 정체되었고 노동자 정치세력화도 좌절을 겪었다.

    IMF 이후 기업별 실리주의가 만연하고 연대투쟁이 약화되고 있다. 기업별 노사관계는 기업 울타리 안에서는 효용적일 수 있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효용성이 저하될 수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노동조합운동은 ‘10%의 낮은 노조 조직률’, ‘고용형태의 다변화(비정규직)에 대한 대응력의 취약’, ‘기업복지 강화에 따른 사회복지의 정체’, ‘노동조합의 사회적 고립’ 등으로 정체되었다.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삶의 질은 향상되었지만, 저임금의 벽이 두터워져, 노동자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 수준에 머물러 있고 1천만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임금 불평등 국제비교

    먼저 한국의 임금불평등(하위 10% 대비 상위 10%의 임금)은 2013년 4.7배로 미국, 이스라엘, 터키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노동부가 제출한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을 대상으로 한 보고서이다. 실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서 지난 10년(2004~2014년) 동안 ‘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을 계산하면, 월 임금 기준으로는 평균 5.2배고, 시간당 임금기준으로는 5.1배다(김유선 2016). 한국은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OECD에 따르면, 저임금 계층(중위임금의 2/3 미만)의 비율은, 한국이 24.7%로 OECD에서 미국(25.0%) 다음으로 높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근로자 1,544만 명의 연봉을 분석하면, 2016년 전체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3,387만원이고. 중위 연봉(노동자 연봉을 순서대로 줄 세울 때 정가운데 위치한 노동자의 연봉)은 2,623만원이다(한국경제연구원, 2017). 즉 2016년 중위임금 2,623만원의 2/3인 1,749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노동자가 약 25%라는 것이다.

    저임금 계층 비율 국제비교

    다음으로 한국의 비정규직 비중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서 2015년 8월 현재 비정규직은 868만명(임금노동자의 45%)이고 정규직은 1,063만명(55%)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고, 사내하청 노동자는 별도의 설문문항이 없어 정규직으로 잘못 분류되고,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으로 분류되고 있어, 실제 비정규직 규모는 50%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파견근로를 보면, 노동부가 OECD에 보고한 파견근로 비율은 2012년 3월 1.1%로 국제적으로 낮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용역근로자를 합치면 4.3%로 슬로베니아(5.3%) 다음으로 높고, 사내하청까지 합치면 8.9%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한국은 비정규직 규모가 많고 차별이 심하며,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간접고용 또는 파견근로 비중이 매우 높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파견근로 국제비교 자료 : OECD(2014), Employment Outlook. Ch4, p.148, 김유선(2016) 재인용
    주 1) Korea(보고)는 2012년 한국 정부가 OECD에 보고한 수치임
    2) Korea(실제1) 4.3%는 2014년 8월 파견근로(파견용역)이고,
    3) Korea(실제2) 8.9%는 파견근로(파견용역사내하청)를 재계산한 수치임

    비정규직 비중은 대기업으로 갈수록 커진다. 10대 재벌의 비정규직 비율은 40%에 육박하고 있는데 간접고용이 특히 많다.

    10대 재벌 비정규직 비율(자료: 노동부 고용형태(2017.3), 김유선·박광선(2017) 재인용)

    기업규모별가 클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기업규모별 비정규직 비율( 노동부 고용형태 공시(2017.3), 김유선·박광선(2017) 재인용)

    기업규모별 비정규직 비율 (노동부 고용형태 공시(2017.3), 김유선·박광선(2017) 재인용)

    이와 같이 임금과 고용 형태 지표만 보더라도, 한국의 사회양극화는 심각한 수준이며, 노동조합이 없는 90%의 미조직 노동자들은 인권과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일하고 있다.

