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대선 독자후보 추진
    기존 진보정당 통한 대선 대응 불가능
        2012년 08월 22일 12: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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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시민사회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노동자 독자후보를 내세우자는 의견을 제출하면서 올 대선과 관련한 진보진영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노총, 독자후보 전술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추진

    21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 특별위원회(새정치특위)’가 개최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평가와 전망 및 2012년 민주노총의 대선 대응’ 토론회에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발제문을 통해 “2012년 대선에서 민주노총은 노동자 민중의 독자후보 전술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대선 투쟁 경로에 대해서는 그는 “민주노총과 진보민중운동 진영이 노동자 민중 독자후보를 추대하고, 후보를 중심으로 9월 중순 이후 대선 투쟁에 돌입, 일정한 수준의 지지와 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적 대선 후보들과 민중경선제(10월말~11월초)를 통해 노동자 민중 후보를 진보진영 대표 후보로 내세워 12월 대선 투쟁에 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등 야당세력과의 야권연대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대선과 별도로 정치방침과 관련해서는 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제2기 정치세력화 경로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정당 건설 시점은 2013년말을 목표로 하며 올해 대선의 독자후보 전술을 통해 새로운 노동 중심의 진보정당을 건설해 가겠다는 방침이다.

    양 부위원장은 이 같은 독자후보 전술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 계획은 1기 노동자정치세력화 실패가 실패했고 최근의 통합진보당 사태까지 발생하는 등 노동정치에 대한 근본적이고새로운 계획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은)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을 막지 못했으며 2011년 진보대통합을 이뤄내지도 못했다”며 “그 과정의 하나로 숱한 반대를 낳었던 국민참여당과 통합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런 한편 4.11 총선에서 조직 내 이견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명부 집중투표 결정을 함으로써 갈등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통합진보당 사태는 민주노총은 물론 진보운동 및 진보정치세력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고립되고 부정당하는 총체적 위기로까지 발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 지지 철회를 결정한 것은 올해 대선에서 이전과 같이 진보정당을 통해 대선 대응을 할 수 없게 된 상황을 의미”한다며 “대선에서 후보 없이 노동의 요구의 의제만을 가지고 대응한다는 것은 무망한 일이다”고 설명했다.

    독자후보 전술에 진보정당 참여 여부는 논쟁지점

    이같은 독자후보 전술은 새정치특위에서의 논의와 중앙집행위원회를 거쳐 최종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독자후보 전술이 채택할 경우 어디서 어디까지를 민중진영으로 설정하고 후보를 내고, 민중경선를 하느냐의 문제에 있다.

    새정치특위 토론회 모습(사진=장여진)

    대선 방침 초안에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제외한 다른 진보정당과 최종 경선을 통해 단일화 한다고 되어있지만 뚜렷한 내용이 제시되어있지 않고, 일부 반대 의견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 민중후보에 참여해야 하는 것인지, 단일화의 대상인지에 대한 상도 조금씩 달랐다.

