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검, 이재용 중형 구형
    “박근혜 선고에 큰 영향”
    오너 위해 죄 뒤집어쓰기, 삼성 관습
        2017년 08월 08일 02: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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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수 특검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가운데,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뇌물죄 인정 여부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형량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 측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고, 뇌물죄 특성상 직접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무죄의 가능성도 있어 재판부의 판단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일”이라며 재판부의 공정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특위 민주당 간사를 역임했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뇌물 공여자는 뇌물 수수자보다는 절반 정도 형을 선고받은 게 일반적인 법원의 선고 사례”라며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징역 12년 구형을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 대한 구형량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높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예상보다 높은 구형량을 선고한 것에 대해 “특검은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 못지않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번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정경유착의 뿌리 깊은 고리로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영희 변호사 또한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 출연해 “만약 뇌물죄와 관련해서 일부 유죄가 나올 경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최순실 씨의 재판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특검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검은 뇌물 공여, 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법상의 횡령, 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재산 국외 도피, 범죄 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크게 5개 혐의 적용해 이 부회장에게 12년을 구형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 황성수 전 전무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특검팀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에 따른 부패범죄로 국민 주권의 원칙과 경제 민주화라는 헌법적 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면서 “대통령 요구에 따라 제공된 금원은 부정한 청탁의 대가인 뇌물이 명백하게 입증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제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았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했다. 다 제 책임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특검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제 사익을 위해서나 개인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탁한다든지, 기대를 한 적은 결코 없다”고 말했다.

    특검이 적용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이 스스로 죄를 뒤집어쓰고 이 부회장을 보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 당시 불법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자신 모르게 자금담당인 총무이사가 줬다’고 주장해 당시 총무이사가 징역을 받은 바 있다. 또 2002년 대통령 선거 비자금 사건에서 수조 원의 그룹자금을 횡령해서 불법자금으로 전달한 것과 관련해서도 당시 이학수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 개인 돈을 이건희 회장은 모르게 줬다’며 이건희 회장에 대한 의혹을 일축했었다.

    노 원내대표 이런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도 그룹 관계자들이 ‘다 내가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모른다’고 하는 것을 보면 습관적으로 아랫사람이 오너를 위해서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오너를 보호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것은 과거에 여러 차례 되풀이된 삼성에서는 관습과 같은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법조계 등에선 이번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가 재벌 대기업 총수를 대하는 재판부의 인식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노 변호사는 “무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뇌물죄 사건에서는 돈이 건네졌다는 것과 부정청탁이라는 걸 입증하지 어렵지만 이번 사건 같은 경우는 사실 돈이 건네졌다는 사실 자체는 다툼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게 부정한 청탁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관건이고, 재판부가 어떤 식으로 판단할 것이냐에 대해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서 유죄가 선고가 됐고 이는 기본적으로 삼성의 승계구조를 위해서 정부에 협력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면 그 자체가 부정한 청탁이나 대가성을 관련해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 만한 중요한 증거라고 특검은 보고 있다”며 부정청탁에 관해서도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부정청탁을 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 부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선 “원래 뇌물죄와 관련해서는 직접 증거가 존재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그러나 간접증거들도 쌓이게 되면 직접증거와 같은 정도의 증거능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노 변호사는 “이재용이라고 하는 삼성의 거대한 재벌집단에 대해서 재판부가 과연 어떤 식으로 선고를 내릴지는 재벌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 재판부가 갖는 인식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재벌이 승리하는 세상을 또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법원이 이런 재판 과정을 통해서 특정 개인, 특정 재벌기업에 벌을 준다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을 맡는 하나의 중요한 기준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 기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의 노력 없이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을 때 세금을 정확하게 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하고 두 번째는 그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이재용 부회장은 15조 원의 재산을 모으기까지 단 1%의 세금도 내지 않은 것에 대한 사회적 의문점을 법원이 좀 해소시켜줬으면 좋겠다”며 “이것은 대한민국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오는 25일 오후 2시30분에 1심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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