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국민연금 이용
    사적 이익 취하지 않았다?
    토론회 “국민연금 최소 3천억 손실, 이재용 일가 2조원 이득 얻어”
        2017년 08월 16일 05: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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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뇌물사건’, ‘삼성-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으로 불리며 여론의 관심을 모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선고만 남겨두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특검의 12년 구형에 앞서 최후진술을 통해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서민의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고 그런 욕심을 내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특검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제공의 대가 중 하나로 불공정한 합병에 대해 국민연금의 지원을 받았다고 지목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총수 일가의 사적 이익, 즉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이용했다는 특검의 주장을 배척하는 동시에 이번 재판의 쟁점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민변 민생경제위원회·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주최로 열린 ‘이재용 재판, 어떻게 될 것인가?’ 토론회에선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이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최후진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재용 재판 관련 토론회(사진=참여연대)

    이재용은 국민연금을 이용한 합병에서 사적 이익 취하지 않았나
    “국민연금 최소 3천억 손실, 이재용 일가 2조원 이득”

    홍순탁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조세·재정팀장(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이날 발제문을 통해 최소값의 손실액으로 따져도 “국민연금은 약 3천억 원의 손실을 보게 되고 동일한 기준으로 이재용 일가는 1조 8천억 원의 이득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여러 기관이 외압 없이 객관적으로 산정한 합병비율을 종합하면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적정 합병비율의 범위는 1대0.64에서 1대1.21다. 이를 활용해 손실액을 산정할 경우 국민연금의 손실액은 약 3천억 원에서 6천억 원의 범위로 계산된다”며 “이는 특검이 제시한 손해액인 1,388억 원을 크게 초과하게 된다”고 이같이 지적했다.(실제 합병은 1대0.35로 이뤄졌다)

    국민연금은 합병기준일에 구 삼성물산을 11.2%, 제일모직을 4.8% 보유하고 있었다. 비율로는 구 삼성물산을 2배 이상 보유하고 있었지만, 두 회사에 대한 지분가치는 약 1조원 내외로 비슷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국민연금의 이해관계는 합병비율과 무관하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서도 홍 팀장은 “합병비율과 국민연금의 이해관계가 무관하다는 주장이 맞다면 어떤 합병비율로 결정되든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이 같게 나와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보유했던 지분조건을 가지고 합병비율과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국민연금의 지분율을 계산한 결과 합병비율이 올라갈수록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홍 팀장은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로 “합병 후 각 주주의 이해득실에 영향을 주는 핵심변수가 지분율이지 지분가치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은 구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이 높았기 때문에 구 삼성물산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도출될수록 합병 후 지분가치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이재용 일가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것”이라며 “이재용 일가에 이득이 생기면 생길수록 국민연금의 손해는 증가한다”고 강조했다.

    홍 팀장은 “합병이라는 거래에서 이러한 대주주와 소액주주 간의 이해상충관계는 항상 발생하는 문제”라며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합병거래에 내재한 핵심적인 이해상충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노후자금을 탐할 정도의 못난 놈은 아니다’라는 이재용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고 비판했다.

    만약 합병비율과 관련해 본인과 국민연금의 이득이 정반대에 있다는 상황을 몰랐다면 “이재용은 경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 중 기본중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국내 최대기업의 실질적인 경영자가 자신의 무능력과 식견 없음을 강조하는 상황은 삼성에게도 그리고 한국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했다.

    아울러 피고인 심문과정에서는 제일모직과 구 삼성물산의 합병은 두 회사 경영진이 결정했을 뿐이며 본인과는 무관한 사안이라는 이 부회장의 주장에 대해선 “이재용 일가는 합병기준일에 제일모직을 42.2%, 구 삼성물산은 1.4% 보유하고 있었다”며 “제일모직 지분을 압도적으로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도출될수록 이재용 일가의 합병 후 지분율이 올라가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합병비율이 변경됨에 따라 이재용의 일가의 통합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율과 지분가치에는 현격한 차이가 생기게 되는데, 합병비율이 자신의 이해득실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억지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경영권 승계작업은 특검이 만든 허구의 프레임?

    이 부회장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작업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은 각 계열사의 경영상 판단에 의한 개별적인 현안사업일 뿐이고, 이재용으로의 승계를 위한 작업이라는 프레임은 특검이 만들어낸 허구의 프레임이라는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 소속 이상훈 변호사와 민변 김도희 변호사는 발제에서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다른 그룹과 같이 상속세를 절감한다거나 지분율 하락의 위험을 만회하는 것뿐만 아니라, 삼성그룹만의 취약한 지배구조의 문제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재용은 경영권 승계에서 이건희 사망 후 8조원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상속세를 최소화하면서 그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며 또한 “에버랜드와 삼성SDS주식을 어떤 방법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 과정에서 삼성생명을 매개로 한 삼성전자 지배라는 불안정한 그룹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안정화시킬 것인가라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과제를 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발제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재용의 내부 지분율이 취약하고, 이런 취약점에 대처하기 위해 사실상 보험계약자의 돈으로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이 비금융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건희 회장도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등 계열사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했고, 그 중 삼성물산은 삼성생명을 통해 지배했기 때문에 결국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했다.

    두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해결을 위해 삼성그룹의 지주회사체제로의 전환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였다”며 “3번에 걸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의 독대, 총 433억 2,800만 원 상당의 뇌물공여 및 공여약속 등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위한 시나리오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 삼성 SDS와 에버랜드의 상장, 제일모직·구 삼성물산의 합병 등이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다는 삼성 측 주장에 대해서도 “중간금융지주회사는 안정적인 이재용의 그룹 승계 및 지배구조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며 “구주매출방식을 이용한 삼성SDS 주식발행행태 및 상장 당시 에버랜드의 양호한 재무상태로 보았을 때 이를 단순한 자본확충의 일환으로 볼 수 없으며,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형사판결문에서 제일모직-구 삼성물산 합병이 승계작업의 일환이라고 적시됐다”고 반박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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