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알송알 싸리잎에 송송송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송'과 '알'
        2017년 08월 16일 11:24 오전

    Print Friendly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

    어릴 적부터 부른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송알송알’과 ‘송송’은 별다른 뜻을 갖지 못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싸리잎, 거미줄, 풀잎, 꽃잎에 맺힌 물방울이 소리를 낼 리 없으니 이 말들은 의태어라고 판단을 했고 국어사전에서도 방울이나 열매가 맺힌 모양이나 거품이 이는 모양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송사리’와 ‘송두리’가 있는 것을 볼 때 이러한 설명이 엇나간 것임은 명백하다.

    ‘많다’의 뜻을 가진 ‘송’은 단독으로 쓰지 않는다. 최소한의 형태인 ‘송이’나 ‘송아리’는 꽃, 열매, 눈 따위가 함께 있는 것을 부르는 말로 ‘많은 것’의 뜻이다. 그러므로 ‘송사리’는 ‘떼로 몰려다니며 산다’는 뜻이고 ‘송두리’는 있는 것의 전부를 가리키는 말로 ‘많은 것의 둘레’라는 뜻이다.

    우리말의 특징은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같은 말을 반복하면 의미는 강화되기 때문에 뜻이 분명해져 이해하기 쉽다. ‘송송’은 많은 구멍이 뚫리거나 많은 땀방울 등이 조밀하게 모인 것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특히 파를 썰 때는 여러 줄기를 나란하게 놓고 한꺼번에 자르기 때문에 안에 구멍을 가진 파의 조각들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송송’의 본질을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예가 된다.

    ‘송송’을 강조한 말인 ‘송골송골’에서 ‘골’은 ‘만(萬)’의 뜻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골백번’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러므로 ‘송골’은 수의 개념으로만 이루어진 말로 ‘매우 많다’의 뜻이다.

    ‘송’을 분명하게 풀었으니 ‘송알송알’은 작은 알갱이를 이룬 물방울이 많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한국말의 또 다른 특징은 자리바꾸기이다. ‘송알송알’의 자리바꿈 형태는 ‘알쏭알쏭’인데 같은 소리가 반복되는 것이 단조로우므로 뒷부분을 고쳐 ‘알쏭달쏭’을 만들었다. 알갱이가 많다는 의미의 구성은 동일하지만 결과적으로 분명하게 분간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와 완벽한 형태와 의미를 가진 다른 것은 ‘아리송’이며 완벽하게 동일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은 ‘알콩달콩’이다.

    ‘아리송’을 보면 ‘알’은 ‘알다’와 관계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알’은 둥근 모양의 것으로 태생과 달리 난생은 상대적으로 간단한 구조와 절차를 가지고 있으므로 한국말에서 알갱이, 알몸, 알토란, 알거지, 알부자와 같이 겉을 덮어 싼 것이나 딸린 것을 제거한 본질적인 것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영웅은 알에서 나온 것일까? 아무튼 부수적인 것이 아닌 핵심적인 것을 취하는 것이 바로 ‘알다’이다.

    필자소개
    최새힘
    우리는 아직도 뜻이 서로 맞지 않는 한문이나 그리스-로마의 말을 가져다 학문을 하기에 점차 말과 삶은 동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말의 뜻을 따지고 풀어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