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외받는 이들 없는
    정의로운 에너지전환을 위하여
    [에정칼럼] 에너지 빈곤층과 에너지 복지 문제
        2017년 08월 08일 09:4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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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다. 거의 매일 아침 10시경에 부르르 울리는 핸드폰은 변함없이 ‘폭염 경보’를 경고하며, 나가지 말 것을 권유한다. 폭염 경보는 6~9월에 일 최고기온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되고, ‘폭염 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폭염일수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일수를 말하는데, 서울연구원에서 지난 10년간 서울의 폭염일수를 비교한 결과 작년이 24일로 가장 많았고, 5년간 온열질환자 10명 중 4명은 작년에 발생했다. 2016년 온열질환자는 28%가 70대 이상 연령대에서 발생했고, 20% 이상이 12시에서 14시 사이에 발생했다.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농업, 산림, 해양수산,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있지만, 취약계층에 미치는 건강피해는 사망에까지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현상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특히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도시열섬 현상으로 인해 그 정도가 더욱 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최근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탈원전 후 서민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의 상승은 가히 공포스럽고, ‘무더위에 에어컨도 맘대로 틀지 못하는 이들’의 탄식이 작년에 이어 또 반복된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를 나라 방방곡곡에 입지시키고, 공장을 24시간 돌려 경제성장을 이루고, 그 혜택으로 값싼 전기를 공급받자는 논리는 박정희 시대의 ‘산업발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정부는 임기 내 전기요금 상승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사실 화력발전을 줄이고, 현재 발전단가가 비교적 높은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위주의 전력시스템을 운영하려면 문재인 정부의 임기 내가 아니더라도 지금 수준의 전기요금보다 높은 수준의 전기요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금 이 전기요금 상승이냐 아니냐의 프레임 속에서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다. 애초에 전기요금 체계 자체가 잘못 설계되어 있고,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낮은 수준이라는 것은 그간 많은 이들이 언급해왔다. 이번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전기요금 상승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계층에 대한 ‘에너지 복지’다.

    에너지 복지는 2006년 에너지법 제정 시 한국에너지재단을 출범시키면서 정부 정책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 구축’에 에너지 바우처가 포함되어 2015년부터 에너지 바우처 제도가 시행되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과제에 ‘2018년에 에너지 바우처 지원대상에 중증희귀질환자 가구 추가 등 에너지 소외계층 복지 지원 확대’ 정도로 에너지 복지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고, 저탄소 고효율구조로 전환하는데 소외받는 이들은 없어야 한다.

    지난 7월 쪽방이 밀집한 돈의동 골목길에 소방대원들이 물을 뿌리고 있다.(사진= 서울시)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냉난방을 마음껏 하게 하면 그게 에너지 복지일까? 사실 에너지 복지 문제는 단순히 에너지 측면에서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에너지 빈곤층은 열악한 주거환경에 거주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주거형태에 따라 필요로 하는 에너지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에너지복지 프로그램을 ‘공급형’, ‘효율형’, ‘전환형’ 세 가지로 유형화하였는데, 연료나 연료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공급형’ 프로그램 보다 에너지효율화를 지원하는 ‘효율형’ 프로그램이 에너지 전환에는 효과적이며, 에너지 전환 효과를 낼 수 있는 ‘전환형’ 사업은 복지‧환경‧고용 효과가 가장 높다고 정리한 바 있다.

    중앙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에너지 복지 사업은 여러 부처에 산재되어있는데, 산업통상자원부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에서 연료비 지원이나 고효율 기기 교체 등을 저소득층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고, 한국전력과 같은 에너지공기업에서는 특정 계층에 대한 요금 할인을 지원한다. 에너지바우처와 대부분의 사업은 ‘공급형’에 해당하고, ‘효율형’에 해당하는 사업은 저소득층 에너지효율개선, 주택개량사업 등으로 많지 않으며, 사회복지시설과 국민임대아파트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사업과 같은 ‘전환형’사업이 있다.

    물론 많은 비용과 시간을 요하는 효율형 사업을 정부에서 지원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으나,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대처인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공급형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은 매우 아쉽다. 또한 이런 부족한 대처조차 겨울철 복지에 국한되어 여름철의 에너지 부족으로 인해 생기는 피해는 막지 못한다는 점은 더욱 아쉽다.

    에너지 빈곤에 대한 정의는 분분하지만, 주로 영국 정부의 정의를 따라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연료 사용에 수입의 10% 이상을 지출해야만 하는 가구를 에너지빈곤층이라 칭하며, 우리나라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와 고령층 위주로 에너지 복지 사업을 시행한다. 문재인 정부가 확대하겠다던 에너지바우처는 사용이 12월부터 다음년도 4월 말까지로 국한되어, 여름철 에너지 사용은 보장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 외에도, 지금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에너지 복지 사업 중 여름철을 타겟으로 지원하는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주체로 시행되는 ‘경로당 여름철 냉방비 지원’ 사업뿐이다.

    에너지시민연대에 따르면 에너지 취약계층은 나날이 고령화되어가고 있으며, 소득 역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또한 폭염으로 인한 건강이상을 경험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두통과 어지러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나 이들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이들이 거주하는 주택 대부분이 1980년대와 그 이전에 지어진 것으로, 주택 노후화로 인한 에너지 효율의 저하를 해결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여러 부처에 산재된 에너지 복지 업무를 통합하고 보다 체계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지만, 옥상을 흰색 페인트로 칠하거나 차열 효과가 높은 창문으로 교체하는 것, 에너지 효율이 높은 냉방기기를 보급하는 것 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과 함께 우리 사회 각계가 에너지전환을 위한 길에 나서고 있다. 그 길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없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도록 다양한 고민들과 목소리가 더해지기 바란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 econy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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