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추가 배치 결정,
    김천·성주 주민 상경 항의
    기자회견 막아..."결국 박근혜 정권이 한 것, 그대로 다시 하겠다는 것”
        2017년 07월 31일 03:35 오후

    Print Friendly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하면서 김천·성주 주민과 종교인 등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인 29일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를 시험 발사하자 성주 사드 기지에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성주투쟁위원회,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원회,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등은 31일 오전 11시에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진입을 허용한 후로 이 곳에서 기자회견은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상경한 주민들의 기자회견은 허락되지 않았다. 청와대 측이 분수대 앞까지 진입할 수 있는 인원을 15명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허용 인원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으나, 청와대 측에서 자의적인 기준을 제시해 회견을 막은 것이다. 이날 회견에 참여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한 주민은 모두 50여명이었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드 반대 주민들(이하 사진=유하라)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위해 새벽부터 버스를 타고 올라온 주민들은 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서부터 경찰 병력에 발목이 잡혔다. “인권 경찰이 되겠다고 하더니 이게 무슨 짓이냐”, “관광객은 되고 국민은 못 들어간다는 거냐”, “이럴 거면 청와대 개방은 왜 했느냐”며 강하게 항의가 빗발쳤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게 실망했다”는 개탄도 나왔다.

    성주·김천에서 올라온 노인 등 주민 10여명은 효자동주민센터 인근 횡단보도에서 예정된 기자회견 개최를 허용하라며 빗속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경찰이 진입을 막은 지 30분경이 지나자, 주민들이 강도 높게 반발하며 무력 충돌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노인 10여명이 넘어지는 등 위험한 상황도 발생했다.

    결국 기자회견은 11시 50분 경 청와대 입구 인근인 효자동 치안센터 앞에서 열렸다. ‘사드배치 결사반대’ 현수막을 든 주민들은 “사드 배치 안 한다고 해서 대통령 찍어줬는데…”, “왜 우릴 죽이려고 하느냐”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회견 주최 측은 회견에 앞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청와대 출입이 가능한 것처럼 얘기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요구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르 높였다.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곽은석 씨는 “김천 시민 수백 명은 사드로부터 우리 마을을 지키기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1년째 매일 같이 김천역 평화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그러는 동안 정부의 신뢰는 땅으로 떨어졌다”며 “정부는 더 많은 시간을 두고 김천 시민, 성주 군민과 대화하고 설득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을 길바닥에 나뒹굴게 하지 말라”고 말했다.

    회견 주최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그토록 강조했던 사드 배치의 절차적·민주적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 하에서 이뤄진 사드 배치에 대해 ‘본말전도’, ‘일방결정’, ‘졸속처리’라고 규정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절차를 지키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사드 배치를 결정한 데엔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이들은 “주민들은 사드 발사대를 추가 배치할 것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TV를 보고 알게 됐다. 사드를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던 박근혜 정부와 마찬가지”라며 “문재인 대통령 이 정부가 ‘촛불로 탄생한 정부’이며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민주적·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사후 정당화 조치인 요식적인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정과 법과 절차를 무시한 발사대 추가 임시 배치 통보였다”고 비판했다.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인 하주희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적 질서 외면하고 사드 배치를 결정할 때 북한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절차적 투명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우린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며 “그런데 지금 문재인 정부가 결정한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는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진 것인가. 결국 박근혜 정권이 한 것으로 그대로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 변호사는 “헌법적 질서 외면하고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너무나 유감스럽다”며 “지금까지 믿고 기다린 주민들은 실망감과 상당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규탄했다.

    이석주 성주 소성리 이장은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분명히 얘기했지만,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사드가 철거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천·성주투쟁위원회 대표단과 하주희 변호사, 김선명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대위 집해위원장 등 5명은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김금옥 청와대 혁신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과 면담을 가졌다. 이날 면담은 청와대 측에서 제안했고 주최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