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LCD 생산직 노동자
    백혈병 피해, 산업재해로 처음 인정
        2017년 07월 08일 12:0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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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복지공단이 삼성전자 LCD 공장(현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일한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가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LCD 생산직의 백혈병 피해가 산업재해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는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다가 만성골수성백혈병에 걸린 김모 씨의 산재 신청을 승인했다.

    산재 노동자인 김 씨는 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2002년 7월에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에 현장실습을 나왔다가 채용된 후 약 5년 7개월 동안 ‘칼라필터 3라인 포토공정’에서 생산직으로 일했다. 근무 기간 심한 피로감, 생리불순, 불임 등 건강상 이유로 2008년 퇴직했고 김 씨는 25살의 나이였던 2010년 1월에 만성골수성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김 씨는 벤젠, 전리방사선, 극저주파 자기장, 야간교대근무 등 여러 종류의 직업적 발암요인에 복합적·지속적으로 노출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발병한 것으로 보고, 2014년 10월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 산재보험을 신청했다.

    같은 해 역학조사를 의뢰 받은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극저주파자기장의 노출 수준이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에 송부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 서울 업무상질병 판정위원회는 이런 역학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이러한 일회성 측정결과가 과거 재해자가 근무했던 작업환경 즉 일상적이고 계속적인 작업과정 중 발생하는 실제 유해물질의 노출 현황을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질병판정위는 “비록 각각의 유해물질의 노출 수준이 독자적으로 발병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더라도 여러 유해물질에 복합적으로 장기간 노출되었을 경우 백혈병의 발병 또는 악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재해자에게 백혈병 발병과 관련된 유전이나 지병 등 비직업적인 발병요인이 없는 점, 삼성전자가 첫 번째 직장이며 백혈병의 잠복기를 고려했을 때 삼성전자 퇴직 후의 요소가 원인이 되어 백혈병이 발병했을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재해자에게 발생한 백혈병과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므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역학조사의 한계와 문제점 지적하며 과거 작업환경의 유해요인 노출현황에 대한 적극적인 파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씨의 질병이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견해를 낸 역학조사 기관은 조사 과정에서 재해자 측의 참여를 완전히 배제했다. 해당 기관은 삼성이 재해자 측의 사업장 출입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재해자, 대리인 공인노무사 등 재해자 측을 배제한 상태에서 현장조사 실시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공인노무사법 등 관련규정상 재해자는 역학조사 참여권은 보장돼 있고 공인노무사를 이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해자 측과 반올림도 재해자 측의 역학조사 참여권을 보장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으나, 법률해석상 삼성을 제재할 수 없다며 ‘삼성이 보여주는’ 작업환경에 대해서만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역학조사 결과가 김 씨에게 불리하게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역학조사 결과를 받아든 근로복지공단 천안 지사는 2017년 6월 14일 질병판정위 판정회의를 열었고, 참석위원 5명 중 인정 2명, 불인정 2명, 기권 1명으로 재심의 회부했다. 그러나 같은 달 23일 재판정 회의에선 참석위원 7명 중 5명이 산재를 인정하면서 산재 승인이 났다.

    반올림은 “LCD 생산직의 백혈병 발생에 대해 산업재해로 인정된 최초 사례”라며 “LCD와 유사한 PDP(디스플레이 패널)생산하는 삼성 SDI 등 이번사건을 계기로 유사사업장의 직업성 암 산재인정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관련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재해자 측에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제도적 개선책 마련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재해자 측의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에 대한 검토와 재해자의 역학조사 등 재해조사 참여권 보장 및 공인노무사․변호사의 대리권 보장 등 입증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국민조사위원회’ 등 청와대가 직접 나서서 반도체 전자산업의 광범위한 직업병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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