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산업체 노동자 쟁의행위 금지
    과도한 기본권 제한, 노조 무력화 유도
    방산업 매출 상당 부분, 군납 아닌 해외수출로 얻어
        2017년 07월 14일 05:2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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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파업권이 제한되는 방위산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일상적 시기엔 쟁의행위가 가능하도록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당 김종대·노회찬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서형수 의원, 금속노조 등이 공동주최해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방산업체 노동자와 노동3권 실태’ 토론회에서 방산업체 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 논의가 이어졌다.

    현행 헌법과 노조법에 따르면 방산업체 노동자들에 대해선 쟁의행위, 즉 파업권을 제한하고 있다. 방산업체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국가 안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대 의원은 토론회 인사말에서 “평화 시에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방위산업체 노동자의 구체적인 쟁의 행위가 갖는 국가 안보에 대한 위해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금지만 하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과연 타당한 일인지 되돌아볼 때”라고 지적했다.

    방산노동자의 파업권을 헌법으로 제한한 것은 1980년, 5공화국 때다. 이전엔 공무원의 노동3권만 부정했다가 이때 단체행동권 제한의 범위에 ‘방위산업체’가 추가됐다. 현행 헌법(제33조 제3항)에선 ‘주요방위산업체’라는 표현으로 바꿔 제한 범위를 보다 축소시켰지만 방산노동자들이 파업권을 제한받는 현실은 여전하다.

    현행 노조법도 마찬가지로 방산노동자들의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노조법을 어기고 방산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을 받게된다.

    이처럼 헌법과 노조법이 방산노동자들의 파업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는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돼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주요 방산물자 생산 기업들이 과거와 달리, 매출 상당 부분을 군납이 아닌 해외 수출에서 얻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업권을 금지하는 현행 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론회 모습(사진=김종대 의원실)

    발제를 맡은 금속노조 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방산노동자의 쟁의행위를 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할 만큼 이들의 쟁의행위가 국가의 방산물자수급에 큰 차질을 발생시켜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칠 가능성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이 발간한 ‘2016 방위사업 통계연보’를 보면 국내 방산물자 수출액은 2013년 34억1,500달러로 30억 달러를 돌파한데 이어, 2014년 36억1,200달러, 2015년 35억4,100달러로 매해 수출액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 변호사는 “방산노동자의 쟁의행위가 국가의 방산물자수급에 큰 차질을 발생시켜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끼치는 것인지에 대한 검토 없이 일률적으로 쟁의를 금지한 현행 노조법 제41조 제2항은 노동3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외에 방산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곳은 대만, 베트남, 터키, 인도네시아 정도뿐이다.

    방산노동자 파업권 제한으로 노노 갈등 격화, 노조 무력화

    방산노동자들의 파업이 법으로 금지된 데 따른 갈등도 심각하다. 조합원간 노-노 갈등과 노조 무력화를 가져오고, 특히 회사는 이런 법 조항을 악용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방산노동자가 노조법에 따라 파업에 참여할 수가 없으니, 파업 참여자들 입장에서 방산노동자들은 임금 손실 없이 단체협약의 과실만 얻는 ‘무임승차’로 보일 수밖에 없어 노노 갈등을 유발한다”며 “그렇다고 방산노동자가 함께 파업에 나서게 되면 형사처벌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지회 간부들은 방산노동자의 파업에 참여해 노조법 위반으로 유죄선고를 받아 대법원에서 확정된 바도 있다.

    파업을 금지하는 법 조항은 노조 자체를 무력화시킨다.

    금속노조 STX엔진지회 역시 전체 조합원 350여명 중 방산노동자가 250여명에 이른다. 2010년에 방산노동자를 포함한 파업으로 지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후부터는 매년 쟁의행위 찬반투표 때마다 민수/방산 조합원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금속노조 퍼스텍지회에선 방산노동자의 파업 참여로 지회 간부들이 연이어 형사처벌을 받게 되자 결국 지회 간부직을 회피하려는 경향마저 생겨나고 있다.

    사측은 부당노동행위에 악용,
    조합원 골라 방산으로 전보조치해 노조 무력화

    국가 안보를 위해 제한한 방산노동자 파업 금지 조항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합법화하는 근거로 악용되는 사례도 있다.

    김 변호사는 “일부 사업장에서는 방산노동자의 파업이 제한된다는 점을 악용해 아예 조합원들을 방산부문으로 전보발령해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속노조 S&T모티브지회(구 대우정밀)는 연봉제 전환에 동의하지 않고 노동조합 탈퇴를 거부한 조합원을 선별적으로 방산사업부로 전보조치 한 적이 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방식으로 회사는 금속노조의 파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며 “결국 전체 조합원 450여명 중 150여명이던 민수사업부 조합원은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게 되었고, 전체 조합원 수도 330여명으로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민수물량이 늘어나고 방산물량은 줄어들었지만, 회사는 조합원들을 민수부문에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 대신 늘어난 민수물량은 사내하청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방산노동자 파업권 일정부분 허용해야”
    현행 헌법·노조법 개정해야…무거운 형사처벌 조항도 삭제 필요

    토론회에선 방산노동자의 파업권을 전면 금지하는 현행 헌법, 노조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평시에도 파업을 제한하는 현행 법 내용에 파업을 금지하는 상황 등 구체적 요건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현행 헌법은 주요 방위산업체 종사자의 단체행동권을 아예 인정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ILO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며 노동3권의 과도한 제한”이라며 “이 조항을 삭제하거나, 적어도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 발생’이라는 요건이 충족돼야만 쟁의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쟁의권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전면적 제한이 아닌 일부 제한임을 명시해 기본권 제한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법과 관련해서도 “과도하게 무거운 현행 형사처벌 조항 역시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방산노동자라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단체행동권은 보장하되, 다만 신고의무를 부과하면 된다”며 “쟁의행위가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위험이 확인될 경우에만 구체적인 사유와 함께 보완을 명할 수 있도록 해 이를 이행할 공법상 의무를 지우면 된다”고 개정 내용을 설명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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