    조직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는 임금과 기업복지 등에서 중산층 수준으로 향상되었지만, 미조직을 포함한 전체 노동자의 권익은 여전히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87년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은 뒤늦게 개화하여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나 빠르게 정체되어 현재는 전체 노동자에 대한 대표성을 상실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10% 수준이며, 노동기본권은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 특히 저임금, 비정규노동의 확산에 따른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화는 노동의 고립을 가져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운동의 내부 상황도 긍정적이지 않다. 노조의 실리주의와 경제적 이익 매몰은 한국 노동운동의 계급적 연대성을 약화시키고 있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이 중심이 된 노조운동은 이념적 좌표와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혼돈 상태이다. 87년 당시 노동해방은 무엇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외부 상황 변화도 긍정적이지 않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체제로의 진입은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이다. 노동유연화에 따른 기업규모별, 고용형태별 격차는 확대되고 있으며, 개인의 생존은 ‘공동체’라는 가치가 아닌 ‘각자도생’으로 쏠려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하나의 주요한 요인은, 노동조합운동이 한국 사회의 유력한 사회집단으로서 산별교섭, 사회적 교섭, 진보정당 활동 등을 통한 제도적 참여가 봉쇄되어 노조운동의 사회적 개입력이 약화되고, 길거리 투쟁 등 비제도적 투쟁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노동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재벌위주 경제·산업구조의 재구축과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정치적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교섭이 필요하다. 한국의 노동체제와 노사관계는 이러한 방향에서 총론적 과제 설정이 필요하다.

    대공장 노조의 실리주의와 노사 담합구조

    한국의 노동조합법은 ‘노동조합은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고 근로자의 복지를 증진함으로써 경제적·사회적 지위향상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노동조합운동의 정치적 진출을 거세하고, 조합주의를 조장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업 울타리에 매몰되어, 보다 열악한 노동자들과 연대하지 못하거나 근본적인 사회정치적 노동자의 권리 쟁취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익 집단에 머무를 수 있다.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는 강령에서 차별철폐, 사회개혁, 예속과 불평등 반대, 민중정권 등을 명확히 지향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이 전체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장 내에서 자본에 맞설 뿐 아니라, 지역과 사회에서 지방권력, 중앙권력과 맞서야 한다. 이러한 운동은 기업 울타리에서 진행되는 운동을 지역과 사회로 끌고 나올 때 가능하다.

    그러나 IMF 이후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이 자기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경험으로 상시적 고용불안에 처하면서 “있을 때 벌자”라는 단기 성과주의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은 실종되고 조합주의와 실리주의가 만연하게 되었다.

    금속노조의 주요 기반인 대공장 지부·지회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임단협이다. 집행부 임기의 대부분은 교섭 준비, 투쟁과 교섭, 평가와 선거로 마무리 된다. 대공장 대의원들의 주요 활동은 일반적으로 “물량확보–노동시간 확보–고임금 확보 및 고용유지”이다. 물량을 확보하여 잔업·특근 등 장시간노동을 하고, 이로써 임금을 극대화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대의원의 가장 중요한 활동이 되고 있다. 이로써 노동조합의 의제는 기업내재화 되고 연대투쟁이나 사회정치적 활동은 부차적인 것이 된다.

    과거에 경제투쟁은 그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의 의식이 향상되었고, 조직화되는 등 사회변혁의 토대가 되었다. 임금인상 투쟁은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조직력을 강화해서 사회변혁으로 나아가는 전술적 과정으로 설정되었다.

    현재는 경제적 성과 그 자체가 목적이며, 이러한 경제적 실리주의는 자동차, 조선 산업 등의 호황, 고임금 및 중산층 문화, 고령화 등과 결합되면서 더욱 심화되었다. 활동가들은 운동의 대의에 맞게 조합원들을 이끌어가기보다는 대중추수주의에 빠져 조합원들이 당장 원하는 것(물량확보로 장시간노동 = 임금확보)을 실현해 주고 대의원 선거에서 당선되는 쉬운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집행부 역시 짧은 임기 중에 성과를 남기려면 임금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사측이 고정급보다는 성과급을 탄력적으로 제공하므로 성과급 얼마를 받는가가 집행부에 대한 핵심적인 평가 기준이 되고, 여기서 민주와 어용의 구분은 사라진다.

    이러한 조건에서 집행 기간에 성과를 남기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집단적인 힘을 동원하여 압력을 행사하는 방법보다는, 사측과의 일정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쉬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결국 노동조합의 의제는 노동시간 단축, 월급제, 제도개선 등 전략적 과제보다는, 사측이 들어 줄 수 있는 물량확보, 잔업·특근 보장, 임금보전, 성과급 인상 등 단기적인 과제에 묶이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높은 임금 인상을 했지만 기본급 등 고정급 비중이 작아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고, 주간연속2교대 등은 뒤늦게 적용되었다.

