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멈춰야 한다”
    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국민진상조사위 요구
        2017년 08월 10일 03:0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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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1년차 집배노동자가 자신이 근무하던 안양우체국 앞에서 분신했다. 분신한 노동자는 전신에 2, 3도 화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장시간·중노동은 고인이 된 이 노동자가 자신의 몸에 직접 불을 붙인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 20년 동안 일한 정든 일터 앞에서 한 노동자가 산화했다. 도대체 요즘 사회에서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자신의 몸을 붙여 이 문제 알리려고 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료들의 계속되는 과로사, 자살은 또 다른 집배노동자들에겐 공포다. 최승묵 집배노조 위원장은 “수많은 집배 노동자가 쓰러졌고, 아직도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올 가을, 추석 명절, 해가 짧아지는 겨울이 다가올수록 또 얼마나 많은 동료들의 죽음을 봐야할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하게, 죽지 않고 일하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소박한 꿈을 정부는 이제 담아내야 한다”고 했다.

    이용우 민변 변호사도 “집배노동자들은 지금도 동료들이 계속적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도 길거리에서 쓰러질 수 있다’는 불안과 스트레스 속에서 하루하루 노동을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올해만 12명의 집배노동자가 사망했지만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집배노동자 인력충원을 위한 예산은 빠졌다. 정부와 국회는 집배노동자의 장시간·중노동 현실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근본 대책 마련엔 손을 놓고 있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집배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시민사회·종교계 등 28개 단체로 구성된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가 10일 출범했다. 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 죽음의 행렬을 신속히 멈춰야 한다”며 “새 정부가 약속한 첫 국민진상조사위원회가 집배노동자의 과로사 문제 해결이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집배원 과로사 대책위 출범 회견(사진=유하라)

    우정사업본부는 현재 배달 물량을 비교해 집배원 인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집배노동자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약 241시간, 연평균 노동시간은 약 2900시간에 달한다. 20년간 이어져온 이러한 장시간 노동은 집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최승묵 위원장은 “2013년 대한통운 파업으로 전국의 택배 물량이 우체국으로 쏟아졌다. 그해 말 일주일 새에 3명의 집배노동자가 사망했다. 이렇듯 업무의 과중함은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노동자들이 연 평균 2531시간을 일하고 있다는 다소 상이한 결과를 내놓으면서, 현재 배달 물량과 비교했을 때 집배 인력은 여유로운 편이라고 밝혔다. 노동자들은 우정본부가 장시간, 중노동 현실을 은폐·축소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용우 변호사는 “집배노동자 장시간·중노동 문제는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며, 정치권과 정부부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전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만이 집배노동자들의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천대 산업공학부 교수인 김철홍 건강한노동세상 대표는 “지난해 집배노동자 6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5명이 과로사였다. 그럼에도 우정본부는 ‘필요한 인원보다 현재 인원이 더 많다’고 한다. 도대체 이 주장을 누가 믿겠나. 우정본부의 말대로 인력에 여유가 있다면 집배노동자들은 왜 과로로 사망했나”라고 지적했다.

    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집배노동자 장시간·중노동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국민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안전보건강조주간에 “대형 인명사고의 경우 국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변호사는 “우정본부의 이런 태도는 국민진상조사위원회가 필요한 이유를 말해준다”며 “집배노동자의 장시간·중노동 문제의 진실이 무엇인지, 근본대책은 어떻게 제시돼야 하는 것인지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정부는 지금 당장 우정본부의 엉터리 논리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집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의 첫 번째 사업 목표도 국민진상조사위원회에서 집배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1호로 다뤄지는 것이다.

    조상수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공부문에 좋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는 장시간 노동 대표적 사업장인 우정사업본부부터 적용돼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집배노동자들이 초과노동을 하고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노동을 시간이 월평균 19.6시간에 달한다. 대책위는 무료노동 문제도 고발할 것”이라며 “근로기준법 59조 근로시간 특례조항 폐기운동도 함께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위가 꾸려진 후 문제는 더 중요하다. 그간 국회 추천 전문가 등으로만 꾸린 각종 위원회들이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탁상공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대책위도 이런 지점을 우려해 현장 집배노동자 참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집배노동자 노동문제와 관련해 우정본부가 여러 노동단체와 국책기관이 조사한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내놓은 것 또한 집배노동자들이 직접 조사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다.

    이상진 부위원장은 “우정본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쇄적인 죽음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위해선 연구자 뿐 아니라 현장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보장해야만 한다. 그럴 때에만 근본적인 개혁안이 나올 수 있다”면서 “그 조사 결과에 대해선 정부가 책임지고 이행을 강제해야만 재발방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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