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습기살균제 옥시 3차 배상안 발표
    “선고 앞두고 형량 낮추기 꼼수” 비판
    또 3, 4단계 피해자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 없어
        2017년 07월 10일 07:4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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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레킷벤키저가 10일 정부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3차 조사에서 확인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에 한정한 배상안으로 ‘3, 4단계’ 피해자는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오는 21일 옥시 관계자를 비롯헤 가해 기업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형량을 낮추기 위한 ‘꼼수 배상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피모) 등은 이날 오후 옥시 본사가 있는 여의도 IFC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존 리 옥시 전 대표 등의 구속수사와 옥시 제품 국내 철수 등을 촉구했다.

    가습기살균제 옥시 규탄 기자회견(이하 사진은 유하라)

    이날은 옥시 관계자에 대한 항소심 재판을 열흘 가량 앞두고 있는 날이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옥시는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와 함께 평생 치료비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3차 배상안을 발표했다.

    옥시는 정부의 3차 조사에서 자사 살균제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한 1단계 피해자, 가능성이 크다는 판정한 2단계 피해자 52명에게 배상한다고 밝혔다. 내용은 지난 1, 2차 피해조사에서 1, 2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 배상안과 동일하다.

    이 배상안에 따르면, 성인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최대 3억5,000만원(사망시)과 함께 과거·미래 치료비와 일실수입(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일을 해 벌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입) 등을 배상 받는다. 사망·중상에 이른 영유아와 어린이는 일실수입을 계산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 5억5,000만원을 포함, 총 10억 원이 일괄 책정됐다.

    그러나 3, 4단계 피해자는 이번에도 옥시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가 없다. 국내 소비자단체와 피해자단체 등의 반발에도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항소심 재판을 열흘 가량 앞둔 상황에서 3차 배상안이 나온 것을 두고도 “형량을 낮추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옥시의 3차 배상안의 근거가 된 정부의 3차 판정안은 지난해 말부터 3번에 걸쳐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옥시는 지난해 말부터 확인된 1, 2단계 피해자에 대한 어떤 배상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항소심 재판을 얼마 남기지 않고 배상안을 발표했다.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옥시가 오늘 발표한 3차 배상안은 아무런 내용이 없다. 1, 2차 배상안과 동일한 내용”이라며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형량 낮추려는 꼼수 배상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옥시 레킷벤키저가 아직도 정신 차리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도 “정부의 3차 판정안은 아니라 작년 말부터 3번에 걸쳐서 나뉘어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판정안이 나올 때마다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처리했어야 했는데, 배상안 내용도 1, 2차 배상안과 전혀 다르지 않으면서 5개월이나 묶어 놨다”며 “(3차 배상안은) 항소심 판결을 앞두고 ‘우리가 피해자와 잘 합의하고 있다’며 항소심 판결에서 잘 봐달라는 내용 밖엔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3차 판정을 받을 피해자들은 모두 752명으로 2015년 처음 피해를 접수했고, 452명에 대한 판정이 나왔다. 그 중 옥시가 3차 배상안으로 배상할 1, 2단계 피해자는 고작 57명에 불과하다. 절대다수인 395명은 3, 4단계 피해자다. 이들 모두 버젓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지만 옥시로부터 어떤 배상도 받을 수가 없다.

    정부 3차 조사에 피해 접수를 하고 4단계 피해자로 판정된 강 모씨는 “아이에게 좋다는 광고를 보고 가습기 당번 제품 썼다가 지금까지 약을 먹으며 치료하고 있다. 뛰지도, 빨리 걷지도 못하고, 감기만 걸려도 입원해야 한다”며 “옥시 제품이 아니었다면 제가 왜 이렇게 아픈건가. 그러나 아무책임도 지지 않는다.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최예용 소장은 “7월 7일 기준 피해접 수가 무려 5657명이다. 그 중 사망자 1212명이다. 전체 피해접수의 20%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피해사례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정부 조사에서 지난 18년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이후에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은 사람이 무려 30~50만 명이다. 10배, 1000배 피해자 더 있다는 뜻”이라며 “그러나 옥시는 3, 4단계 피해자에 대해선 일언반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항소심에선 무죄라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을 받은 존 리는 검찰의 구형에 맞게 판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와 존리 전 옥시 대표에게 각각 20년형, 10년형을 구형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 전 대표에겐 징역 7년을, 존리 전 옥시 대표에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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