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돌아다니는
수많은 소들은 주인이 있나?
[인도 100문100답-4] 어머니 ‘암소’
    2017년 07월 28일 11: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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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를 와서 본 한국인들이 가장 많은 궁금증을 갖는 인도 거리 풍경 가운데 하나는 도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저 소의 주인은 있느냐 일 것이다.

인도에서 힌두는 소를 어머니로 숭배한다. 물론 암소다. 이 말에 담긴 뜻은 소를 어머니로 ‘숭배’한다는 것보다는 어머니처럼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주니 크게 소중하다, 라는 의미다.

소는 우선 농사를 짓는데 크게 쓰이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거기에 우유도 준다. 거기에 소는 똥과 오줌을 주는데, 채식 동물이라 그 용변이 과히 냄새도 나지 않고 말려 쓰면 똥은 나름 괜찮은 연료로 쓸 수 있고, 오줌은 그런대로 소독제로 쓸 만하다.

그런데 인도의 소는 혹이 달린 소라서 가뭄에 강하고, 그리 많은 사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어디에 갖다 놓아도 어떻게 해서든 잘 먹고 잘 산다. 그리고 우유를 생산해낸다. 그 우유만 있으면 웬만한 먹을 것 다 해결된다. 우유에 요구르트에 버터에… 나중에 늙으면 자기들은 안 먹겠지만, 죽어 고기도 가져다주고 그 가죽도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오조 쯤 되는 것일까?

이렇게 소중한 소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데, 이런 기본 상식만 좀 알고 있으면 그 소들의 주인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문이 굳이 들 필요는 없다. 소를 어머니로 숭배한다면서 소가 저렇게 더러운 쓰레기통을 뒤지도록 놔두느냐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은 종교의 이치를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이다. 어머니를 저렇게 놔두느냐가 아니고 저렇게 놔둬도 잘 먹고 우리에게 먹여 살리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머니로 간주하는 것이다.

소는 착취하기 위한 존재, 어머니다. @이광수

도시에 돌아다니는 소는 대부분 주인이 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사원이 그 주인이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이 그 주인이기도 하다. 주인은 그 소들을 일종의 방목 차원에서 풀어 놓는 것이다.

인도의 도시를 다녀 본 사람들은 많이 보았겠지만, 인도의 도시는 시장을 끼고 있는 경우가 많고 온갖 잡다한 쓰레기가 널려 있는 게 아주 흔하다. 그러니 소 주인으로서는 특별히 먹을 것을 챙겨주면서 키울 필요가 없다. 물론 도심 한 복판으로까지 소가 진출하지 못하게 하거나 관공서나 학교 등으로는 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조처를 취해 놓는다. 게다가 소는 집으로 찾아오는 길을 본능적으로 다 익혀 놓는다. 그래서 저녁 무렵 날이 어두워지면 그 소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길거리에서 사는 소들이 있다. 이런 소는 대부분 주인이 없는 소다. 자세히 보면 황소인 경우가 많은데 모두 늙어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다. 농사는 물론이고 수레 하나조차도 끌지 못하는 경우, 인도 사람들은 그 소를 버리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소가 우선이 아니고 사람이 우선인 것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소를 숭배하는 것도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고 소를 버리는 것도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인 것이다.

버려진 소 가운데 암소도 상당 수 있다. 물론 이도 마찬가지로 아무 효용성이 없기 때문에 즉 더 이상 우유를 생산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용도 폐기한 것이다. 사람이라는 게 자기를 낳고 길러준 친 어미도 자기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으면 폐기하는 게 세상사인데 소를 그렇게 한다는 것에 새삼 놀랄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용도 폐기된 소를 언제까지나 도시에 방치해 놓을 수는 없다. 시 당국은 하루가 멀다 하고 이른 아침이면 거리에 방치된 소들을 트럭에 싣고 도심 외곽 지역에 갖다 버린다. 제대로 된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고충이 있다.

소를 도살하려면 허가증이 있는 업체에, 경찰 입회하에, 의료 진단을 하고 난 뒤에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 도시에서도 그렇고 농촌에서도 그렇다. 바쁜 도시인이나 그 업체를 찾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농촌 사람이 어떻게 그런 절차를 거칠 수 있겠는가? 하물며 시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면? 그가 굳이 그런 힘든 일을 사서 맡아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일부 소 도축이 허용된 주에서는 도축해서 소고기 통조림으로 가공되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소 도축이 법적으로 금지된 곳에서는 그냥 밀도살 하거나 멀리 밖으로 버려버리거나 한다.

사람 사는 이치는 다 똑같다. 종교적으로 숭배한다고 해서 그 짐승을 실제로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 어떤 나라든 그 어떤 정부든 종교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고, 활용될 뿐이다. 모디가 연방 정부 수상으로 있는 동안 갈수록 소 도축을 금하고 소고기를 먹지 못하도록 금하는 법을 만드는 주가 많아지고 있다. 그들은 소를 이용하는 정치에 밑밥을 깔고 있을 뿐, 다른 그 어떠한 이유도 없다. 종교 놀음으로 정치를 하는데 우매한 인민들만 놀아날 뿐이다.

필자소개
이광수
역사학자. 사진비평가. 부산외국어대학교 인도학부 교수. 저서로는'사진인문학', '붓다와 카메라', '제국을 사진 찍다' (역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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