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공공장소에서
바닥에 앉거나 드러눕나?
[인도100문-9] 안/밖의 모호한 경계
    2017년 08월 16일 08:5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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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 흉을 가장 많이 보는 것 중에 하나가 저 사람들은 더럽다, 이거나 공중 질서가 없다, 일 것이다.

이 둘 가운데 그들이 과연 더러운가가 더 원초적인 문제인데, 그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 나누도록 하고 오늘은 그들은 과연 공중 질서가 없는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뭘 보고 그들이 공중 질서를 안 지킨다고 하는지에 대해 물으면 납득한 만한 것이 많다. 대체로 소위 말하는 후진국 병으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리도 그랬고 일부에서는 지금도 그러고 있는 것이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는 우리가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단지 우리와 다를 뿐 그들이 공중 질서를 안 지키는 것도, 그들의 문화가 잘못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인도를 들락거리고 인도 내 여러 곳을 왔다 갔다 할라치면 누구나 거쳐야 할 곳이 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 같은 곳이다. 그런 곳을 자주 가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바닥에 털썩털썩 주저앉고 심지어는 드러눕는가? 여기가 자기들 안방인가? 그렇다, 그들은 여기를 안방으로 여긴다. 그들은 왜 엄연한 바깥 공간을 자기들의 안방으로 여긴다는 말인가?

힌두의 공간적 세계관을 보면 안과 밖의 경계는 분명치 않다. 그러니 우리같이 신발을 벗고 마루를 건너 방으로 들어가는 개념이 없다. 시골에 있는 전통 가옥을 보면 마당과 방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위에 천장이 있으면 방이고 없으면 마당으로 구분되는 거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보면 안과 밖이 여러 점에서 불분명하다.

이 지점에서 그들이 갖는 ‘베란다’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베란다’라는 말은 산스끄리뜨어로서 안과 밖이 공존하는, 즉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그런 공간을 말한다. 열려 있는데 위로는 닫혀 있고 위로는 닫혀 있는데 옆으로는 열려 있는 인도 특유의 공간이다.

집 가운데 있는 마당이나 베란다 같은 공간에서는 집 안에서 하는 일을 마음껏 하는 게 얼마든지 자연스럽다. 거기에서 밥도 먹고, 평상 끌고 와 낮잠도 자고, 아이들은 공부도 하고 … 안방에서 하는 일이 모두가 다 허용되는 공간이다. 그들은 소위 사적 행위를 위한 공간과 공적 행위를 위한 공간, 더 쉽게 말하자면 사생활과 공생활을 공간 차원에서 딱히 구분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다.

더군다나 그 사람들은 여전히 대가족 제도 안에서 산다. 그러다 보니 밖에서 하는 일에 많은 식구들이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식구들이 기차역이나 공항 같은 데 터미널 바닥에 앉아서 차 마시고, 이야기 하고, 아이들 밥도 먹이고, 카드놀이도 하고, 피곤한 어르신은 눕고 하는 일이 별 스스럼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물론 사람들이 아주 많이 다니는 길목 같은 곳은 자기들끼리 바닥에 눕거나 하는 것은 자발적으로 자제하는 경우도 있다.

인도인에게 공과 사의 공간은 구분되지 않는다 @이광수

공항을 이용할 정도면 배울 만큼 배웠을 테고 그래서 다 알만 한 사람들일 텐데, 라고 혀를 끌끌 차는 것은 사실 오만한 태도다. 그런 태도는 그 사람들의 문화를 존중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것이다. 한 술 더 떠 저 사람들을 빨리 교육시켜 문화인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발상 자체가 문화적이지 못하다.

한국 사람들은 안과 밖의 경계 개념이 매우 뚜렷하다. 그것을 기준으로 공중 질서를 유지한다. 그러니 매우 깔끔하고 정리정돈이 잘 되는 질서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동질감이 너무 크고 이질적인 것과 공존하는 법을 잘 모른다.

세계가 다 마찬가지지만 우리 같이 님비(nimby) 현상이 심한 곳도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드러눕지 않아 남 보기에는 깔끔하고 질서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조금 다르고 이질적인 것을 용납하지 못하는 그것도 아파트 값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짐승 같은 – 하긴 짐승은 그런 기준이 없지 – 기준에 의해 그런 짓을 자행하는 사람들이 인도 사람들의 경계가 불분명한 그래서 집안과 집밖의 행위가 뒤섞여 있는 그들 문화를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인도 세계의 섞이고 흩트리는 법을 좀 존중하고 배우는 게 필요한 때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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