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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거짓말을 잘 하는가?
    [인도 100문-8] 일원론적 세계관
        2017년 08월 12일 08:0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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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사람들과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나 인도에서 얼마 동안이라도 살아 본 적이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인도 사람들은 어떤가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마 가장 많이 일치하는 대답은 그 사람들은 거짓말을 잘 한다, 라는 것일 것이다.

    왜 그럴까? 인도 사람들은 정말 거짓말을 잘 할까? 이에 대한 정확한 답을 알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인도 사람들이 믿고 따르는 힌두교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한다.

    힌두교는 조금 어려운 말로 비실체적인 세계관을 저변에 깔고 있다. 세상 만물의 본질은 변화한다는 믿음이다. 참이 거짓이고 거짓이 참이 되는 힌두 특유의 상대주의적 세계관 속에서 살기 때문에 특정한 상황만을 유일한 것으로 규정하고, 그 외의 것은 배제하는 것을 잘 따르거나 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해병이면 영원한 해병이다, 와 같은 말은 그들의 문화 속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 굳이 속담으로 비유해서 말하자면, 부엌에서 들으면 며느리 말이 맞고 안방에서 들으면 시어미 말이 맞다, 는 그런 이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다.

    그 일원론적 세계관 안에서는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이다. 산이 물이고 물이 산이다. 사람이 동물이고 동물이 사람이다. 영원한 본질이라는 것이 없는 것이니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바뀌면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생각이 바뀌면 말을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원론적 세계관 즉 근대 문명 속의 사람들은 그가 한국인이든 서양인이든 그들은 말을 너무 잘 바꾸고 거짓말을 너무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도인의 거짓말은 상대주의의 산물이다 @이광수

    약속을 하고 그것을 바꾸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로 이해하면 이해할 수 있다. 그 전날 밤까지는 어떤 특정 조건으로 하기로 합의해 놓고 다음 날 만나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쪽에서 화를 내면서 왜 말을 바꿨냐고 하면 그냥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당신은 생각이 바뀌었는데도 약속을 지키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논리적 답변 없이 그냥 새빨간 거짓말이나 오리발 내미는 경우도 간간이 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일을 별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것이기도 하고 다른 이유 또한 있겠지만 그들은 협상에 매우 뛰어나다. 소위 밀당을 아주 잘 하니, 장사고 정치고 놀이고 흥정을 하는 문화가 매우 발달해 있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정치적이다.

    정치란 양 쪽의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이라면, 이 정의에 천성적으로 매우 잘 어울리는 민족이다. 우리같이 옳고 그름을 한 칼에 베듯 규정하고, 그 안에 담긴 여러 사정이나 이쪽과 다른 저쪽의 입장은 고려해주지 않는 행위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들은 이런들 어떠 하리 저런들 어떠 하리, 라고 하는 이방원의 하여가 세계관과 가깝고 우리는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라고 하는 정몽주의 단심가 세계관과 가깝다.

    이러한 상대주의적 상황 논리를 존중하는 인도인들이기 때문에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중립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문화가 다이나믹이다는 평가를 대체로 받지만 그들은 정중동이다는 평가를 대체로 받는다.

    물론 거짓을 말하거나 변명을 하거나 책임 전가를 하면 그것을 당한 사람은 인도인일지라도 기분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다. 단지 우리와 다른 것은 그들은 거짓이나 변명을 당할 때 한국사람 같이 심하게 그것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얼마든지 양해를 구할 수 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더불어 같이 살 수 잇다는 것을, 세상이라는 게 다 그런 것이라는 것을 어렸을 적부터 익히 듣고 배우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물론 도시에 사는, 외국물을 많이 먹은, 근대화 록은 서구화 혹은 세계화에 영향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거짓말 하고 변명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그들은 힌두적이 아닌 서구적 세계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이분법적 세계관이 그들의 일원론적 세계관에 대해 더 참이고 우등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는가? 그것이 근대 문명에 더 가깝고, 그것이 지금 힘을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따라서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한국 사람은 그들의 문화에 맞춰 살아야 한다.

    문화의 존중이 바로 삶의 지혜다. 그들 문화가 이러 하다면 그것을 비판할 게 아니라 거기에 맞게 현명하게 대처하면 된다. 그 중에 중요한 것이 비즈니스맨이든 유학생이든 누구든 인도에서는 항상 확인을 해야 하고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사전에 미리 문서로 스케줄을 잡아야 하고, 절차는 전화가 아닌 문서로 해야 하며, 친필 사인으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영국 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문서 문화에 매우 강한데 반해 우리는 매우 약하다. 그러니 맨날 그들은 속이는,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이라고 욕한다. 그렇게 그들을 탓할 수도 있지만, 허점이 많아 맨날 당하는 사람에게도 문제가 있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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