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몰 132일째,
    진척 없는 스텔라 데이지호 사고
    시민대책위 구성, 영국 총리에 서한
        2017년 08월 09일 06: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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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에게 서한을 보냈다. 정부가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로 인한 실종자 8명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자 끝내 타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4.16연대,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민주노총, 민변 등이 참여하는 스텔라 데이지호 시민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정부의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사진=대책위)

    앞서 브라질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화물선 스텔라 데이지호는 지난 3월 31일 남대서양에서 침몰해 한국인 선원 8명이 실종됐다. 사고 발생 132일이 지났지만 우리 정부와 선박회사는 수색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구명뗏목의 존재에 대한 정부 차원의 설명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못하고 있고, 섬수색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채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심지어 어느 나라든 바다에서 재난을 당하면 심해수색 장비를 도입해 최종 수색을 하는 게 상식인데 수십만 톤의 스텔라 데이지호의 명확한 침몰지점을 두고도 수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무부처인 외교부와 관계부처인 해수부에서는 예산과 권한의 제한 때문에 섬수색과 심해수색에 대해 직접적인 노력을 하기가 어렵다는 식으로 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들은 영국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는 영국령인 세인트 헬레나, 어센션, 트리스탄 다 쿠냐 섬에서의 수색작업을 요청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1973년에 있었던 모리스와 마릴린 베일리 부부의 표류기를 기억한다. 그들은 과테말라 해안가에서 고래 공격으로 요트가 전복된 뒤에 고무보트에 의지하여 무려 117일간이나 태평양을 표류했다. 한국의 어선 월미호가 그들을 구해주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며 “그 섬들의 현지 주민에게 혹시라도 그 해역에 구명뗏목을 타고 있거나 섬에 올라와 있는 생존자들이 있을지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도움을 주라는 메시지를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심해수색 장비 즉각 도입 ▲명확한 섬수색 대책과 외교당국 간의 후속 점검 수립 ▲선사에 대한 철저한 수사 실시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 수립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대책위는 “정부 관계 당국은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고의 초기대응과 수색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출되지 못하고 있다”며 “실종 선원 피해자 가족들은 충분한 설명과 정부의 성의 있는 노력을 바라왔으나 정부 관계 기관의 설명은 늘 명확하지 않았고 민원을 대하듯 책임을 명확히 하려 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을 민원의 성격으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며 “스텔라 데이지호의 쌍둥이 배 5척이 우리나라 국민을 싣고 아직도 운항 중이다. 국무조정실은 정부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소집해 국민이 처한 재난에 대해 조속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또한 “침몰 직후 초기 대응 과정에서 미군의 초계기나 타국 선박이 보고한 것과 같이 구명정과 기름띠가 동시에 존재했음에도, ‘기름띠가 구명정으로 오인된 것’이라고 한 정부의 발표에 은폐의혹이 있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미군 초계기 영상 공개를 요청했다. 앞서 지난 4월 미군 초계기가 구명벌(뗏목)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으나, 외교부는 ‘구명벌이 아니라 기름띠로 판독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심해 수색 장비 도입과 관련해선 “스텔라 데이지호가 침몰 당시 구명벌과 함께 침몰됐는지 등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선 심해수색 장비 도입이 절실하다”며 “외국에서도 항공기와 선박 침몰 사고가 발생하면 심해수색 장비를 조속히 투입하는 데 현재 정부 관계 당국은 예산과 권한이 제한되어 있어 어렵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대해서도 “노후 선박을 무분별하게 도입하고 이를 무리하게 개조한 한국 선사-폴라리스 쉬핑이 그 과정에서 한국선급을 비롯한 관계 기관과의 유착이 있었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며 “침몰 위험을 안고 있는 노후개조 선박을 무리하게 운항시킨 선사의 책임과 이를 묵인한 기관 등과의 유착을 밝혀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회견엔 세월호 피해가족인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유 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진행됐던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관련 모든 조치와 과정에 대해 낱낱이 설명하고 가족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은 입증 자료를 철저히 제시해야 한다”면서 “선원들의 생존을 가정하고 그에 맞는 수색과 구조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스텔라 데이지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재난, 재해, 참사에 공통적으로 적용해야 할 원칙”이라며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다면 스텔라 데이지호 가족 역시 세월호 가족이 걸어온 길을 또 걷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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