    이와 같은 조합주의와 실리주의는 자본의 신경영 전략과 결합되어 많은 사업장에서 노사 담합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의 노무관리가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개별적 노사관계로 변화하였다. 대공장 노무관리를 보면 노무팀이 향우회, 취미서클, 연고관계를 이용하여 활동가들에게 맨투맨으로 접근하여 술 사주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데 주력한다. 겉으로 볼 때 이러한 인간관계가 의도적 노무관리인지 순수한 친분관계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노무관리는 점차 활동가를 회유하고 현장 정보를 파악하며 나아가 노사 간 협력과 거래 관계로 발전한다. 물론 맨투맨 작업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활동가는 법과 원칙을 거론하며 사법처리와 징계·해고 등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많은 기업에서 사측은 노조 선거 등 총회 결과를 가장 빨리 파악할 수 있는 정보망을 구축하고 있으며, 활동가들과 현장조직의 장단점 등 광범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현장 여론을 형성하고 각종 선거에 개입하여 당락을 좌우하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계열사 노동조합을 서열화·계층화하여,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노사관계를 통제하기도 한다. 완성사, 철강업체, 부품사 등으로 전체 계열사를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서열화하고, 임단협에서 노동자들의 처우를 기업 성과에 연동하여, 기업이 얼마의 이익을 냈는가 그리고 얼마나 큰 기업에 속하느냐에 따라 보상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준을 위반하면 기아자동차처럼 사장이 교체될 수도 있다. 타결 시기는 현대자동차가 끝난 다음이어야 하고, 임금도 그 수준에 맞추어 합의하며, 그룹 계열사(특히 현대차)에 없는 새로운 의제는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주간 2교대 사례).

    개별 기업단위로는 아무리 열심히 싸워도 그룹 가이드라인을 넘기 어렵다. 개별 기업의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보이지 않는 상대와 기약 없는 투쟁을 택하느니 오히려 해당 기업의 경영진과 원하지는 않지만, 협력관계를 맺고 싶은 유인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짧은 임기 내에 조합원들에게 뭔가 실리를 안겨 주기 위해서는 사측과 일정한 협력이 필요하다. 그룹 가이드라인은 노동조합의 투쟁 회피와 종업원 의식, 기업별 차별의 정당화를 강요한다.

    투쟁의 성과가 기업별로 차등적으로 배분되는 상황에서, 연대의 성과도 공유되기 어렵다. 따라서 기존의 격차가 인정되거나 오히려 확대되고, 계층화되며, 기업의 경계선을 넘어서는 투쟁이나 노동자 간 연대와 단결은 갈수록 약화된다.

    사실 현대차의 실적은 수직 계열화 속에서 일감몰아주기, 이전가격 조작 등 피라미드식 수익 구조로 가능했던 것인데, 이러한 경영 실적을 절대화하여 위계화된 서열이 강요된다. 계열사 노조(지부·지회)의 목표는 현대차만큼 받으면 되는 것으로 폭이 제한된다.

    결국 개별 노조 차원에서 확보 가능한 것은 생산보전 즉 임금보전이 된다. 미래 발전을 담보하는 설비투자, 노동시간 단축, 기본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은 가이드라인에 걸리고, 돌파하기 어려운 비정규직 격차해소와 정규직화 사업 등은 부차시된다.

    또한 현대차 그룹은 중앙집권적 노무관리(계열사 및 부품사까지 일사 분란한 지침)가 가능하나, 금속노조는 분권적인 교섭구조에 머물러 있다(지침은 있지만 최소기준이다). 중앙교섭은 왜소화되어 있고, 새로 시도하고 있는 그룹사교섭 등은 사용자가 나오지 않는다.

    과거 민주노조의 교두보였던 현장조직도 많은 부분에서 건강성을 상실하고 있다. 현장조직의 주요한 임무였던 활동가 발굴과 육성이 무력화 되어 있고, 집행부를 견인하여 장기적인 운동 전략을 추진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성과를 둘러싼 과도한 집행권 경쟁으로 조직적 단결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대화기구

    현재의 정체된 노동운동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혁신 과제가 제시될 수 있겠지만, 이 글에서는 사회적 교섭을 통한 사회운동적 노동운동의 부활을 주요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는 제도개선으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1) 사회적 교섭의 유용성이 높아진 배경

    현재 시기에서 사회적 교섭은 크게 세 가지 변화된 배경에서 필요하다.