    이에 박석민 사무부총장은 “그동안 민주노총은 노동자 독자후보 전술을 펼쳐왔다. 97년 국민승리21에서 2002년과 2007년 민주노동당을 통한 후보가 독자후보 전술이었다”며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당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을 치룰 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민주노총을 포함한 진보민중진영이 합의 내지는 논의하여 노동자 민중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민주노총의 이같은 전술과 상관없이) 통합진보당과 신당권파의 신당, 진보신당 등에서 후보를 낸다면 진보를 표방한 후보가 다수가 된다. 이때 한 후보에게 대표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면 민중 경선으로 11월에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노총으로서는 전체 운동이 분열된 상황에서 다시 단결하는 하나의 기회이고 방식”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그는 “노동자 민중후보를 정당을 배제한 무조건 독자후보 전술로 생각하고 갈 수도 있지만 현재까지는 대선 방침과 관련해 모든 방법이 열려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두헌 민주노총 서울본부 부본부장은 “민중후보를 세운다고 하더라도 정당적 구조가 없는 상태에서 민주노총 지지만을 가지고 대표성을 얼마나 가질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는 “현실적으로 민중 경선 과정과 절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세우는 민중후보와 최종적으로 통합진보당 후보와 경선을 치루게 될 경우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엄청난 혼란이 올 수도 있다“며 만약 민중 후보를 옹립하게 된다면 다른 정당과의 단일화보다는 완전한 독자후보 전술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철운 공공운수노조연맹 대외협력국장은 “노동자 민중의 독자후보 전술이 현 시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하지만 일반 조합원과 국민들의 신뢰문제와 더불어 그럴 역량이 되느냐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 후보를 내겠다는 것은 정당으로 불가피한 것인데 만약 이들의 참여를 열어둔다면 우리의 독자후보 전술은 실종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그는 “야권단일후보 전술은 ‘우리 실력만큼 해보자’라는 것으로 귀결될 터인데 누가 처음부터 여기 민중 경선에 참여하겠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동식 금속노조 대외협력국장은 더 나아가 “민주노총의 독자후보 전술이 누군가를 배제하기 위한 수단은 아니지 않나”며 “그래서 그분들(진보정당)에게 후보를 내지 말라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창당될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의 신당과 진보신당에서도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이나 냉엄하게 자기 실력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광규 민주노총 기획국장은 “총선과 다르게 당이 없더라도 후보 전술을 통해 당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한다”며 하지만 “현재 기존 정당 구조가 깨진 상태이다. 작년 ‘새로운 통합진보당 추진위원회'(새통추)가 실패한 이유도 우리 자체의 부대가 없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당시 통합하면 좋겠다는 당위성만 가지고 한건데 정치라는 것은 자기 실력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누가 배신하는 문제도 아니다. 통합진보당 비례 선출 과정도 마찬가지”라며 독자후보 전술 자체에 대한 민주노총의 역량 문제를 제기했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정치위원장은 “현재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독자후보 전술이 아니라 우리가 평가하고 동의했던 진보세력을 어떻게 모아낼 것인가에 더 방점이 있다.“며 “민주노총만의 독자후보를 내세운다면 이러한 조합원들의 열망과 유리된 것”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나 위원장은 “통합진보당도 분열됐고 진보신당도 있는데 민주노총 마저도 하나의 정당인것처럼 된다면 진보세력이 더욱 분산될 것”이라며 “민주노총이 중심이 되어 우리가 평가하고 동의하는 세력을 어떻게 모아낼 것이냐라는 걸 더 우선 순위에 두고 후보와 관련한 논의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양성윤 부위원장 “그렇게 세력을 모아가는 과정이 강력하고 집중성 있는 후보 전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으며 박석민 사무부총장도 “오는 24일 간담회를 통해 노동이나 사회단체 등을 만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확정된 안이나 전술도 없이 다른 세력을 만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전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이라고 소개한 정성희 전 민주노동당 최고위원은 “민주노총 평가에 의하면 기존 정당은 노동자정치세력화에 실패했다고 규정했다”며 “그런데 민주노총이 민중진영을 묶어 기성 정당과 별개로 독자후보를 내면서도 2단계 경선(진보정당과의 단일화)을 거친다면 결국 그들을 인정해주는 꼴이라는 논리적 모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모순을 피하기 위해서는 민주노총이 주도해 진보원탁회의나 연석회의를 열어 노동자 민중 대선운동본부로 전환한 후 후보를 선출할 때 기존의 정당은 정당의 이름으로 참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그는 “자기 정당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이 대선운동본부의 이름으로만 경선을 치루거나 합의를 통해 한 후보로 추대하는 방법 등으로 추진한다면 새로운 노동 중심의 대중정당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 대선방침은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결정

    독자후보 전술의 유효성 여부를 넘어 진보정당의 참여를 제한할지 말지에 대한 의견까지 번졌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기보다는 상호 의견을 교환한 이번 토론은 오는 24일(금) ‘진보진영 집행책임자 대선 대응 간담회’을 통해 고민과 의견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24일 간담회와 9월 중 진행될 ‘진보민중진영 대표자회의’에서도 정당 대표자나 관계자들의 참여는 제외되어 있는 것은 주목할 지점이다. 즉 진보정당의 민중 경선의 참여여부는 민주노총과 제 사회단체들의 의견과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정치세력화의 가장 큰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이같은 제안은 새정치특위 주도로 시민사회단체의 의견 수렴과정을 진행한 이후 중앙집행위를 거쳐 대의원대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만큼 민주노총 내 기층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독자후보 전술 자체와 그 세부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한편 아직 논의 초기 단계이지만 민주노총의 조합원들이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과 통합진보당 창당, 다시 통합진보당의 분열 단계에서 진보정당에서 이탈하며 정치에 냉소하고 거리를 두는 흐름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대선후보이나 독자후보 논의 자체가 탄력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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