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기간제, 파견·용역 등 최대 20만명 가량 전환될 듯
        2017년 07월 20일 01: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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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와 파견·용역 등 비정규직 노동자 중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정부는 20일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을 심의해 의결한 후,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고용노동부는 7~8월 기관별 비정규직 현황, 소요예산 등 특별실태조사를 거쳐 9월중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당사자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 등 노동계와 협의 끝에 보완한 내용이다. 노정 대화를 차단했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듣고 완성된 방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많다.

    노동부에 따르면, 전국 공공기관 852개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총 184만 명이다. 이 중 비정규직 노동자는 기간제 19만1000명, 파견·용역 12만1000명으로 모두 31만여명에 달한다.

    정부는 앞으로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 일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한해 올해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과거 2년 이상’, ‘앞으로 2년 이상’, ‘연중 10∼11개월 이상’ 등 정규직 전환 대상을 판단하는 기존 상시·지속적 업무의 기준도 ‘앞으로 2년 이상’, ‘연중 9개월 이상’으로 완화됐다.

    계약기간이 정해진 기간제 노동자는 올해 말까지 정규직 전환을 마칠 예정이고, 파견·용역 노동자의 경우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 맞춰 전환된다. 국민의 생명 및 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은 최대 20만 명 가량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노동부는 정규직 전환 규모와 소요예산에 대해 “구체적인 실태조사를 해봐야 전환 규모와 재정 수요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예외 대상도 있다. 기간제의 경우 휴직대체 근로자, 실업·복지 대책으로 제공된 일자리는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또 일정기간 프로젝트형 연구사업에 참여하는 연구인력(반복적인 프로젝트형 연구 수행은 제외)이나 존속 기간이 명확한 기관에 근무하는 인력의 경우 정규직 전환에서 제외된다.

    60세 이상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지만 청소·경비 등 고령 노동자가 많은 직종은 가능하도록 했다.

    전체 기간제 노동자의 29%를 차지하는 기간제 교사와 시간강사 등도 전환 대상에서 빠졌다. 기존 교사와 채용 사유와 절차, 고용형태, 노동조건이 다르다는 이유다. 다만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노동계가 추천한 전문가가 포함된 전환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강사, 교원, 사범대생, 학부모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무기계약직 21만2천명에 대해서는 차별 해소 및 처우 개선 조치가 시행된다. 일부에선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워낙 정규직과 차별이 극심해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선 ‘가짜 정규직’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에 공무직, 상담직 등 적합한 명칭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교육훈련 기회를 확대하고, 승급체계 및 인사관리시스템도 정비한다. 파견·용역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돼 용역업체에 지급하던 이윤·일반관리비(용역사업비의 10∼15%)가 줄어들면 이를 복지포인트나 명절상여금, 식비, 출장비 지급 등 무기계약직 처우개선에 활용할 방침이다.

    정부는 1단계로 이처럼 852개 기관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후, 2단계로는 자치단체 출연·출자기관,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자회사로, 3단계로 일부 민간위탁기관 등에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추진한다. 8월까지 각 기관으로부터 인력 전환 규모 및 계획을 취합해 9월 중 로드맵을 마련하고 소요 재원 등이 확정되면 2018년 예산에 반영키로 했다.

    정부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기간제 교사 등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고 용역·파견 노동자의 자회사 채용을 통한 정규직화 등의 내용에 대해선 우려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공공부문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이번 가이드라인이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우리는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직접고용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간접고용(파견·용역 등)까지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포함한 점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정규직 전환 대상 예외 사유를 축소함으로서 지난 정부들의 비정규직 정책에서 진일보했다”고 호평했다.

    다만 “정규직 전환 예외 사유는 지난 정부보다 상당히 축소했으나 여전히 ‘상시·지속성’ 기준 외에 일부 직종을 명기하는 등 합리적이지 못한 조항이 남아있다”면서 “또 다른 외주용역에 불과할 우려가 있는 ‘자회사’의 존치를 여전히 인정하는 점도 문제다. 구조조정(기능조정)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회피할 수 있는 빈틈조차 있다”고 한계점을 지적했다.

    특히 노조는 이번 가이드라인 실현을 위해선 “실질적인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의 총인건비, 기준인건비, 총정원제도, 경영평가, 관련 법령·규정 등 제도개선이 병행되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논평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이 ‘무기계약직 대폭 확대’ 정책이라는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학비노조는 “우리는 단순히 이명박근혜 정부 때보다 조금 나은 정책이 아니라, 사회양극화의 주범인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를 요구했다”며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정규직 대비 어느 정도까지 임금을 인상하느냐이다. 무기계약이 되기 전과 후의 임금이 똑같고, 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달라지지 않는 한 아무리 고용이 보장되어봤자 무기계약직은 무기한 비정규직, 평생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무기계약직 처우개선, 명칭 변경 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정규직과 임금차별의 핵심인 근속수당 문제가 빠져있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정규직 대비 80% 수준까지 임금을 인상시키겠다는 계획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학비노조는 거듭 “정규직 대비 80% 수준까지 비정규직의 임금을 인상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교육부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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