    첫째, 촛불혁명으로 창출된 공간에서,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수단이 필요하다.

    촛불항쟁 이후 억눌려 있던 비정규직 등 다양한 노동자들의 투쟁이 진전되고 있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때 조직화로 발전할 수 있다. 90%를 차지하는 미조직 노동자를 포함하여 전체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활용하고 여기서 합의된 내용을 제도개선으로 연결시켜야 한다. 현재 정상적인 산별교섭이나, 단일한 진보정당이 부재한 조건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는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에 기초해서 사회양극화 등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용한 틀이 될 수 있다.

    둘째, 저성장 시기 산업에 대한 개입으로 구조재편에 대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별 노사관계를 넘어선 산업차원의 이해당사자 간 대화의 틀이 필요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시기가 도래하면서 신자유주의 발전 모델은 성장동력의 약화, 사회양극화 등으로 한계상황에 도달하고 있다. 특히 수출주도 경제를 가진 국가들이 어려움에 봉착하였는데, 한국도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면서, 조선해운 산업이 큰 타격을 받았고 화학섬유, 철강산업도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주요 국가에서는 저성장 시기 출구전략으로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통 제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된 융합산업으로 변화하면서 무인 자동화, 외주화 등이 촉진되고 있다.

    호황시기와 달리 불황시기에는 기업별 임단협으로 성과를 내기 어렵고, 산업재편에 대응하지 못하면 고용조차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노동조합의 활동은 산업정책에 대한 개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아닌 산업 및 업종 단위의 사회적 교섭이 요구된다.

    셋째,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이 정책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도록 압박하여 ‘노동시간 단축’, ‘노동자 경영참가’, ‘비정규직 차별해소 및 정규직화’, ‘초기업별 교섭’ 등에서 새로운 진전을 만들어 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공약

    2) 현재 활용 가능한 사회적 대화기구

    현재 민주노총이 관련된 사회적 대화기구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노사정위원회’ 등이 있다.

    ○ 최저임금위원회

    1986년 최저임금법 제정으로 최저임금심의위원회 설치 근거가 마련되었고, 대통령령으로 사무국이 설치되었다. 현재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회는 2017년 심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1,060원이 인상된 시급 7,530원, 월급 157만 3,770원으로 결정하였다. 최초 요구했던 1만원에는 미흡하지만, 역대 최고 금액이 인상되어 저임금·비정규직 노동자 삶이 일정하게 나아질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보수진영에서 거부 운동을 선동하고 있고, 몰지각한 일부 자본들은 취업규칙 변경으로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기본급은 올리지 않고 기존 고정수당을 기본급화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 일자리위원회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두고, 위원회에서 부처 간 협의를 추진하며 노사 대표를 참가시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현재 민주노총이 참가하고 있는데,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기준과 대상을 협의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민간부문 전문위, 제조분과, 4차산업분과에 참가하기로 하였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조의 역할 등이 필요한데,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사 등 일자리를 대폭 늘리면(노동강도 약화) 연대기금 500억원을 마련하기로 했고, 양대노총 공공부문은 성과연봉 1,600억원을 반납해서 연대기금으로 쓰기로 하였다. 금속노조(현대기아차그룹)는 통상임금 소송분 2,500억원으로 연대기금으로 내겠다며, 사용자측에서 같은 금액을 부담할 것을 제안하였다.

    ○ 노사정위원회

    제도화된 실질적 기구이나 구성 자체가 정부 주도로 짜여 있어, 노사의 역할 제한적이다. 현재 한국노총의 불참으로 휴업 상태에 있다.

    정상화를 위해서는 구성 멤버와 운영 구조의 개편(노조 위상 강화, 합의적 운영) 등이 필요하다.

