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 하나 추가요!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살’과 ‘-이’
    2017년 08월 05일 11: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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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찌개류나 볶음요리를 먹을 때 흔히 라면, 우동, 쫄면, 당면 등을 함께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국어사전에서 ‘사리’는 국수, 새끼, 실 따위를 둥글게 감은 뭉치나 그것을 세는 단위라고 적고 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는 뜻이 불분명해지면서 음식에 추가하는 재료쯤으로 여기고 고구마, 떡, 계란, 치즈, 만두 따위와 같이 면이 아닌 것에도 사리를 붙여 쓰고 있다.

‘사리’는 ‘살’과 ‘-이’의 결합으로 만든 말이다. ‘살’은 일반적으로는 화살을 가리키는데 ‘살짝’이나 ‘살살’은 활에 걸어 당긴 살을 놓는 과정에서 나온 말로 보인다. 이렇게 ‘살’은 빗살, 창살, 부챗살과 같이 구체적인 사물이나 눈살, 물살, 햇살과 같이 관념적인 것까지 가리키는 것을 보아 ‘가늘고 긴 모양’을 말한다는 것을 확정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권위적인 사전의 정의도 같은 어원을 가진 말을 살펴서 정확한 뜻을 찾아내는 작업이 없다면 부정확할 수밖에 없다.

‘사리’에 ‘-다’를 결합한 ‘사리다’는 사리를 접거나 포개어 다루기 쉽게 하는 일을 말한다. 그래서 국수, 줄 따위를 사린다고 한다. 모든 말이 그렇듯이 의미는 확장되어 나간다. 겁을 먹은 짐승이 꼬리를 다리 사이로 숨기는 것은 꼬리를 사린다고 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몸을 사리는 것은 위험이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우리말의 큰 장점 중에 하나는 서술어를 이중으로 합하여 의미를 아주 구체적으로 만들고 합하기 전의 말과 분명하게 구분이 되게 하는 것이다. ‘도사리다’는 ‘돌리다’와 ‘사리다’를 결합한 것이다. 다리를 도사리면 흔히 양반다리 혹은 책상다리라고 부르는 모양이 되고 뱀이 몸을 감아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보고 몸을 사린다고도 하지만 오히려 도사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돌리는 방법으로 긴 것을 사리게 되면 부피가 크게 줄어들어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일어날 기미나 매복, 음모와 같은 위험 따위를 표현할 때 좋다.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마음을 차리는 경우에도 사린다고 말하지만 숨기거나 강한 의도가 있을 때는 도사린다고 표현한다.

끝으로 ‘사리’는 가늘고 긴 것을 묶은 단위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국수사리처럼 윷놀이를 할 때 모나 윷을 셀 때 쓰기도 한다. 사리보다 더 큰 단위는 ‘단’이나 ‘다발’인데 주로 짚, 장작, 채소 등의 묶음을 셀 때 쓴다. 나아가 ‘단’이나 ‘다발’을 모아서 한 번 더 묶으면 ‘동’이나 ‘동가리’라고 부른다.

한국말을 무리 짓고 갈래를 나눠 그 속에 도사려 있는 의미를 분명하게 하는 일은 한국 사람에게 개념을 분명하게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눈이 흐리면 잘 볼 수 없듯이 말의 뜻이 흐리면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필자소개
최새힘
우리는 아직도 뜻이 서로 맞지 않는 한문이나 그리스-로마의 말을 가져다 학문을 하기에 점차 말과 삶은 동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말의 뜻을 따지고 풀어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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