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59조,
과로사와 시민안전 위협
노동시간 특례조항, OECD 최장 노동시간에도 영향 끼쳐
    2017년 07월 26일 06: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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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조항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조항은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을 합법화해 노동자 과로사,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악법으로 꼽힌다.

민주노총,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 단축센터, 노동자의 미래, 일과 건강, 집배노조 등으로 구성된 ‘과로사 OUT 공동대책위원회(준)’은 26일 오전 동서울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월 100시간 이상의 초과 노동으로 교통사고, 의료사고 남발로 결국 시민안전을 가장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었다”면서 “근로기준법 59조 노동시간 특례 조항은 노동자도 죽고 시민 안전도 위협하는 장시간 노동의 대표적 적폐”라고 비판했다.

근기법 59조 폐기 촉구 기자회견(사진=집배노조)

근기법 59조 노동시간 특례조항은 법을 초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용자가 노동자 대표와 합의 하에 주 12시간을 초과해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하루 8시간 근무를 법으로 정하는 근기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다.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금융보험업, 영화 제작 및 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 및 조사 사업, 광고업, 의료 및 위생 사업, 접객업, 소각 및 청소업, 이용업 등이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

이 조항이 제정된 당시인 1961년만 해도 특수한 경우로 한정됐었다. 그러나 ‘특례’라는 단어가 규제완화를 거치면서 통계청 조사로 전국 사업체의 60.6%, 전체 종사자의 42.8%가 특례적용 대상이 됐다. 한국이 OECD 가입국 중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데엔 이 조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로사대책위는 “60%가 넘는 사업체에게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더 이상 특례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과로로 인해 산재로 인정된 사망 노동자만 매년 300명 이상이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에게 발병하는 뇌심혈관계 질환 산재 신청은 매년 2천 건에 달한다.

장시간 노동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업종은 집배·운수, 방송, 병원, 게임업계 등이다. 집배 노동자들은 올해만 모두 12명이 과로와 과로로 인한 자살을 선택했고, 한 케이블 방송 PD도 올해 과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노동자의 건강은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최근 연달아 벌어진 버스 노동자의 졸음운전 교통사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올해 5월 10일부터 20일까지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협의회 산하 전국 44개 사업장에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민간 시외버스를 운전하는 노동자의 하루 최대 근무시간은 17시간 8분에 달했다. 택시기사 노동자도 지난 10년 사이 노동시간이 20%가까이 증가했고, 실 노동시간이 가장 긴 1인1차제의 교통사고율은 68.9%에 달한다. 이 밖에 시민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종사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은 의료사고로까지 확대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장시간 노동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커지면서 정부여당은 휴식권 보장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만들기나 연차휴가 사용 촉진, 근무 중 휴식시간 보장 등이 그렇다. 그러나 결국 이런 정책들도 근기법 59조 특례업종 조항이 폐지되지 않는 한 사각지대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과로사대책위는 “정부의 노력도 60%가 넘는 사업체에서 무제한 노동을 강요하는 56년 해묵은 노동시간 특례가 폐지되지 않으면 무용지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노동시간 특례 폐지를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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