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건강보험 관련
‘보장성 강화 대책’ 발표
참여연대 “대선 공약에 비해 후퇴”
    2017년 08월 09일 07: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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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미용, 성형을 제외한 모든 의료비에 건강보험 적용, 비급여 해결, 병원비 본인부담 상한액을 인하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하며 “새 정부는 건강보험 하나로 큰 걱정 없이 치료받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 이는 국민의 존엄과 건강권을 지키고, 국가공동체의 안정을 뒷받침하는 일”이라며 “올해 하반기부터 바로 시작해서 2022년까지 국민 모두가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보장률은 60% 수준으로, OECD 평균인 80%에도 미달하고,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으니 민간 의료보험의 덩치만 커지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건강보험료가 9만원인 반면 민간 의료보험료 지출이 28만원이다. 국민 대부분이 자신의 건강과 미래를 건강보험이 아닌 민간보험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 해결을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명백한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면 모두 비급여로 분류해서 비용 전액을 환자가 부담했다”며 “앞으로는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보험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병원 특진, 상급 병실료, 간병 등 환자의 부담이 컸던 ‘3대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특진은 없애고, 2인실까지 보험을 확대 적용 및 1인실 선별 적용, 간병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간병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내년부터는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도 대폭 낮춘다.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 원 이하로 낮추고, 노인과 어린이 등 질병취약계층에 대해선 혜택을 더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은 올 하반기 중에 현행 20%에서 5%, 중증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은 10%로 낮춘다.

이 밖에 4대 중증질환에 한정되었던 의료비 지원제도를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하고, 소득하위 50% 환자는 최대 2천만 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문 대통령은 “개별 심사제도를 신설해 한 분 한 분 꼼꼼하게 지원하겠다”며 “대학병원과 국공립병원의 사회복지팀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비급여 해결을 중심으로 한 이번 건보 보장성 강화 대책이 2022년까지 차질 없이 진행되면 가계지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의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증치매환자가 160일을 입원 치료 받았을 때 1,600만 원을 내야했지만, 건보 확대 정책으로 같은 기간에 150만 원만 내면 된다. 어린이 폐렴 환자도 10일 동안 입원했을 때 내야 했던 병원비 1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줄어든다.

문 대통령은 “전체적으로는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감소하고, 저소득층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민간의료보험료 지출 경감으로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정책 실현을 위해 5년간 30조 6천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재정은 건보 누적 흑자 21조 중 절반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부분은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은 건보 보장성 확대로 인한 건보료 인상 우려를 의식한 듯 “앞으로 10년 동안의 보험료 인상이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운동을 펼쳐온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3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과거 정권보다 다소 진전된 내용이 포함돼 있지만 아파도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수준의 획기적 보장성 강화에는 한참 못 미친다”고 밝혔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 목표 보장률 70%가 미흡하고, 의료비 상한제에 모든 의료비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문제로 짚었다. 경감 구간을 연 소득 10% 수준으로 잡은 것도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의료비 상한제는) 기존 박근혜 정부의 건강보험 상한제의 일부 구간의 금액을 하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비급여를 포함한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비급여의 급여화 정책은 기본적으로 지불제도를 개편하거나 비급여와 급여진료를 혼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동반돼야 풍선효과나 의료공급 왜곡을 막을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비급여를 포함한 총 의료비에 대한 연간 본인 부담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또한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까지 건보 보장률 70% 달성’ 목표에 대해 “OECD 국가의 보장률이 약 81%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적정한 목표수치라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80%까지 높이겠다고 하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본인부담 상한액을 소득의 10% 수준으로 인하하는 안에 대해선 “이는 2012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시절, 소득수준에 상관없이 본인부담금 100만 원 상한제를 제안한 것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후퇴한 것”이라며 “정부는 본인부담금상한제의 수치는 더 낮춰야 하며, 나아가 소득수준에 상관없는 100만 원 상한제를 실시하여 국민들의 의료비 경감 체감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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