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왜 사람들은 인도로 가나
[인도 100문-5] 만들어진 힌두교
    2017년 08월 01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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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돌풍이 많이 사그라졌지만, 인도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아니 서양인들에게 하나의 정신의 나라, 사색과 명상의 나라, 물질을 버린 나라 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막상 인도에 사는 교민들이나 외교관, 학생, 상사 주재원들은 하나같이 돈 벌고, 공부하며, 세상의 관계를 쌓으려고 아등바등 산다. 이 무슨 이치이고 조화인가? 인도는 어떡하다가 저런 나라로 둔갑하게 되었을까?

인도는 아마 유일하게 세계에 대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나라일 것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우리가 사는 이 세계에 대해 물질적으로 긍정하면서 그 안에서 ‘잘’ 사는 것을 목표로 사는 세계관이 하나 있고, 물질적인 이 세계를 부정하면서, 이 안에서는 그 어떤 궁극도 이룰 수 없다고 간주하여 세계 밖으로 떠나야 한다는 세계관이 또 하나 있다.

힌두 세계관은 애초 기원전 1,500년경부터 시작하는 베다 시대에는 전자로만 구성되어 있었으나 베다 시대가 끝나는 시대에 후자의 요소가 첨가돼 지금은 그 둘의 요소가 참으로 ‘인도스럽게’ 혼합되어 있다.

전자에 속하는 가치로는 세상살이에 지켜야 할 도리 즉 다르마(dharma), 돈을 비롯한 실리 즉 아르타(artha) 그리고 육체적 욕망인 섹스 즉 까마(kama)의 셋이 있고 후자의 가치로는 해탈이나 해방으로 번역되는 목샤(moksha)가 있다.

이 셋 플러스 하나가 섞여 있는 세계관으로 사는 사회는 누구나 쉽게 짐작하듯 세상 중심의 사회가 된다. 남자면 남자, 여자면 여자 그리고 각 카스트는 각각의 본분에 맞춰 살아야 하고, 일을 열심히 해 돈도 벌고 세상에 필요한 여러 실리를 챙겨야 하며,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자기 배우자와 성관계를 가져 아이 낳고 가족 꾸려 살아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모든 힌두들의 이상적 세상살이다. 그 중심에 카스트 세계가 있다.

그런데 네 번째 가치관은 이 세상 중심의 세계와는 사뭇 다르다. 기원전 6세기에 붓다가 그리 하였듯, 이 세상에는 궁극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변하니 그 어떤 행위에도 영원한 것은 없다, 라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 세계의 본질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부모고 자식이고 학문이고 명예고 위치고 간에 다 버리고 세상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이른바 ‘나를 찾아 떠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세상을 버리고 밖으로 나아가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정해진 것은 없다. 각자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이렇게 세상을 포기하고 떠난 사람을 인도 고유 언어로는 사두sadhu 혹은 산냐신sannyasin이라고 부르고 한국어로는 보통 세상 포기자라는 의미로 기세자棄世者라고 쓰는 사람들이 많다. 카스트 세계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이다.

숫자로는 정확하게 통계를 내 볼 수 없지만 언뜻 짐작에 이들의 수는 전체 인구의 만 분의 일이나 될까 아니 백만분의 일이나 될까? 아무튼 극소수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 극소수에 불과하지만 당당하게 힌두 세계의 당당한 한 부분으로 인정받는다.

나를 찾으러 가는 그런 인도는 없다 @이광수

인도가 서양 식민주의자들에게 처음 알려졌을 18세기에 서구인들은 인도의 이 기세 문화에 깜짝 놀랐다. 그들은 당시 낭만주의에 크게 매료되어 이 세상 어딘가에 무궁한 ‘사랑과 영혼’이 존재하는 유토피아가 있을 것으로 믿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는데 그 모습을 인도의 기세 문화와 그 원천이 되는 베다를 비롯한 일부 힌두교 경전에서 찾았다. 그러면서 인도의 산스끄리뜨어가 서양의 언어와 뿌리가 같다는 사실도 발견하면서 인도는 서양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일약 인류 문명의 ‘잃어버린 왼쪽 날개’로 자리 잡았다.

그 자의적 이분법에 의해 서양은 물질적인 곳이 되었고, 인도는 정신적인 곳이 되었다. 그러면서 인도는 물질문명을 발달시키지 못하는 즉 자신들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곳이 되었다. 식민 지배의 정당화였다. 이후 인도는 오랫동안 인류 정신문화의 보고寶庫로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힌두교는 서양 여러 나라로 확산되었고 그 ‘만들어진 힌두교’에 매료된 1960년대 이후 서양의 젊은이들은 인도로, 인도로 줄을 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68년 히말라야의 한 힌두교 성지를 찾은 대중가수 비틀즈Beatles였다.

그러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열풍이 한국에 상륙한 건 1980년대 이후였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섰던 사람이 시인 류시화였다. 그가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일약 인도에 관한 최고의 책이 되었으며 그가 그린 인도의 이미지는 바로 인도의 실제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는 이것이 인도라고 쓴 것이 아니고 나는 인도를 이렇게 보았다, 라고 쓴 것이다.

시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그의 인도에 속았다. 그 영향이 심지어는 인도로 비즈니스를 하러 가는 사람들에게까지 미쳤다. 그런 비즈니스맨이 비즈니스를 성공하기는 하늘에서 별 따기보다 어려운 것이다. 인도는 하늘 호수가 아니다. 사람들이 아등바등 사는 척박한 땅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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