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좌파 제3후보' 필요성 고민해야
    [기고] 대선 이후 진보 주체와 대중기반 형성 고민해야
        2012년 08월 23일 03: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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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교협 공동의장인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가 자신의 페북에 올린 고민들을 정리하여 레디앙에 기고 글을 보내어 게재한다. 주장 글이라기 보다는 현재 상황과 국면에 대한 조 교수 본인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제기하는 글이다.  주장하기보다는 토론되기를 바라는 심정이 묻어나는 글이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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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의 글은, 현재로서는 완전히 그냥 상상일 뿐이다.

     박근혜 이기는 것으로 고민 국한시키면 안돼

    먼저 박근혜의 당선이 우리 사회 정치발전의 거대한 후퇴라는 점에서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진보개혁진영의 중차대한 시대적 과제라는 점에서 광범한 합의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상황이 있다고 하여, 어떻게 박근혜를 이길 후보를 찾아내는 식으로 우리의 대선전략이 왜소화되어서는 않된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정치공학’적인 것이다. 시민사회와 진보개혁진영은 그런 점에도 고민을 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고민이 제한되어서는 안된다.

    문제 해결 위한 정치 주체와 대중 기반 형성하는 과정이어야

    대중들이 정당 외부의 후보, 즉 안철수와 같은 잠재 후보에 자신의 기대를 투사하는 현재의 상황은 한국 정치와 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한다.

    이를 잘 고려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에 내가 출간한 <민주주의좌파, 철수와 원순을 논하다>에서 논한 것처럼,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는 한편에서 강고한 계급적-사회적 기득권 세력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를 갖는 대중이 마주하고 있으며, 전자가 후자의 온건한 요구 조차도 수용하지 못하는 정치 무능력, 정당 무능력, 통치 무능력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넓은 괴리에서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그것은 한국 정치의 특수성의 반영이다.

    안철수 현상조차도 대중의 높은 평등주의적 기대에 기초하는 기성 정당과의 거대한 괴리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

    대중의 높은 기대가 안철수라는 비정당적 후보에게 투사되는 현상이고, 그런 점에서 ‘빈 기표’ 같은 성격이 존재한다.

    이러한 특수현상에 대면하여, 강준만 선생처럼 ‘이념적 갈등의 시대’를 넘는 새로운 리더쉽, 즉 ‘증오의 시대를 끌낼 적임자’로 과잉 기대하는 식으로 나아갈 필요는 없다.

    물론 안철수를 일언지하에 배척하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반대로 그것을 기대함으로써 문제의 해결을 기대해서도 안된다.

    설령 안철수가 대선후보가 되거나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선의 과정이 대선 이후의 문제를 해결해가기 위한 정치 주체와 그 대중적 기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많은 분들이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통해서 나름대로 응전을 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단지 그것들만으로 진보개혁진영의 대선에 대한 고민이 왜소화되어서는 또한 안된다.

    진보좌파의 제3후보라는 고민과 의미 생각해야

    현재의 상황은 대단히 유동적이다. 여기서 대선 전략을 새롭게 상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여기서 가설적으로 ‘진보좌파 제3후보’라는 문제설정을 하고 고민을 해본다.

    이것은 통합진보당이 당연히 대선에서 진보좌파 정치의 영역을 대표하고 담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상태에서의 고민이기도 하다.

    지난 프랑스 대선에서 사회당과 별개로 좌파전선의 좌파연합 후보로 출마한 멜랑송 후보

    그런 점에서 통합진보당을 뛰어넘어 민주통합당-안철수를 뛰어넘는, 그것의 좌측에 있는 대중들의 요구를 수렴해내는 대선후보전략을 사고해볼 필요가 있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민주통합당 후보나 안철수가 만일 박근혜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중도개혁 후보에 대중의 급진적 요구를 각인하고 담지케 하는 전략으로서의 의미도 있다.

    노무현 정부와 달리 이명박 정부 하에서 대중이 갖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단계 나아간 ‘진보좌파적’인 사회적 지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된다는 고민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는 궁극적으로 야권 연합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통합진보당이 ‘게기니까’ 신경 쓸 대상이 하나 줄었다고 만족해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협소한 시각이다. 안철수의 입장에서도, 안철수가 담보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중의 아픔’이 안철수 식으로 궁극적으로 ‘보듬고 소통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도 그러하다.

    누군가가 안철수에 대한 지지로 투영되는 더 깊은 대중의 좌절과 요구를 대변하고 궁극적으로 야권연합후보가 만들어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자본 권력과 시장 권력, 기득권 세력에 맞서서, 대중들의 사회경제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안철수의 입장에서도 안철수가 담지하지 못하는 대중의 정치성을 누군가가(어느 후보가) 담지하고 그것이 야권단일후보의 형성과정에서 수렴되는 것이 필요하다.

    통합진보당이 내홍을 겪게 되면 민주통합당이나 안철수의 정치적 공간이 넓어지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통합진보당이 담지해주어야 하고 ‘동원’해주어야 하는 진보개혁적 대중의 이탈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런 점에서도 오히려 대중들의 높은 사회경제적 요구를 담지-대의하는 진보좌파 제3후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진보좌파 제3후보가 ‘완주’를 할 가능성을 적다. 그러나 ‘있어야 할 것’이 정당하게 있어야 하지, 그것이 없으면 잘못하면 이번 대선에서 필패의 경로를 가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이 진보좌파 제3후보의 국민정치적 의미이다.

    이 진보좌파 제3후보는 통합진보당이 정당 기능을 상실한 상황에서, 민주통합당 좌측의 진보좌파 개혁세력을 대표하는 새로운 진보정당을 재건축하는데 중요한 매개체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대선 이후 진보좌파 제3후보를 중심으로 분열된 통합진보당 세력들과 구 진보신당, 노동정치세력이 다시 진보정당을 재건설하는 중심 동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나의 상상을 확대해보면, 진보좌파 제3후보가 나오고, 그 바탕 위에서 민주통합당 후보, 안철수, 진보좌파 제3후보가 연합하여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기 위한 제2라운드의 통합 플랫폼으로 가는 것이다.

    그럴 때에라야 기성정당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이해가 수렴되고, 야권연합 후보가 진정으로 대중의 다양한 요구를 담지하는, 박근혜를 이길 후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에서 박근혜 대세를 뒤엎는 ‘반전’은 새로움(newness)에서 나온다. 이미 안철수 마저도 새로운 후보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새로운 진보좌파 제3후보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물론 나도 강력한 제안은 아니고 우리의 대선 상상력을 넓혀보자는 취지이다.

    나의 핵심 고민은, 만일 대중의 급진적인 사회경제적 요구가 담지되는 과정이 없다면,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의 통합만으로 대선에서 이길 수 없고, 대선 이후에도 기득권 세력이 협공과 자체의 한계에 의해 정치적 불안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한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이런 점에서 한번 폭넓게 우리의 상상력의 지평을 넓혀보자. 물론 현재로서는 상상이다.

    필자소개
    성공회대 교수. 민교협 공동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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