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 시급 7530원
    노동·재계, 상이한 ‘불만’
    “최저임금 결정방식·구조, 고쳐야”
        2017년 07월 17일 11:4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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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6470원과 비교하면 1060원이 오른 것으로,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1988년 이후 액수론 역대 최대 폭이다.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올해와 같은 시간을 일해도 매월 22만1540원을 더 받게 된다. 현 정부의 정책기조인 ‘소득 주도 성장’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다. 월 소정근로시간(유급휴일 포함) 209시간 기준 월급 환산액은 157만3770원이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 측 7300원(12.8% 인상안)과 노동자위원 측 7530원(16.4% 인상안) 최종안을 두고 자유표결을 거쳐 노동자위원 안 15표, 사용자위원 안 12표로 이 같이 결정했다. 매년 어느 한 쪽이 퇴장한 속에서 표결이 이뤄졌던 반면, 올해는 양측 모두 표결에 참여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 수는 4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던 노동자들도 간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여 실제 영향률은 전체 노동자의 70%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즉각 1만원’을 요구했던 노동계는 “턱 없이 모자란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6일 성명을 내고 “최저임금 1만원의 요구가 가로막힌 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된 데 대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시급 7,530원은 사회적 요구였던 1만원 요구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사용자위원의 최종안이었던 7,300원에 비해 불과 230원 더 많은 것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부의 3년 내 1만원 실현이라는 공약에 비추어 봐도 1년차인 2018년에 대폭 인상해야 마땅한데 평균 수준으로 결정되면서 남은 2년 내 1만원 실현도 불투명해졌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대선 후보의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으로 가는 첫걸음을 뗀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으로 2020년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고 본다”며 “1만 원 공약의 로드맵이 이제 시작이 된 것이고 반드시 1만 원 시대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중소영세업체에 대한 지원이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은 부분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정책적으로 소득불평등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정책적으로 세금을 이렇게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정책”이라고 반박했다.

    어수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은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에서 “1만원 공약은 현 정부 뿐만 아니고 모든 대선 후보가 공약한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합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영세 중소상공인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임금 초과인상 부담분에 대한 직접 지원 3조원과 공정거래 질서 확립 등 간접 지원 대책 1조원 등 총 4조원의 재정을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중소영세사업장 사이에선 최저임금 대폭 인상으로 인한 우려가 나온다.

    홍종흔 대한제과협회장은 이날 같은 매체에서 “최근 5년간 물가 상승률이 2.6%였고 임금 상승률이 5.0%, 최저임금 상승률은 7.4%였다. 이번 최저임금 상승률은 역대 최고치인 16.4%다.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 협회장은 “정부 정책이 없는 것보다는 좋은 현상이지만 (직간접적 대책 4조원 지원은) 3년 한시적이기 때문에 3년 지나고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영세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분들 중엔 4대 보험을 들어야 한다고 하면 그만두고 다른 곳에서 일하겠다고 하는 분들도 꽤 많다. 그런데 정부 지원은 4대 보험을 드는 업소에만 치중될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다.

    신용카드 수수료 절감, 부가가치세 인하, 상가 임대료 상한제 등의 정책이 최저임금 인상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에 대해선 “일부 정말 영세한 곳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연 매출액 5억 미만 업체에만 혜택을 준다고 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주유소 같은 경우 기름값이 원체 비싸서 매출액이 커도 (순수익은) 10% 정도다. 소상공인 전체에 (카드)수수료를 낮춰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영세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표하면서도 결국 대안은 대기업의 ‘갑질’, ‘골목상권 침탈’을 정부가 나서서 막아주는 것에 있다고 보고 있다.

    ‘최저임금을 묶어둘 순 없는 상황에서 대안은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홍 협회장은 “중소기업 적합 업종 권고사항을 완전히 법제화가 해서 대기업들이 영세업이 하는 일에 진입하지 못할 수 있도록 강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어수봉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어려운 것, 최저임금 때문 아냐”

    어수봉 위원장 또한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려운 경영 환경에 놓여 있다는 건 다 잘 알고 있지만, 그 이유가 최저임금 때문에 어려운 건 아니다”라며 “진짜 어려운 이유는 불공정한 거래, 예를 들면 하청 기업이라든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지점의 갑질 논란, 높은 임대료, 과도한 수수료 등이 주요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한편 노동계에선 최저임금위원회 구조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 이번에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것과는 별개로, 정부의 성향에 따라 매해 인상폭이 고무줄처럼 달라지는 것은 현재 최임위 구조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다. 공익위원 측이 노동계와 재계 양쪽의 의견을 중재한다기보다 정부의 인상안 관철을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공익위원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주도 속에 노동계든 재계든 결국 최임위의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다.

    민주노총은 “많은 요구와 기대에도 문재인 정부 첫 해, 대통령의 공약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고 말았다”며 “5백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대통령의 공약 앞에 여지없이 배제되었다.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이 그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실제는 어수봉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주도한 전무후무한 최악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이 만들어 낸 작품”이라며 “어수봉 위원장은 공익위원 다수의 표를 무기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관철하기 위한 꼼수와 사실상 협박으로 일관했다”고 전했다.

    이어 “노동자 위원들에게는 공익위원의 가이드라인 상한선을, 사용자 위원들에게는 하한선을 각각 공개한 뒤, 마치 15.7%를 기준으로 최저입찰가 낙찰하듯이 요구안을 내도록 압박했다”며 “결국 대통령의 공약실현을 위해 노동자위원들에게 들러리가 되기를 강요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질타헸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관철하는 것에 불과한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구조는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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