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운동 변화 시작되나
    [집담회] 대안노조운동과 대중주체
        2017년 08월 26일 01: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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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25일 민주노총 15층 회의실에서 “우리로부터 변화, 대중주체 형성을 위한 제언”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대안노조운동’을 내건 이들은 서울 집담회라 이름 붙였다. 아마도 이후 각 지역에서도 이런 토론회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듯하다. 이들은 지난 해 12월 19일부터 모여 의견을 조율해 왔다고 밝혔다. 이들이 진행해 온 여섯 차례의 집담회 제목을 보면 대략 이들의 고민을 알 수 있다.

    “촛불,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그리고 현재의 상황” “현 정세에서의 민주노총에 대한 생각을 듣다” “우리 안의 적폐 성찰과 극복 방안” 등이 그것이다. 주도한 사람들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화학섬유연맹, 희망연대노조 등 소속이 다양했다. 이날 집담회는 요근래 보기 드물게 자리가 가득 찰 정도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가했다.

    한석호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회 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담회는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라는 이들의 문제의식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산별, 지역, 정파의 틀을 넘어선 ‘자유로운 활동가의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시작했다.

    대표발제를 맡은 금속노조 조건준 경기본부 조직국장은 비록 대중이 떠난 민주노조이지만 신자유주의가 퇴조하면서 “전환의 기회가 왔다”라고 규정했다.

    촛불항쟁과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노동자 운동의 계급주체를 형성하고, 대안노조의 사회운동을 통해 이를 실현하자고 제안했다. 비록 민주노총 안에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2000년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대두된 이후 지난 5년간 노사분규의 70%를 비정규직 운동이 차지하고, 현재 민주노총 조합원이 18만명으로 24.6%를 차지하는 노동운동의 현재가 새로운 씨앗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새로운 씨앗을 어떻게 거둘 것인가?”라는 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노조운동을 제안했다. 다만 그 대안노조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상상하고, 실천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노조의 퇴행 → → → → → 대안노조
    주된 목표 조합원에 제한된 이익 추구 노동시민의 보편적 권리 실현
    노동자이해 규모‧고용형태에 따른 분할 불안정 노동의 통합
    핵심수단 사업장 교섭력 중심 지역, 산업, 사회적 연합의 힘
    투쟁방식 대항폭력/결과대응 반폭력, 원인대응/프레임투쟁
    조직형태 기업별 + 산업별 구획 노조자원의 공유 관계망
    핵심전략 꺾인 양날개와 사회적 지위하락 낡은 이념의 지양, 사회세력화

    또한 결과가 아닌 원인에 대한 투쟁, NL-PD라는 낡은 이론과 전략의 정파세력화를 넘어선 사회세력화, 노조 조직율 30%의 정치세력화 등 민주노총 혁신방안도 제출했다. 그동안 금기시되어 온 사회적 합의주의에 대해서도 “제도를 활용하되 제도의 변화를 꾀하는 교섭과 투쟁”의 방향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대중주체를 형성하는 사회운동의 장으로서 사회연대를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계급형성과 전략조직화를 위한 산별노조의 재편, 정파정당과 정파노조가 아닌 사회운동노조로의 방향을 분명히 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났고, 여전히 높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촛불 이후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조건을 상당한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회대개혁 요구가 대중적으로 제출되었지만 노동의제는 주도성을 가지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하면허 “고용안정, 저임금 및 임금격차 해소,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의 악순환 끊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재벌개혁, 한반도 평화와 통일” 등 여섯 가지를 주요한 의제화의 내용으로 제출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어떤 힘으로 관철해 나갈 수 있을 것인가이다. 대안노조를 주창하고, 전국 순회를 예정하고 있는 이들의 전국 네트워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토론에서는 “과연 우리 안의 갈등 문제를 정리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지적도 있었다. 현재 조직되어 있는 대공장의 조합원들이 자기 회사의 비정규직을 조직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함이 없이 조직률 30%라는 목표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500명 정규직이 800명 비정규직 조직은 안하고 밖의 비정규직을 조직하자고 자금을 투여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어 다양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참석자들은 “우리 내부의 갈등을 조율하고, 조절할 능력이 없다” “이미 우리가 충분히 알고 있음에도 대안이 없는 것을 얘기해야 한다.” “현재 케인즈주의의 말기인데 대안노조운동이 가능한가?” “폐쇄성은 민주노총 자체에 있었고, 게을렀다는 반성을 먼저 해야 한다” “작은 부분은 실천해서 주체를 만들려면 교육, 콘텐츠가 필수적인데 그런 구체적인 대안이 되어야 지지를 받는 노조운동이 될 것이다” “무엇을 위한 사회적 교섭 참여인지가 분명하지 않으면 자칫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으니 이제 투쟁 말고 대화하자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담론으로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이 정도 내용으로라도 진척시켜 나가자. 그동안 손가락질 많이 했으면 이제 발걸음을 시작하자”

    “회의와 교육내용을 변화시켜야 대중이 주체로 형성될 것이다” “담론도 중요하지만 오늘 같은 자리도 분반토론 등을 통해 자기 의견을 1분이라도 말할 수 있는,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었어야 한다” “산별과 대공장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점이 없으면 대안노조는 불가능하다”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 변화될 생각이 없다고 보인다” “우리 내부 토론만으로 새로운 게 나올 수 있을까라는 회의가 있다” “우리 이외의 사람들 얘기도 들으면서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합원과 지도부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답이 없으면 대안노조는 불가능하다” “활동가 간부들이 무능하다. 비겁하다. 현안에만 몰두해 왔다. 그것이 원인이다” 라는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발제와 토론이 아니다. 이날 집담회에서 주장되고 토론된 내용들이 어떻게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실천될지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점점 다가오고 있는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과정에 제출된 대안이 어떤 방식으로 결합되고, 분리되어 이들의 말대로 “총체적 난맥상”을 극복하고, 그동안 진척이 없었던 각종 “혁신논의를 실천으로 매듭”짓고, “향후 10년 안팎을 규정할 전략흐름”을 형성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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