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박기영?
야당·시민·과학계 "반대"
"과학공동체 대한 모욕, 개혁 포기"
    2017년 08월 09일 03: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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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4당 등 정치권을 비롯해 노동·시민사회·과학계에서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순천대 교수)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박 본부장은 지난 2005년 희대의 사기극인 ‘황우석 논문 조작 사태’의 핵심인물이다.

당시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이었던 박기영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를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주된 역할은 황 교수 측에 예산을 대는 일이었다. 특히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 때 문제가 됐던 연구논문에 기여하지 않았음에도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가 하면,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황 교수에게 연구비 2억 5000만원을 지원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공식 사과나 처벌도 없이 순천대로 복귀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이번에 신설된 차관급 조직이다. 매년 20조원 규모의 국가의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의 심의·조정 권한을 갖고 있는 과학기술 정책 집행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야4당, 한 목소리로 박기영 임명 철회 촉구

문재인 대통령이 이 같은 주요 기관의 수장으로 과학윤리 등의 논란이 일었던 박 본부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선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야4당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9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온 나라를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사건의 핵심 관계자로 혁신 적임자가 아니라, 청산해야 할 적폐 인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의장은 “전대미문의 과학 사기 사건의 공범격인 인물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앉히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라며 임명 철회를 촉구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박 본부장은 황우석 사태에 책임이 있고, 사태 해결의 기회를 다 놓친 사람”이라며 “진보 진영에서도 잘못된 인사라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청와대는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과학기술보좌관의 경험을 높이 사서 본부장에 임명했다고 하는데, 보좌관 시절에 그렇게 해 놓고 무슨 도움이 되느냐”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 근무한 사람은 무조건 기용되는 ‘노무현 하이패스’ ‘노무현 프리패스’ 지적을 안 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앞서 전날인 8일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이런 인사를 강행하는 것은 현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격”이라고 했다.

최석 정의당 대변인도 국회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가 진정 촛불민심에 따라 적폐청산과 혁신을 하려고 하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과학자 200여명 “박기영, 과학기술인들에겐 악몽…문 대통령은 재고하라”

과학계는 문 대통령이 박 본부장을 임명한 것에 대해 “악몽”이라고 표현하며 집단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회원 168명과 과학기술자 60명 등은 9일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긴 겨울 광장에서 촛불과 함께 변화를 꿈꾸던, 과학기술인들의 절망을 본다”며 “박기영 교수는 혁신의 이름에 어울리지 않으며 오히려 과학기술인들에겐 악몽에 가깝다”고 밝혔다.

ESC는 “박기영 교수는 권력을 쥐었던 참여정부 시절, 스타 과학자 육성을 중심으로 한 언론플레이를 통해 개인의 정치적 야망을 달성하려 했다”면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자마자 전공도 아닌 4차 산업혁명 관련 저술로 다시 나타나 유행을 좇는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ESC는 “우리는 황우석 사태라는 낙인을 찍어 한 과학자의 복귀를 막으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박기영 교수가 적합하지 않으며, 그 이유는 그에게서 어떤 혁신의 상징도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 우리는 철저한 인사의 수난을 본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모른다면, 현장에 겸손히 물었어야 했다”며 “외교, 안보, 국방, 행정, 경제 관련 인사에선 했던 일을 과학기술계 인사엔 적용하지 않는 건, 과학기술계에 대한 무지 혹은 천대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ESC는 “우리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며 “그런 우리가 촛불 시민혁명으로 들어선 새 정부에 대해 이런 비판의 글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현실이 너무도 슬프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심각하게 재고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공연구노조 “박기영 임명, 한국사회 과학 공동체에 대한 모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은 박 본부장의 임명 보도가 나오자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공공연구노조는 8일 이 성명서에서 “개혁의 대상인 자를 개혁의 주체에 임명했다”며 “박기영 교수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임명은 한국사회 과학 공동체에 대한 모욕이며 과학기술체제 개혁의 포기를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박기영 교수는 온 나라를 미망에 빠뜨리고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멀게 한 장본인”이라며 “연구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연구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도 반성이나 사과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정치권을 맴돌며 그럴듯한 ‘4차 산업혁명’의 미사여구와 얄팍한 ‘쇼’로 장밋빛 환상을 설파하던 자를 혁신본부장으로 임명한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책무성과 윤리성을 갖추지 못한 자의 혁신본부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제2의 황우석 만들 계획인가”

환경·보건·시민사회 단체들도 일제히 임명 철회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강과 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9개 단체들은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문재인 정부가 제2의 황우석을 만들 계획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인사”라며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들은 “황우석 박사가 전 세계를 상대로 ‘과학 사기’를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박기영 전 보좌관은 황우석 박사에게 256억 원의 연구비를 지원했고, 복제 실험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전 보좌관은 황우석 사건 이후 관련자들이 법적, 행정적 처벌을 받았을 때도 자신의 행위에 대해 사과 하지 않았으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논문 조작의 책임을 연구원에게 돌리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들은 “이번 인사는 정부의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역사에 남을만한 과학 사기 사건에 책임이 있는 인물을 과학기술정책의 핵심 자리에 임명한 것은 촛불민심이 요구한 적폐세력 청산에 배치되는 것이며, 과학계는 물론 문재인 정부를 이뤄 낸 촛불 시민의 신뢰까지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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