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미 군사위협 중단"
    국내 43개 시민사회단체 대화 촉구
        2017년 08월 11일 02:2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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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미국이 군사적 위협을 예고하는 공격적 표현들을 쏟아내며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북한은 ‘괌 포위 사격’으로 미국을 위협하고 있고, 미국 트럼프 정부는 국제법상 범죄행위인 ‘예방 전쟁’까지 거론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면서 한반도 평화가 벼랑 끝에 섰다는 우려가 나온다.

    참여연대·민변·한국여성단체·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한국YMCA 등 국내 43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0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미 모두 일체의 군사위협을 중단하고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비가 쏟아지는 광화문 광장에서 일제히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하라’, ‘한미는 군사훈련 중단하라’, ‘북미는 군사위협 중단하라’. ‘한국과 북한, 미국은 조건 없이 대화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는 “이 빗속에서도 우리는 절박한 마음으로 전쟁반대를 외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미국도, 우리 정부, 북한의 군사행동 중지와 조건 없는 즉각적 대화재개는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중단하고 평화로 가는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한반도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상황”이라며 “정부는 막대한 자원투입으로 전쟁 위협을 고조하는 게 아니라 남북이 함께 평화의 이름으로 대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사진=유하라)

    “북한, 더 이상 핵 위협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
    “미국이 거론한 예방전쟁은 범죄행위”

    북한은 ‘화성-12’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4발을 미군 기지가 있는 괌에 포위 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은 “전략군은 8월 중순까지 괌도 포위사격 방안을 최종 완성해 공화국 핵 무력의 총사령관(김정은) 동지께 보고 드리고 발사대기 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릴 것”이라며 “전략군은 미제의 침략기지를 겨냥해 실제적 행동조치를 취하게 되는 역사적인 이번 괌도 포위사격을 인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통해 한 군사적 대화 제안을 모두 거부하고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바 있다.

    국내 시민사회단체들은 북한의 대화 거부와 핵에 의존한 계속적인 군사도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승환 공동대표는 “남북관계 개선이든 북미대화든 일절 문을 닫고 있는 북한에 대해 엄중한 경고의 목소리를 전달한다”고 밝혔다.

    이 공동대표는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과 북한에 대한 대북적대정책을 중단해야만 대화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한반도에 평화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선 북한 역시 (군사적 위협이 아닌)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귀옥 민교협 공동의장도 “모든 한반도의 구성원은 평화를 원한다. 미래세대에게 초토화된 한반도를 남기지 않으려면 평화를 위한 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무조건 대화 제안이 오면 그 손을 잡아야 한다. 체제유지이건 평화통일이건 평화 없인 불가능하다”고 촉구했다.

    북한의 괌 포격 위협이 있기 하루 전인 8일(현지시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ICBM 발사에 따라 강력한 군사적 행동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군 전략군사령관 김락겸은 괌 포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미군 통수권자는 정세 방향을 전혀 가늠하지 못한 채 ‘화염과 분노’요 뭐요 하는 망녕의사(망발)를 또다시 늘어놓고 있다”며 “이성적인 사고를 못 하는 망령이 든 자와는 정상적인 대화가 통할 수 없으며, 절대적인 힘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전략군 장병들의 판단”이라고 한치의 물러남 없이 맞섰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미국의 ‘예방전쟁’ 언급에 대해 “범죄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공동대표는 “국제법상으로 예방전쟁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임박한 공격의 징후가 있을 때 선제타격은 할 수 있어도 예방전쟁을 하겠다는 것은 범죄”라고 질타했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부터 한미합동군사 훈련까지…‘비핵화 없이 대화 없나’?

    “문재인 정부, 제재일변도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른가”

    우리 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있을 때마다 미국이 요구했던 군사적 조치를 하나 씩 이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고 발표했을 당시엔 환경영향평가 이후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했다. 이달 하순엔 한미합동군사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예정돼 있다. 북한이 괌 포위 사격을 감행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미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우발적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공동대표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 지극히 실망스럽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가 어떻게 한미합동군사훈련은 합법이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불법이기 때문에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고 얘기할 수 있나. 또 북한이 ICBM을 발사했다고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 대북 압박과 제재할 때’라고 얘기 했던 박근혜 정부의 데자뷰 같다”고 비판했다.

    김영순 공동대표는 “촛불혁명으로 만든 문재인 정부에서 군사패권보단 남북의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이 땅에 제대로 평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기도했다”며 “그런데 이 정권은 탄생하자마자 사드를 배치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하며 남북한의 전쟁의 위협을 가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귀옥 공동의장 또한 “남북의 정치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진 2008년 이래로 2010년 천안함 사건과 5.24조치, 2016년 개성공단 폐쇄까지 남북 정부는 모든 남북 구성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공동의장은 “새 정부는 대화의 문을 열어놓는다면서도 국제사회 대북제재에 공조하고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제재를 피하려면 비핵화하라’, ‘비핵화 없이 대화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과연 기존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어떤 차이가 있나”라고 질타했다.

    이어 “무조건 대화를 한다면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하게 되면 대화의 장에 나오라는 것은 거짓이 되고 만다”며 “문재인 정부는 군사훈련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를 위한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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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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