    ○ 4차산업혁명위원회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각 분야 전문가 최대 25명의 민간위원과 과기정통부·중소기업부·산업부·고용노동부 장관 및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등 5명의 정부위원으로 구성되며 올해 9월 출범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 위원회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한 종합적인 국가전략을 논의하고 각 부처 실행계획 및 추진 성과를 점검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 지능형 공공서비스 확산, 신산업·신서비스 육성, 법제도 및 규제 개선, 고용·복지 등 사회혁신, 교육혁신, 대국민 인식 제고 등 4차산업혁명 전반에 관한 이슈도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3) 사회적 대화기구의 전망

    사회적 교섭이 초기단계에 있으므로 완성된 틀을 규정할 필요는 없으며 중앙, 지역, 산업별로 다양한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면서 민주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기존에 지나치게 과도한 정치적 영향을 받으며 중앙수준에서 작동했던 기구들을 다층적 중위 수준에서 운영할 수 있다. 구체적 현안을 논의할 수 있는 지역, 산업·업종 단위가 오히려 실용적인 대화와 가시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는 정규직 문제도 다루지만, 주로 노동시장 양극화 극복을 위한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양대 노총이 포괄하는 노동자는 10% 수준으로, 90%가 미조직 상태에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는 사회적 교섭의 플랫폼 역할을 하여, 다종다양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고, ‘합의를 지향하는 협의기구’로써 기능할 수 있다.

    중앙 사회적 대화기구는 이전 형식적인 대통령자문기구에서 핵심적인 대통령자문기구로서의 위상으로 격상시키고, 위원회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반드시 이행될 수 있도록 준 입법적 구속력을 갖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합의 이행을 점검·집행·평가하는 단위가 강화되어야 한다.

    산별운동 전망과 사회적 교섭

    1) 영역 : 기업에서 산업으로 의제 확대

    현재 임단협 위주의 협소한 노조활동의 영역을, 산업에 대한 접근을 통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저성장 시기 산업구조조정,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 사회양극화 대응을 위해 노조의 개입이 필요하다. 노조는 단기 성과에서 벗어나 장기 전략을 가지고 전체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의제를 개발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서 노조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질 것이다.

    2) 도구 : 사회적 대화기구 활용

    노조의 산업에 대한 개입 전략으로, 산별교섭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회적 대화기구를 활용할 수 있다. 사회적 대화기구와 산별교섭을 병행해서 보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교섭이 진척되지 않거나,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노동조합은 사회적 명분을 가지고 집회, 파업, 공론화 등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3) 전술 : 중층적 교섭구조에서 산별교섭으로 연결

    산업 및 고용 관련 문제를 우선적인 의제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노동 문제(산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정 또는 노사정학 대화기구를 구축할 수 있다. 그 연장선에서 자동차·조선 업종별 대화를 추진할 수 있다.

    산별교섭이나 노동현안은, 노사 간 첨예한 쟁점이 많아 당장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산별교섭 전략을 보면 의료산업(메르스 등)을 논의하면서 산별교섭으로 연결하였고, 최근에는 일자리위원회에서 보건산업 일자리 확충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산별교섭으로 연결하고 있다. 여기서 의료보험 수가 책정에 대한 정부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권고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공공부문도 사회적 교섭(인천공항 공공부문 비정규직 일소, 성과연봉제 폐기 = 연대기금 조성 등)으로 일자리와 임금체계 등을 논의하고 있다. 사용주가 곧 정부이므로 공공부문 노조의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산별교섭의 위상을 가질 수 있다.

    금융부문은 인터넷은행, 핀테크 산업으로 인한 일자리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고 있는데, 금융산업 규제 관련한 정부의 영향력이 크므로 사회적 교섭이 가능하다.

    민간부문은 사회적 대화를 사측이 거부하면 정부가 강제하기 어렵다. 민간부문의 사회적 교섭의 경험은 아직 없다. 최근 일자리위원회 민간부문 제조분과가 구성되어 제조연대가 주도(민주노총과 한국노총 50만 조합원, 사회적 영향력이 큼)할 수 있는 조건이다. 아직 세부 의제와 대화형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대화기구가 구성되고 여기서 산업과 일자리 등의 문제를 다루게 되면, 이는 자연스럽게 사회양극화 문제, 비정규직 문제, 노동시간 단축, 교대제, 임금체계 개편 등과 연관되게 된다. 이런 내용은 사실상 산별교섭의 의제와 같다. 이러한 내용들은 중앙 차원에서 큰 틀을 합의하면 산업, 업종, 지역, 기업별로 세부 논의가 진행되게 된다.

