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많은 의원들의 해외연수
    [진보 구의원의 동네 이야기] 문제점과 개선 방향
        2017년 08월 11일 02:40 오후

    Print Friendly

    요즘 다시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충북도의회, 수해피해, ‘레밍’ 하면 다 아는 그일 말이다. 그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나 같은 지방의원들이 모두 도매금으로 넘어갔다. ‘쓰레기 같은 세금도둑들!’ ‘없애버려야 돼!’ 그런데 사실 의원들의 해외연수 문제는 한두 번 거론된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인터넷에 ‘의원 해외연수’ ‘00구 해외연수’를 검색해보면 전국 방방곡곡의 여러 사례와 문제점들이 수두룩하게 검색될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좀 더 들여다보자.

    먼저 어떤 형태로든 의원이 예산을 들여 해외로 나가는 경우를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출장’이고 다른 하나는 ‘연수’다.

    case 1. ‘해외출장‘

    지방의회를 보면 주로 ‘우호도시’, ‘자매결연도시’ 이런 곳에서 초청하여 방문하는 출장이 종종 있다. 집행부(구청이나 시청)에서 대표단을 꾸려서 방문하고 필요에 따라 의원들이 1,2명 함께 동행하게 된다. 나라로 따지면 외교방문과 비슷한 정도다. 우리가 한 번 가면 다음해에 상대 국가나 도시에서 우리를 방문하기도 하면서 교류가 이루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목표에 따른 공무방문도 있다. 00구 투자유치단(구로구는 구로디지털단지가 있다 보니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00구 청소년/대학생 문화교류 프로그램에 대표단 일원으로 참여하는 경우다.

    이런 ‘출장’에 해당하는 경우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데 주로 공식 일정에 따라(관과 관의 만남) 움직이고, 일정도 상대 국가나 도시에서 목적과 필요에 따라 편성하므로 관광일정 같은 경우를 정중히 사양하면 문제될 게 없다. 특히 목적에 따라 기업인들, 학생들,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가 덜하다. 보는 눈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참고>

    서울시 구로구의회 말레이시아 남쿠칭시 초청방문 보고서

    http://blog.daum.net/happyguro/36 (이 보고서는 출장을 다녀온 본인이 직접 작성하여 공개한 내용임.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주민들에게 자발적으로 보고한 출장보고서임)

    사전계획서 http://blog.daum.net/happyguro/32

    case 2. 골칫덩어리 ‘의원해외연수’

    다음으로 늘 문제가 되는 ‘의원 해외연수’가 있다. 국회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지만 어떤 명목으로든지 연수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기초의회에서는 1년에 1번 꼴로 ‘해외연수’가 있다. 매년 예산이 편성되는데 대략 의원 1인당 200만원에서 250만원 내외 규모다. 전체 의원이 함께 갈 수도 있고, 상임위원회별로 가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의회같이 광역의회는 전체 의원(100명이 넘으니까)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어려우니까 상임위원회 별로 가고, 기초의회는 전체 의원이 같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의원들이 움직일 때 의회 직원들도 함께 움직이는데 보통 의원 2~3명당 직원 한 명 꼴로 함께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직원들은 의원들 시중을 드는 ‘수행원’ 아니냐는 ‘논란’이 적지 않게 제기된다.

    명목은 해당 분야 선진문물을 보고 배우고 접목한다는 것인데 제대로 공공기관 방문을 하거나, 비교시찰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냥 예전부터 1년에 200만원 정도씩 예산이 편성되어왔고, 1년에 한 번씩은 해외에 나갔으니까 올해도 나가는 거다. 얼마 전에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는데(이건 개념이 없어도 상급으로 없는 경우인데) 아예 의원들이 ‘유럽패키지 상품’을 따라 간 경우도 있었다.

    예산이 200만원 내외다 보니 편법이나 꼼수도 자주 등장한다. 의원들 연수가 동남아 쪽이 많은 이유는 200만원 이라는 예산 범위 때문인데(200만원으로 그 외 지역으로 나가기 어려우니까) 편법으로 두 해에 한번 몰아서 400만원 규모로 유럽을 다녀온다거나(예산을 마음대로 모아서 쓰는 경우가 어디 있나? 올해 안 쓰면 불용으로 반납하는 거지) 한 해에 절반 의원들만 다녀오고 다음해에는 안 다녀온 의원들이 다녀오는 방식의 편법을 쓰기도 한다. 어떤 경우는 부족분을 의원들 자비를 들여 채우기도 한다.

    @ 프로그램 편성주체 : 연수의 경우 간혹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고 하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 초안은 의원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의회에서 제출한다.

