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
    한수원 이사회, 노조 등 반발로 무산
    발전회사 통합재편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 필요
        2017년 07월 13일 06:3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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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가 한수원 노조와 일부 주민들의 결국 무산됐다. 탈원전이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인 만큼 발전회사 공적 개편 등 노동자와 주민의 저항을 수렴할 수 있는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회는 한수원 경주 본사에서 13일 오후 3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추진기간 중 공사일시 중단 계획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수원 노동조합과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이사회 개최 전부터 한수원 본사 건물과 인근에는 150여 명의 한수원 노조원과 400여 명의 신고리 원전 소재지인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주민들이 결집했다. 경북과 울산에서 파견된 경찰 10개 중대의 800여명 등도 무력 충돌에 대비했다.

    서생면 주민들은 “신고리 공사 중단이 주민들의 생존권을 빼앗는다”고 항의했다. 이상대 신고리5·6호기 공사중단 반대 범울주군민대책위 위원장은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법 절차에 따라 지금까지 사업이 추진돼 왔다”며 “대통령의 지시 한마디에 의해 원전사업이 중단된다면, 법이 없는 나라로밖에 볼 수 없다. 대통령이나 국가가 법을 안 지키고 국민더러 지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수원 노조도 본사 로비에서 같은 취지의 집회를 열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중단 결사반대”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본사 건물 출입문과 지하계단, VIP전용 엘리베이터 등 이사회가 열리기로 한 본사 11층 회의실로 통하는 4곳의 통로를 모두 막았다.

    이사회 시작 시점에 본사에 도착한 비상임이사 7명은 노조 반발에 막혀 건물에 들어서지 못했다. 이사회는 이관섭 사장을 비롯한 상임이사 6명, 비상임이사 7명 등 모두 13명으로 구성됐다. 과반수인 7명이 찬성하면 안건이 의결된다.

    노조는 이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공산 중단이 결정될 경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등의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단체 등의 원전 반대 회견(사진=환경연합)과 원전 건설 집회(사진=주민대책위)의 모습

    에너지 정책을 중심으로 한 갈등의 불씨는 MB정권에서 시작됐다. 발전 공기업 6개 분할과 특정 지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현재 노조와 주민들이 신고리 공사 중단에 항의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 문제가 이들의 생존권 문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진보성향 시민사회연구단체들은 탈원전과 함께 발전 공기업 재편 방안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한수원은 민영화를 목적으로 한 발전공기업 분할 정책 이후 원전을 다루는 발전회사가 됐다. 수력발전도 담당하지만 그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그 결과 신규 원전 건설이나 노후 원전 폐쇄는 한수원 노동자들의 생존권 문제로 전락했다. 신고리 공사 중단으로 인한 고용불안 우려를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발전 회사 전체의 인력 부족, 신규 발전소 인력 재배치 등 한수원 노동자들은 얼마든지 다른 발전 회사로의 흡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송유나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정책연구실장은 <레디앙>과 통화에서 “발전사 6개로 쪼개지면서 정부가 한수원을 신규 원전 건설이나 원전 수출로만 경영평가를 하고 경쟁을 시켜 놓으니 한수원 노동자들에게 원전 하나 짓고 말고가 생존권 문제가 됐다”며 특히 “당장 원전 짓지 않으면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한수원 윗선에서 노조를 동원하는 양상도 있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16년 동안 원전회사라고 생각하고 원전 확대, 수출만 고민해온 한수원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은 이해하지만, 이 문제는 원전만을 강조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송 실장은 정부가 전력산업 공적 재편을 통해 한수원 노동자들의 저항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6개로 쪼개진 발전회사를 하나로 묶어 이들이 원전이나 석탄과 같은 특정 에너지 노동자가 아닌 ‘전력노동자’로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송 실장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세계 원전 지도는 완전히 바뀌었고 탈원전은 이미 세계적 경향”이라며 “한수원 노동자도 전력 노동자다. 원전이냐, 석탄이냐를 고집할 게 아니라 ‘어떤 전력이어야 하느냐’를 고민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전력을 공급하는 노동자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MB정권의 선진화 정책으로 전체 발전소가 부족한 인력으로 운영돼왔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일자리 확대를 제1 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발전회사 인력만 정상화, 6개로 쪼개진 발전 회사 통합·재편도 인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송 실장은 설명했다.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면서 특정 지역엔 천억원 대의 발전기금이 주어졌다. 공사가 중단 돼 이 지원금이 끊기게 되는 것에 따른 지역 주민들의 우려도 있다.

    송 실장은 “MB정권에서 ‘원전 지으면 일자리 만들어주겠다’는 식의 개발 정책을 시행했고, 특정 지역에 대한 경제지원 문제이기 때문에 당시에도 주민들 사이에 (원전 찬반을 두고) 갈등이 증폭됐다”며 “현재는 그 갈등을 활용해 지역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단기적으론 ‘건설 붐’ 장기적으론 원전 지역발전 기금이 문제인 건데, 이런 부분은 또 다른 지역 활성화 정책을 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 주민들의 불만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원전 정책은 결정적인 결단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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