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로운 사람들
    [시와 삶] 우리 삶, 무엇이 바뀌었나
        2017년 07월 20일 03:34 오후

    Print Friendly

    외로운 사람들

     

    처음부터 외로운 사람들은 좀처럼

    상처를 받지 않는다

    거센 바람도 뭇 발길질도

    온몸으로 받으며 오늘까지 온 사람들은 좀처럼

    포기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가진 것이 없었던 사람들은 좀처럼

    두려워 떨지 않는다

    믿을 것이 단단한 땅과 맑은 바람과 푸른 하늘뿐인 사람들은 좀처럼

    물러설 줄을 모른다

     

    처음부터 사랑을 알고 실천하는 사람들은 좀처럼

    변할 줄을 모른다

    때론 도시의 먼지를 먹으며 거리에서 잠들고

    때론 하늘에 집을 짓고 태양을 향해 팔뚝질을 한다

    그리고 그 아래

    똑같이 미련한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이면 도무지

    흩어질 줄을 모른다

    3월 금속노조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동광기연 지회장(사진=노동자연대)

    —————————–

    구정 일주일 전이었다. 없는 사람들한테 명절은 생활비가 곱절로 들어가는 달이다.

    그래도 꾸준히 회사를 다니며 치르는 명절엔 며칠이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가족 친지들 만나는 기쁨이라도 있었다.

    설 일주일 전에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동조합을 했다고 한순간에 잘렸다.

    안산의 동광기연 노동자들은 지난 1월 19일 해고되어 지금까지 6개월이 되도록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안산과 인천의 동광기업 그리고 이름이 다른 또 다른 회사까지 두루 가지고 있는 동광그룹 중 유일하게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였던 동광기연은 자본 매각 시에 조합과 협의해야하는 규칙을 어기고 회사를 팔고 사람들을 일터에서 내쫓았다.

    회사에 출근하고 애들 키우고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 생활이 행복인 줄을 이제야 알겠다고 한다. 타의에 의해 평범한 일상을 빼앗긴 사람들이 비단 이들 뿐이랴.

    중년을 훌쩍 넘긴 여인이 “합의서 위반한 동광그룹 자본 규탄한다”라는 몸자보를 등에 걸치고 거리에서 파업가를 부른다.

    `명절도 길에서 이라고 보냈지
    그래도 그동안의 성과는 좀 있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라고 했으니까
    그럼 뭐해 저라고(사장이) 들어주질 않는데`

    -동광기연 조합원  이광열씨-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헌법 제33조. 대한민국의 헌법이 길에 팽개쳐진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였다

    촛불이 온 대지를 뒤덮었던 지난 겨울 이후, 무엇을 이룬 것 같은데, 또다시 무엇을 해야 될 것 같은,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 머릿속이었다.

    제목만 정해놓고 숙제 다 한 것 같은 분위기랄까.

    아직 거리에는 천막이 있고, 불합리한 제도 때문에 노동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고, 자본의 욕심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꺼지지 않는 불씨 같은 장기 투쟁사업장이 있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이제 답을 찾았다. 개미처럼 모여들어 함께하는 발걸음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바뀐 것은 아직 대통령 하나뿐이었다.

    필자소개
    1987년 노조를 만들었다가 해고를 당하고 이후 민중당에서도 활동했고 지금도 거리의 시인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