    금속노조가 사회적 교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면서 노동운동 발전을 담보할 수 있는 ‘의제 선택’과 ‘대안 마련 정책 역량’, 그리고 ‘내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 주요 의제

    – 원하청(정규-비정규) 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10개년 계획: 정상적인 납품단가, 원하청 이익 공유, 임금체계, 교대제, 노동시간 단축까지 포함하여 논의.

    • ‘비정규직 연대기금 조성’ : 사회적 명분, 고립 탈피, 산별 논의로 발전 가능.

    최저임금 1만원실현 방안 : 자영업·중소기업 문제, 정부 지원, 경제적 장점 논리 개발(내수 회복), 공단 선전 및 조직화 연계, 성과급 조정 등 편법 대응.

    산업 재편, 디지털 전환(4차산업혁명) 대응

    • 중소조선 RG발급, 국내투자 지원, 간접고용 해소, 일자리 확대.
    • 기술변화에 인간의 주도성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노조개입 고리
    • 디지털 전환(4차 산업혁명)으로, 전환배치/실직 발생 – 교육·훈련, 실업급여, 재취업 부문에 대한 노조 개입은 매우 중요한 기재임
    • 예전의 손끝경험(장인, 쇳물 색깔만 보고도 상태 파악 → 컴퓨터로 측정)의 숙련 약화, 로봇이 용접, 프레스, 도장, 사출, 품질검사, 정비(OBD커넥터) 등의 업무에서 인간을 대체하고 있음.

    숙련의 개념이 작업 전체 공정을 이해하고 고장시 대체할 수 있는 능력으로 확대되어야 함(호봉제에서 숙련 간과되었으나, 로봇 시대 인간의 주도성은 숙련으로 가능).

    • 신기술 도입시 새로운 직무 개발·정의·양성 = 산별교섭

    새로운 직무교육 = 교육·훈련 : 교사 양성, 비용 부담 누가 하나(회사, 정부) = 사회적 대화. 노동조합이 참여해서 고용, 교육·훈련(산업 재편, 전환배치) 등 개입 필요 = 이 부분이 사회적 교섭이며 산별교섭으로 연결되는 고리가 될 수 있음.

    • 전기차, 자율주행 부품이 확대되고 자동화, 각종 디지털 장비 도입 – 로봇 세팅 및 관리, 고장시 대처 능력 필요(디지털 기술과 장비에 대한 지식).
    • ‘실노동시간 단축’ : 주간2교대 전면화(일부 부서 4조3교대 검토 등), 잔업·특근 축소, 디지털 전환과 자동화 등을 고려하여 일 6시간 근무 등 획기적 단축 방안 고려.
    • ‘디지털 시대 노동권 재정립’ : 일과 휴가의 탈경계, 플랫폼 노동 대응.

    – ‘단체협약효력확장’ : 산업·지역별 단협 효력확장 제도화 및 산별교섭과 연결.

    ○ 이해당사자 거버넌스(제조산업협의회) 구축

    – 노동조합은 단순한 이익 집단이 아니라, 사회적 대의를 위하는 조직이며, 이를 실현할 전략과 정책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 제조산업협의회를 구축해 가는 과정으로 다양한 논의틀을 가동할 수 있다.

    : 제조업,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전기전자 등 부문별 논의틀(업종협의회)

    금속노조는 사회적 대화기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명분 있는 의제를 제시하고 공론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틀을 이후 산업별대화 또는 산별교섭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 이를 위해 조합 차원의 정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연구원, 정책실, 자동차분과 미래전략팀 구성 등).

    ① 노조의 사회적 대화기구 참여 전략전술을 개발한다(중장기 프로그램).

    • 정치권 네트워크 구성(국회, 정부 부처 : 산자부, 노동부, 미래부, 국책기관 등과 포럼, 논의틀 추진)
    • 산별노조 및 진보적 연구·학술단체 등과 정책·토론 일상화, 공론화

    예)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금융노조, 한국노동연구원 등

    ② 조합과 지부 단위 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교육과 토론을 강화한다(맨아워 담당자 재소집 등).

    • 현재 현대차, 기아차 미래전략위원회 구성·운영 중, 충남지부 지역 단협 요구.
    • 조합 내부의 공감대 형성 : 교육과 토론 조직.
    • 내부 조합주의, 실리주의 관성을 설득·조정.
    필자소개
    금속노조 금속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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