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버지의 전쟁’
스탭 등 영화노동자들 임금체불 소송
“좋은 영화로 기억되기 위해선 좋은 노동이 우선”
    2017년 07월 18일 07: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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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결국 노동으로 인해 결국 구체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대중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되기 위해선 좋은 노동이 우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영화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와 배우들이 제작사와 투자사를 상대로 임금체불 소송을 진행한다. ‘아버지의 전쟁 스태프 및 배우 임금체불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연대모임)’은 1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작사 <무비엔진(무비)>과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우성)>는 스태프 및 배우들에 대한 노동착취 행위를 사과하고 임금체불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연대모임은 제작사 무비 측이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등 각종 노동관계법령을 위반했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에 따라 ‘영화산업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을 준수해야 할 위임사임에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의 전쟁’ 영화노동자 임금체불 관련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이번 <아버지의 전쟁> 영화 임금체불 사태는 ‘좋은 영화’라는 관념에 매몰돼 영화 노동자에 저지르는 불법행위에 대해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한국 영화산업의 현 주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버지의 전쟁>은 배우 한석규 씨 주연의 1998년 판문점에서 사망한 김훈 중위의 의문사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이 영화는 5년간 기획 개발 끝에 지난 2월 촬영을 시작했으나 4월 13일, 두 달 만에 제작이 중단됐다. 유가족이 영화 내용 일부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고, 영화 촬영 및 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제작사인 <무비엔진>과 투자사 <우성엔터테인먼트> 사이 갈등의 쟁점은 유가족의 동의 여부 그리고 돈 문제다. 두 회사 모두 이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서로에게 촬영 중단과 임금 미지급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투자사와 제작사 어느 쪽 과실이 더 무겁냐를 떠나, 둘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모든 피해를 다수의 약자인 스태프와 단역 배우가 고스란히 떠맡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들이 2개월 동안 일하고도 받지 못한 임금은 2억여 원에 달한다.

연대모임은 “예산 운영의 과실이 어느 쪽에 있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는 제작사와 투자사가 논쟁해야 할 문제이지, 성실하게 일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며 “제작사와 투자사는 조속히 협의해 동결된 영화 예산에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문제 대응모임 공동대표인 손아람 작가는 “한국영화에 1천만 관객이 들면 제작사와 투자사는 엄청난 돈을 벌게 되지만, 그 영화의 스태프들은 한 푼도 더 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예산상 문제 생기면 그 위험과 손해는 스태프들이 모두 감수해야 한다”며 “이는 수익을 얻는 자가 리스크도 진다는 자본주의 최소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영화계의 불합리한 구조를 비판했다.

손 작가는 “심지어 (동결된) 예산이 있음에도 다른 중요한 사람들은 각자가 챙길 돈은 챙기고 스태프에 대한 임금만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한국영화 시장의 붕괴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영화계에서 스태프 등에 대한 도급계약 강요, 최저임금 위반, 4대보험 미가입, 단체협약 위반을 비롯해 임금체불 문제는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아버지의 전쟁> 사태의 경우, 한석규라는 배우가 주연을 맡은 영화이기 때문에 이슈가 될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엔 세상에 알려지지도 못한 채 덮이고 만다. 스태프와 단역배우들이 제작 과정의 재정적 위험을 온몸으로 떠안아온 한국영화 산업의 현실이 이번에 제대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은 이 같은 불합리한 상황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사무국장에 따르면, 정부가 표준근로계약서를 고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선 대부분 이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고 있다. ‘갑’인 투자사와 제작사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길 원치 않으며 ‘을’인 스태프는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연대모임은 이번 임금체불 소송을 계기로 한국영화 제작사들이 영화 스태프들과 도급 계약이 아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정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이 배제되는 현재의 영화계 관행을 깨고 영화 제작에 있어 ‘좋은 노동’이 우선적으로 고려되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안병호 위원장은 이날 연대 발언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는 한편의 시나리오, 명망 있는 감독, 유명한 배우에 국한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카메라를 옮기고, 조명기를 설치하고, 화면 안에 잘못된 것이 없는지 계속 살피고,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촬영장소를 찾기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돌아다니고, 또 그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연신 머리를 조아리고, 졸린 눈 비벼가며 운전대를 잡는 일이며, 내일 촬영을 위해 새벽까지 준비하다가 두 눈이 빨개져 현장에 나가는 일이다. 한 컷을 찍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는 일이며, 기껏 기다렸으나 오늘 못 찍게 됐다는 말을 듣게 되는 일이고, 그러한 말을 전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게 한 편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맡은 일을 하고 수많은 노고와 근심의 결과물이 바로 영화다. 흔히 말하는 좋은 영화라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으로 인해 결국 구체화되는 것이다.

아버지의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는 의도를 얘기한다. 그러나 좋은 영화로 기억되기 위해선 결국 좋은 노동 우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영화는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며 현장에서 함께 했던 스태프들은 그 대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노동의 대가는 반드시 지급돼야 한다. 제작사와 투자사는 반드시 책임 있는 태도로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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