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선고
김기춘 징역 3년 조윤선 집행유예 등
민주당 “인과응보” 자유당 ‘침묵’ 정의당 ‘양형 불만’
    2017년 07월 27일 08: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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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를 작성·관리를 지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전 실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조윤선 전 장관에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혐의는 무죄로,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한 결과다.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에게는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고, 김소영 전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징역 2년,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과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각각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 등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지급에 적용하게 한 행위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나 장관 등으로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막대한 권한을 남용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 지시를 담당했다”며 “이에 따라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예술위 등에 하달돼 지원배제 행위가 은밀하고 집요한 방법으로 장기간에 걸쳐 광범위하게 실행됐다”고 봤다. 이어 “이 같은 지원배제 범행은 정치권력의 기호에 따라 지원금 지급을 차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헌법과 문화기본법이 보장하고 있는 문화 표현과 활동에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그 과정에서 예술위 임직원이나 문체부 실무 공무원들이 고통을 겪었고, 긍지였던 그들의 직업이 수치로 여겨지기도 했다”며 “무엇보다 법치주의와 국가의 예술지원 공공성에 대한 문화예술계와 국민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전 실장에 대해선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한 비서실장으로서 누구보다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적법 절차를 준수할 임무가 있는데도 가장 정점에서 지원배제를 지시했다”며 “그럼에도 자신은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또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회피로 일관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피고인들은 보수주의를 표방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들로,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좌편향돼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이를 단기간에 바로잡겠다는 의욕이 지나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개인의 사익추구를 목적으로 한 다른 국정농단 범행과는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범 여부에 대해선 “청와대나 문체부 보고서 내용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크긴 하지만 증거들을 종합해도 지원배제 범행을 지시나 지휘해서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진다고 보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권한을 남용해 문체부 1급 공무원들의 사직을 강요한 혐의는 무죄로 봤다. 1급 공무원은 신분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의사에 반해 면직될 수 있다는 규정에 근거한 판단이다.

김 전 실장에 대한 유죄 판결에 대해 여야는 “인과응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형량이 지나치게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김 전 실장의 유죄 판결은 “사필귀정이고 인과응보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더 늦기 전에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면서 “최근 청와대에서 발견된 문건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직권남용한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는 만큼 검찰은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직권남용을 인정한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에 대한 선고도 엄격한 법의 잣대로 국정농단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지명 바른정당 대변인도 논평에서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김 전 실장 등이 이를 악용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를 인정한 판결”이라며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등의 선고가 남아있다. 이번 선고를 토대로 향후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의당은 김 전 실장의 형량이 지나치게 적다며 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석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대한민국 전체를 뒤흔든 국기문란의 장본인들에게 내리는 단죄의 정도가 고작 최고 3년이라는 것은 황당할 따름”이라며 조 전 장관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에 대해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국기문란 사범들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고작 이 정도라면 앞으로 이어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에 대한 판결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라며 “법원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시금석을 세운다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라며, 맹성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유죄판결에 대해 아직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당 차원에서 논평을 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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