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손으로 밥을 먹고,
    왜 손으로 똥을 닦는가?
    [인도 100문-7] 문화란 서로 다른 것일 뿐
        2017년 08월 08일 10:2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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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에서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교수가 되던 90년,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단연코 그 사람들은 왜 손으로 밥을 먹고 손을 밑을 닦느냐는 것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니 같은 소리를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상세히 그 원리를 설명하다가 나중에는 아주 짧게 한 마디로 ‘무찔러’버리곤 했다. 인도의 문화를 이상하게 보는 시각에 속이 뒤틀려서 그랬을 것이다.

    그 대답은 바로, ‘너는 상추쌈을 숟가락 젓가락으로 먹냐? 손으로 안 먹고?’와 ‘너는 똥을 발로 닦냐? 손으로 안 닦고? 그 사람들이 닦는 건 니가 쓰는 화장지 대신 물을 쓰는 거거든? 니가 화장지를 손으로 사용해 닦듯 그 사람들도 물을 손으로 닦는 거란 이야기란 말이다.’였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음식 문화와 용변 문화가 이상하거나 틀린 것이 아니고 그냥 우리 것과는 다른 것이 될 뿐이다.

    그들의 의식주 문화 저변에 깔린 가장 중요한 개념은 오염 인식이다. 생물의 살아 있는 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은 오염을 시키는 것이고 그것은 방사되어 전염된다는 개념이다. 그것을 다루는 일을 항구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천한 카스트이고 일시적으로 그것과 접촉하는 것은 더러운 일이니 피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우리 몸에서 나온 것이라 치면, 떨어진 머리카락, 잘린 손톱, 튀겨 나온 침, 싼 오줌과 똥, 싼 정액, 흘린 피 등이 있고 가장 정도가 센 것으로는 단연 시체가 있다. 그러니 동물 시체를 치우거나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사람은 최하위 카스트에 속하고, 남이 마신 컵을 사용해 물을 마시는 것은 오염된 짓을 하는 것이다. 육식을 하는 것은 시체를 먹는 것이니 오염된 일이고 그래서 높은 브라만은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지체가 높을수록 그런 오염된 일을 하지 않으려 하니 브라만 여성이 제사를 지내려고 음식을 장만하려다 배가 아파 똥을 싸고 오면 목욕재계를 하고 다시 부엌으로 오곤 한다. 몸에서 나온 똥이 몸을 오염시켰기 때문에 신성한 제사를 더럽힐 수 없어서 그 오염을 물로 세정하는 것이다. 물론 낮은 카스트는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도 된다. 어차피 항구적으로 오염된 일을 하는 오염된 자이기 때문이니까 그런 것이다.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바로 그 도구를 남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씻어서 깨끗하다 할지라도 그것은 물리적인 깨끗함이고 관념적으로는 오염된 것이다. 그래서 내 손이 비록 물리적으로 더럽다 할지라도 물로 씻고 나면 물리적으로나 관념적으로 깨끗해져서 내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은 자연스런 문화의 일부이다 @이광수

    게다가 인도 음식은 대부분이 우리 호떡과 같이 생긴 빵 종류가 많다. 물론 남부로 가면 쌀로 만든 밥이 많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짜빠띠, 난, 빠라타, 뿌리 같은 빵 종류가 많다. 그 빵을 손으로 뜯어서 여러 가지 커리에 찍어 먹거나 싸먹는데 숟가락이나 포크를 쓰기가 참 곤란한 거 아닌가?

    그런데 그 사람들은 오론 손을 사용해서 밥을 먹는다. 그것은 오른 쪽은 바른 쪽이고 왼 쪽은 그른 쪽이라는 방향의 개념과 섞어져서 그렇다. 우리도 어렸을 때 오른 손을 바른 손으로 부르곤 했다. 연필도 왼 손으로는 못 쓰게 했고, 악수나 경례할 때도 반드시 오른 손만 사용해야 한다. 많은 나라가 왜 그런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오른 쪽은 정(正)의 방향이고 왼 쪽은 부정(不正)의 방향이다. 그래서 오른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어떤 사람은 왼 손으로 돈을 주면 안 받기까지 한다. 그 사실을 모르는 외국인은 얼마나 당황하는지 당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을 모를 것이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 보면 밥 먹을 때 왼 손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한 손으로 빵을 뜯으려고 애를 쓰면 옆에서 웃으며 자기는 두 손으로 뜯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두가 다 상대적이고 문화의 차이일 뿐이며 젊은 세대는 그런 것에 별로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똥을 닦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선 똥은 오염을 방사하는 오염원(源)이다. 오염원을 없애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쉽고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물이다. 그래서 똥이 나온 항문을 닦는 것은 물로 닦아야 한다. 물로 닦지 않고 종이로 닦으면 덜 닦이는 것으로 즉 오염이 다 제거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물로 닦는 것을 쉬운 말로 하면 요즘 비데와 같은 것이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손으로 하는 비데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손으로 똥을 닦으면 손이 더러워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 또한 몇 차례 물로 닦기 때문에 더럽지 않다. 화장지로 닦는 것보다 더 깨끗하고 상쾌한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먹을 땐 오른 손, 밑 닦을 땐 왼 손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니 그렇게 인상 찌푸릴 일은 아니다.

    문화란 서로 다른 것일 뿐 어느 것이 더 고급이고 더 저질이라고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다. 그들 문화 안에 우리 문화의 이치가 있는 것이고, 우리 문화 안에 그들 문화의 이치가 있는 것 아닌가. 그 문화를 만들어내는 여러 환경이 서로 달라서 그 모양이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우리와 다른 남의 문화를 이해하고 납득하는 것이 문화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다. 나와 같이 식사를 하는 인도 사람이 손으로 밥을 먹으면 나도 그렇게 하고, 그가 포크 나이프를 사용하면 그렇게 해주는 것이 가장 매너가 좋은 것이다.

    필자소개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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