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현 "북 ICBM 발사,
    미국에 협상 압박한 것”
    “알래스카, 하와이까지 갈 사거리"
        2017년 07월 05일 12:2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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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관련, 북한이 미국이 비공개 물밑 협상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또한 강한 제재와 압박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만큼 이번 북한의 도발을 기회로 적극적으로 대화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ICBM이 미국 본토까지는 도달하지 않겠지만 알래스카나 하와이까지는 갈 수 있는 정도의 사거리가 나온 것 같다. 기술 발전 속도로 보면 1만 킬로미터 급까지 능히 금년 내에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것도 못 한다”며 “미국이 군사적 조치를 취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추진하려 했던 유엔 제재 선도, 체육회담, 이산가족 상봉 추진들에 대해 미국의 견제가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국에선 세컨더리 보이콧을 추진할 것”이라며 “이미 단둥에 있는 중국 은행, 북한과 거래를 많이 하는 단둥은행에 대해서 제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미중 관계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하필 한미정상회담 직후 ICBM을 발사한 것 이유에 대해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라고 하는 것이 택일의 기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2004년과 2009년에도 같은 짓을 한 적이 있다”며 “따귀를 때리는 도발적인 행동으로 벼랑 끝으로 몰면 미국이 북한에 뒤로 협상을 요구하는 성공의 추억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북한이 그 계산을 했다고 본다”고 추정했다.

    그간 행보와 그에 대한 평가를 비춰봤을 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네오콘에 둘러싸였던 강력한 대북 제재론자였던 부시마저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고 핵실험을 하니까 처음에는 가만 안 둘 것처럼 고함을 지르더니 10월 에 북한과 협상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이런 과거의 사례로 볼 때 처음에는 미국이 북한을 가만두지 않을 것처럼 큰 소리를 내고 UN 안보리에 제소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 직접 협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며 “그럴 때 대비해서 우리도 퇴로는 열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계올림픽과 이산가족 문제로 우리가 꾸준히 북한에 문을 두드릴 필요가 있다”면서 “언제 상황이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해서 남북 관계 개선에 작은 오솔길이라도 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미국과 갑자기 비공개 협상이 상당한 정도 진전이 됐다고 뉴스가 나온 후에 시작하면 늦는다”고 덧붙였다.

    노회찬 “미국에 대화의 광장으로 나오라고 한 것”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북핵 동결하면 대화 프로그램으로 들어가겠다’고 제안을 하자마자 ICBM을 쏴서 우리의 제안을 거부한 것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북한은 미국과 한국에 대화와 협상을 압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노 원내대표는 “ICBM은 아시아 대륙에서 아메리카 대륙으로 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중국을 건드려서 뒤에서 쑤시지 말라’, ‘모든 무기 결정권을 미국이 갖고 있는 한국과는 대화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미국에 대화의 광장으로 나오라고 한 것”이라며 “북한의 행동은 규탄해야 마땅하지만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미국은 이제까지 과거 클린턴 정부 때도 8년 임기가 거의 다 끝나갈 무렵에 울브라이트를 평양에 보내는 등 타이밍을 놓치는 대응을 했고, 부시도 마지막엔 전략을 선회했지만 4년을 강경책으로 허망하게 보냈다. 오바마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전략적 인내를 택했다”며 “트럼프 정부도 과거 미국 정부의 실패를 밟아서는 안 된다. (북한과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이번 ICBM 발사로 전략적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수석연구위원은 SBS 라디오 ‘박진호의 시사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북한의 핵에 대비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역량은 확장억제다. 과거로 치면 확장억제는 미국의 핵우산”이라며 “북한이 ICBM을 통해서 미국 본토를 공격한다는 의미는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춤으로 해서 한반도에서 핵우산을 걷어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방어능력으로 “인류 역사상 핵을 대응하는 전력은 핵밖에 없다. 가장 근본적인 대응은 우리도 핵을 갖는 게 사실 제일 기본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핵을 갖지 못한다. 현실적인 가장 좋은 대안은 미국이 갖고 있는 핵을 우리가 갖고 있는 것처럼 활용하는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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