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베를린 구상' 이행
    북에 군사회담·적십자회담 제안
    여당과 야당, 대체로 긍정적...자유한국당 논평 없어
        2017년 07월 17일 03:0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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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17일 ‘베를린 구상’을 이행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은 이날 국방부 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 위한 남북군사당국회담을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개최할 것을 북측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북측은 현재 단절되어 있는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복원해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회신해주기 바란다”며 “북측의 긍정적인 호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선향 대한적십자사 회장 직무대행도 이날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을 8월 1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가질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밝힌 이른바 ‘베를린 구상’에서 상호 적대 행위 중단, 남북대화 재개, 10.4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한 바 있다.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은 베를린 구상에서 제시한 구체적 사항들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과거 남북이 합의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공동선언 및 10·4 정상선언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라면 우리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호응해 나와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과의 군사회담 성사 가능성은 높다는 전망이 많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해 5월 제7차 당 대회에서 “북남 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충돌 위험을 제거하고 긴장 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해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의하기도 했다.

    남북 당국 회담은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로 없었다. 만약 북측이 우리 국방부의 이번 군사회담에 응하게 되면 1년 7개월여 만에 대화의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반면 이산가족 상봉 등 적십자회담에 응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일하다 탈북한 여종업원 12명과 탈북한 뒤 남한에 정착했지만 북송을 요구하고 있는 김련희 씨의 송환을 이산가족 상봉의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탈북 여종업원들은 자유의사로 귀순했고, 김련희 씨를 북으로 돌려보낼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도 정부의 두 회담 제안에 대해 대체적으로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오늘 제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의 구체적인 후속조치가 군사적 측면과 인도적 측면의 투 트랙으로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면서, 북한 측의 즉각적 호응을 촉구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과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 제의를 환영한다”며 “극한 대립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던 남북관계 속에서 군사적 긴장감을 늦추고, 대화와 평화의 물줄기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손 수석대변인은 “북한의 무력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입장 변화 여부에 대한 물밑 접촉 없이 지나치게 서둘러 군사당국회담 제의를 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면서도 “북한의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 또한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조치를 계기로, 지난 보수 정권 동안에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가 해빙기를 맞게 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 또한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를 주장했던 만큼, 이번에는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호응으로 함께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선 여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바른정당은 짧은 구두 논평으로 입장을 대신했다.

    이종철 대변인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이 가장 급선무”라며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은 조건 없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이 이 같은 목적에 부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있으며, 내부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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