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년 7·8·9대투쟁 30년,
    노동자 스스로 길을 찾자
    [7·8·9투쟁] 노동운동 과거와 현재
        2017년 08월 24일 06:0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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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한국 사회의 커다란 변화를 이끌어 낸 87년 6월 항쟁 못지않은 파급력으로 세상을 흔들었던 1987년 7,8,9 노동자 투쟁 30주년인데도 말이다.

    민주노총 주최의 토론회가 9월 6일 한 차례 열리고, <노동자 인간선언>이라는 기념전시회가 진행되는 정도다. 그밖에 서울대병원, 서울지하철 등 30주년을 맞이하는 노조별로 기념토론회, 문화제가 개최되는 정도다.

    사실 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과연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논의도 있었다. 그만큼 탄압이 심했다. 사업장을 벗어난 지역 차원에서의 정치적 대중조직, 혁명적 대중조직 등의 논의가 심각하게 진행된 이유다.

    영화 <파업전야>에서 나오는 것처럼 당시 노조법이 정한 30명 이상을 모아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하면, 노동청이 바로 사측에 통보하여 대량 해고를 시켜버렸다. 블랙리스트를 통해 재취업도 막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고, 수배되고, 심지어는 죽어야 했다. 이를 일거에 뒤집은 것이 87년 노동자대투쟁이다.

    87년 현대중공업 노동자 투쟁의 한 장면

    경복궁역에서 진행하고 있는 노동자대투쟁 기념 전시전의 한 사진

    통계에 따르면 그해 7월부터 9월 사이 전국적으로 3,341건의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하루 평균 150여 개 사업장에서 투쟁이 진행된 셈이다. 참여한 노동자들은 10인 이상 정규직의 1/3에 해당하는 120만 명으로 집계된다. 오랜 억압에 눌렸던 노동자들이 전국에서 혁명적으로 들고 일어섰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지났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던 노동조합은 현재 어디에 서 있는가?

    그동안 많은 전진이 있었다. 공돌이 공순이는 노동자가 되었다. 산업역군이라는 미명 아래 온갖 착취와 억압을 당한 노동자들이 그 억압을 벗어났다. ‘노조=빨갱이’라는 등식을 깨고 선생님도, 공무원도 노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전진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민주노총 중집은 투쟁과 조직전략에 대한 논의보다는 내부 조직 갈등에 대한 논란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를 분리하자는 안이 대의원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기아자동차노조가 있다.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시험도 안본 것들이, 교대도 안 나온 것들이 정규직이라니 가당찮다”는 비웃음에 대해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데도 교사·공무원의 엘리트 집단이 한솥밥 먹는 같은 교직원인 비정규직으로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걸 우리는 온 몸으로 느낀다.”라고 절규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수십, 수백, 수천의 경쟁을 뚫고 들어 온 청년 조합원들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들어오는 노동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원자력을 폐기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제안에 대해 원자력노조가 반대하고 나서기도 한다.

    한국 사회 전체를 위한 가치는 사라지고, 각자도생의 이기적 삶이 그것을 대체한다. 그 앞장에 민주노조가 있기도 하다. “평등사회 앞당기자” “노동해방 쟁취하자”라는 구호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노동자는 하나가 아니다.

    87년에 진행된 7,8,9 노동자 대투쟁은 6월 항쟁에 뒤이어 곧바로 진행되었다. 지배계급의 틈새가 벌어진 사이를 직관으로 돌파했다. 6월 항쟁이 배제한 “노동이 있는 민주주의”를 스스로 찾아냈다. 30년이 지난 지금 촛불혁명이 만들어 낸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노동자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8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정부 하에서 노동자 열 명 중 고작 한 명만 조직하고 있는 조직률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그동안 왜곡되어 온 각종노동악법을 혁명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난 87년 투쟁이후 30년 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꿈꾸기 위해서다.

    레디앙은 87년 노동자대투쟁 30주년을 기억하고 오늘 다시 되새기려 한다. 그 시기의 노동자 인터뷰, 한 장의 사진이 말해주는 노동운동의 역사, 각종 노조의 87년 노동자대투쟁 토론회와 행사들, 과거의 향수가 아닌 미래를 위한 청년노동자의 목소리 등을 담아보려고 한다.

    독자들의 기고와 참여도 열렬히 환영한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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