     ‘의원해외연수’의 핵심 문제점과 개선방향

    해외연수 문제의 핵심은 ① 예산이 있으니 1년 한 번은 다녀온다는 의원들의 ‘관례적(안이한) 인식’ ② 목적과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것. ③ 사전 준비 및 사후 검증이 불투명 하다는 것 이다.

    먼저 매년 정례적으로 나가는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이러다 보니 당연히 나갔다 온다는 인식이 생기고 ‘의정활동의 일환’이며 ‘당연한 권한’인데 왜 이거 가지고 그러냐는 인식으로 ‘레밍’ 따위의 말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왜 매년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배우고’ 들어와야만 하는가? 주민이나 언론 지역사회가 납득할 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가고 특별히 그럴 이유가 없으면 당연히 안 가면 된다. 매년 다녀왔고, 예산이 편성되어 있으니 다녀오고, 예산이 200만원 내외이니 그 액수에 맞춰 동남아 쪽 다녀오고 하는 ‘주객이 전도된’ 패턴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다음으로 해외연수의 목적과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

    꼭 해외연수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 어떤 지역 현안이 부득이하게 ‘해외연수’ 방법 말고는 해결이 안 될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연수를 가야 한다.

    예를 들자면 안전문제가 이슈화될 때 우리 지역에도 적용하기 위해 미국 911이나 독일이나 일본 안전/재난관리 시스템을 직접 보고 적용한다던가, 우리구에 실버타운을 건설하는데 모범사례인 싱가폴, 일본의 어떤 곳을 벤치마킹 한다던가, 요즘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이 중요한 이슈가 되는데 그 선진모형을 보고 배워 구정에 적용한다던가 하는 것이다.

    이것도 국내에서 좋은 사례를 찾을 수 있다면 굳이 해외를 다녀올 필요가 없다. 또한 모든 의원들이 우르르 다 같이 다녀올 필요도 없다. 해당 상임위 몇몇 의원들에게 분명한 임무와 책임을 주고 연수를 다녀오게 하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전준비와 사후검증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사전 심의위원회, 사후 평가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연수기간 무엇을 하고 어디에 예산을 썼고 그 성과는 무엇인지 공개적으로 남겨야 한다. 참여 의원 간 사전 워크숍을 반드시 진행하여 목표와 역할분담을 숙지해서 의정 분야에 도움이 되도록 준비시키고, 관광성 일정을 배제하고, 지역 시민단체와 기자 간담회 등을 통해 목적/취지/일정 등에 대해 사전 공유, 사후 점증이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연수 결과가 구정 어떤 부분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구체적인 성과를 남겨 그 효과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한 번도 안 갔다!!”라고 해서 의원의 역할이 끝난 건 아니다.

    나는 해외연수를 한 번도 가지 않았다.

    어려운 말로 나는 그 이유를 그걸 이렇게 표현했다. <‘공무’가 부득이하게 국외 활동을 통해서만 충족 가능할 때 해외연수를 가는 거지 별 이유 없이 갈 필요가 없다> 라고 말이다. 이게 내 소신이다.

    쉽게 말하면 ‘귀한 세금’ ‘피 같은 나랏돈’ 쓰는 건데 아무리 봐도 매년 꼭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낭비예산’, ‘특권예산’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는 거다. 내 소신이다.

    물론 ‘좋은 걸 보고 와서 구정에 접목시켜 좋은 의정활동 하는 게 더 낫다’고 이야기 하는 주민들도 계시지만 그게 나랏돈을 들여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중요한 것들이 더 많다.

    그런데 나만 안 간다고 해서 땡! 은 아니다.

    나만 안 간다고 해서 세금이 낭비되고, 잘못된 관행이 그대로 반복되는 걸 보고만 있으면 똑같이 나쁜 것 아닌가? 똑같이 나쁘지는 않더라도 구정과 예산감시를 제대로 못하는 능력 없는 의원 아닌가? 그래서 내가 내 소신에 따라 해외연수를 안 가는 것과는 별개로 해외연수를 바로 잡는 것에는 앞장서야 한다고 판단했고 구로구의회에서 <구로구 공무국외여행 조례>를 대표발의해 만들었다. 다수의 힘에 밀려 다른 의원들까지 못 가게 말릴 힘이 없다면 제대로 다녀올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조례라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조례, 제도는 최소한일 뿐이다. 이 조례가 담고 있는 의미, 이 조례에 담겨 있는 국민들의 뜻을 생각하고 의원들 스스로가 ‘의원들의 해외연수’를 바꿔갈 수 있기를 바란다.

    그게 안 된다면 국민들이, 언론이 ‘마구 혼내서’ 못된 버릇을 고치고 바로잡아 주어야 한다.

    필자소개
    김희서
    정의당 구로구의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