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징역 5년 선고
    ‘뇌물죄’ 등 5개 혐의 모두 유죄
    정의 “구형의 절반, 봐주기”, 자유 “여론몰이 재판”
        2017년 08월 25일 05:2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수백억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공소 사실과 관련해, 뇌물·횡령·재산국외도피·위증죄 등 5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공동으로 37여억원을 추징했다.

    재판부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승마 지원이 승계 작업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제공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향후 박 전 대통령의 유죄 판단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이와 관련한 횡령과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뇌물액수는 77억9천735만원 가운데 72억원을 인정했다.

    그러나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선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봤으며, 특검이 주장한 뇌물 약속액 213억 원은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이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출석해 정 씨의 승마 지원에 대해 보고 받지 못했으나 최씨 등을 알지 못한다고 답한 것도 위증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본질은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의 밀접한 유착”이라고 규정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 이후를 대비해 이재용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꾸준히 준비하던 삼성 임원들이 우리나라 경제정책과 관련해 최종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승계 작업에 도움을 기대하며 거액 뇌물을 지급하고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했으며 재산을 국외로 도피하고 범죄수익 은닉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의 정경유착이 과거사가 아닌 현실에서 있었다는 점에서 국민의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 부회장에 대해선 “청탁 대상이었던 승계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할 지위에 있고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부회장의 승계 작업 추진이 개인 이익만을 위한 게 아니라는 점도 양형에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청탁 여부와 관련해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 승계작업을 명시적으로 청탁한 증거가 없다”며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에서 개별현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또 “피고인들은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청탁하고 뇌물을 공여했다기보다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고 했다.

    삼성 측은 물론, 특검도 양형에 반발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 총수에게 유독 솜방망이 처벌을 일관해온 탓에 실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특검이 징역 12년을 구형한 점을 감안하면 ‘삼성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한 사법부의 냉철한 판결을 국민들과 함께 존중한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재용 부회장이 할일은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것”이라며 “재판과정에서 법률적인 기교는 그만 두고, 반성하는 마음으로 법적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박정하 바른정당 수석대변인도 “이번 판결은 법 앞에 누구나 평등하고, 우리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정경유착의 폐습을 끊으라는 준엄한 주문”이라면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인정한 헌법 재판소의 결정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재벌의 변칙적인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총수와 정치권력간의 검은 거래에 뇌물죄 법리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징역 5년의 양형이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과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는 수준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 또한 “이번 재판부의 선고는 특검의 구형보다 한참 줄었다. 핵심 혐의들을 인정하면서도 구형의 절반에 못 미쳤고, 삼성 임원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며 “정경유착으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의 장본인에게 너무도 가벼운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최 대변인은 “‘봐주기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유착이 본질”이라며 “이번 판결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엄정한 처벌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번 재판에 여론몰이와 정치권의 외압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강효상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그동안 재판에 정치·사회적 압박이 존재했다는 사실에 우려한다”며 “상급심에서 이 같은 여론몰이나 정치권의 외압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무리한 과잉처벌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며 “앞으로 항소와 상고심 절차에서 실체적 진실이 더 밝혀져 억울한 재판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ㄷ.

    한편 민주노총도 논평을 내고 “이재용의 범죄는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형이 가능한 범죄이고, 징역 5년은 판사가 내릴 수 있는 가장 낮은 수준의 형량”이라며 “‘이재용 살리기’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며 법원의 판결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영권 승계에 뇌물 공여 등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승계작업 추진이 이 부회장 개인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법원의 설명에 대해 “중범죄를 저질렀으나 어쩔 수 없이 저질렀고, 개인 이득을 취하기 위한 나쁜 의도와 목적이 아니라는 해괴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인정하지 않은 것도 “알맹이 빠진 유죄 판결”이라며 “롯데, SK 등 재단에 출연한 다른 재벌총수들의 뇌물혐의와도 직결되어있기에 결국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물 타기 판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재판부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밀착이라는 이 사건에 대한 성격규정과 이재용에 대한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해 스스로 유죄판결의 빛을 바래게 하고 말았다”며 “특검은 즉각 항소를 하고, 사법부는 1심 무죄 판결의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