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재원확보 계획, 증세 배제
    내만복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보다 더 심각”
        2017년 07월 20일 01: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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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100대 국정과제와 487개 실천과제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법인세 인상, 소득세 최고세율 조정 등의 정책은 등장하지 않았다. 사실상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국정과제를 실현하는 데 178조원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원 조달 계획은 세수 자연증가분과 재정지출 절감 등에만 의존하고 있다. 일부 증세가 있지만 대선 공약보다도 후퇴한 수준으로 미미하다. ‘부실 공약’이라는 지적과 함께, 더불어민주당 등 당시 야당이 강하게 비판했던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실현을 위해 필요한 재원 178조원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이 책정된 분야는 복지 확대와 교육 공공성 강화 등(77조4천억원)이다. 이 밖에 일자리 창출, 민생경제, 경찰·소방공무원 등의 증원,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초연구 투자 확대 등에도 예산이 책정됐다.

    정부가 세입을 늘려 확보하려는 돈은 82조 6천억원이다. 이 중 60조5천억원이 세수 자연증가분이다. 세입 확충을 통한 재원 조달 방안의 대부분을 세수 자연증가분에 의존한 것이다. 나머지 22조 1천억원은 비과세·감면 정비(11조4천억원), 탈루소득 과세 강화(5조 7천억원), 과징금 등 세외수입 확충(5조원) 등을 통해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대변인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와 인터뷰에서 “증세는 포함이 안 돼 있다. 지출 구조를 개선해서 세입 확충으로 83조원, 세출을 절감해서 95조 원으로 178조를 만들 것”이라며 “세입 확충 같은 경우를 보면 지금 지난해와 올해 세수 자연 증가분이 있다. 적어도 올해는 15조 원 정도 이상 자연 증가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가 그동안 지출을 너무나도 방만하게 한 부분이 명백하게 있다. 자원개발 등의 부분을 줄여 나갈 것이고 그 밖에도 전달 체계에서 누수가 되는 부분 등을 개선하면 충분히 178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박지원 “실현 가능성에 문제 있어”… 정의당 “이미 실패한 정책, 전면 폐기돼야”

    그러나 야당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일제히 문재인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전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에서 “전체적으로 큰 방향과 전략 과제가 잘 잡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설계도이지 실천을 어떻게 하느냐, 이것이 가장 큰 난제”라며 “재원조달 약 178조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러한 것들을 박근혜 정부 초창기처럼 ‘세출을 절감해서 95조를 만들겠다’, ‘증세는 하지 않는다’, ‘증세 없는 복지’를 얘기하고 있다”며 “실현 가능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표방하는 정의당은 이번 문재인 정부의 재원 조달 방안의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였던 심상정 전 대표 또한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에 강한 반감을 나타낸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상무위회의에서 “새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가 파탄난 뒤에 탄생한 정부다. 적극적이고 솔직한 재정대책이 없다면 스스로 제시한 ‘포용적 복지국가’의 길은 험난할 것”이라며 “향후 복지정책 추진에서 스스로 발목이 잡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전날 정책 논평을 내고 “재정 지출 삭감만으로 복지 국가를 위한 재원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박근혜 정부에서 드러난 바 있다”며 “이미 실패한 것으로 드러난 재원마련 방안은 전면 폐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위는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추가 소요 재원(2017년 대비)을 5년간 178조원(연간 35.6조원)으로 추계하고 있으나, 이는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과 건강보험 보장성 예산 등의 복지예산을 누락하거나 과소 추계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원 확보를 위한 세법 개정 등 증세 방안은 지난 총선 공약에서 연 10.7조원 증세로, 대선 공약에서 연 6.3조원 증세로 후퇴했다. 그리고 이번에 연 2.3조원으로 총선대비 1/5, 대선 대비 1/3으로 또 다시 축소됐다”고 공약 후퇴 문제도 거론했다.

    정책위는 “대선 당시 안철수 후보의 증세방안이 연 12.6조원이었고, 유승민 후보의 증세방안이 연 40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내만복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보다 더 심각”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 기조가 더 강화됐다는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복지시만단체인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은 전날 논평에서 “이번 재원 확보 방안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복지 확대는 실질적인 재원 대책이 마련돼야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부문보다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세입확충 방안을 세수 자연증가분으로 채운 것은 ‘편법’이라고 비판했다.

    내만복은 “조세제도 개혁을 의한 증세 정공법은 5년간 31.5조원에서 11.4조원으로 감소해 총 178조원의 재원조달액 중 6.4%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박근혜 정부 공약가계부가 총 135조원 재원방안에서 증세 몫(탈루세금 과세 포함)이 48.0조원에 불과해 ‘증세 없는 복지’라 비판받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이보다 더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복지공약이 후퇴하지 않기 위해서는 탄탄한 재정조달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증세에 대해 소극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증세에 대한 종합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표 “법인세 인상 등 단계적으로 조세 부담 높이는 것 필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국정자문위에선 법인세 인상 등을 소극적으로나마 거론하고 있기는 하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아주 크게 조세 부담을 늘리지 않더라도 재정의 적극적 운영을 통해서 5년 정도면 178조는 어느 정도 조달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물론 조세 부담은 높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조세부담률이 참여정부 후반부에 21% 정도인데, OECD 국가 중에서 아주 낮은 수준이다. 그런데 지금은 18%대로 떨어졌다. 나라가 제대로 기능하고, 경제, 사회정책에서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을 잡아주려면, 단계적으로 조세 부담을 올려가는 조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선순위는 고액재산가나 법인에 대한 세금을 높여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분배 구조를 개선시키는 일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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