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그으며 읽은
대통령의 축하 메시지
산업안전 보건의 날 축사에 부쳐
    2017년 07월 05일 11:5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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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일 제50주년 산업안전 보건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산업안전 보건주간 행사의 시작은 1968년 7월 열렸던 제1회 전국산업안전보건대회였다. 우리나라의 산업화 시기를 언제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략 그 시기를 6. 25 전쟁 후 폐허 위에서 미국의 자본으로 중공업이 시작되는 시기로 볼 수 있을 듯하다.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해 산업역군으로 노동자의 고혈을 쥐어짜야 했던 때이다.

산업화는 경제를 급성장시켰지만, 동시에 대내외적으로 사회적인 유화책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심으로 하면서 동시에 ‘안전보건’도 신경 쓴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따라서 이를 위한 적절한 선택의 하나로 노동자에게도 안전보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체육관 행사라도 진행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된다.

멋모르고 독일과 일본의 나름 좋은 법을 베껴왔던 산업안전보건법은 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외침에 조금은 좋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더 많은 이윤추구를 해야 하는 사업주들을 옭아맨다는 아우성에 [기업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유명무실한 법이 되었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더 많은 규제를 완화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하면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내팽개쳤다.

특히 IMF를 거치면서 늘어난 비정규직, 하청·용역의 고용형태는 비록 위험하더라도 일자리를 가지고 있음이 최고의 가치로 되어버렸다. 생명과 안전은 월급과 일자리에 밀려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렇게 50년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2013년 4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발표한 선언문을 보면서 우리에겐 언제쯤 노동의 가치를, 노동자의 생명을 존중하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지 부러웠던 때가 있었다. (물론 선언적이란 것도 안다)

“어느 누구도 집에 월급을 가져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재능 있고, 역동적이고, 효율적인 노동력을 자랑합니다. 노동자들은 우리의 가정에 전기를 들어오게 하며 우리의 가족이 먹을 식량을 생산합니다. 그들은 고층빌딩을 세우고, 상품을 시장에 수송하며, 세계가 부러워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냅니다. 아울러, 그들은 우리 경제의 중추를 형성합니다. 국가로서, 우리는 이러한 핵심적인 일을 수행하는 남성과 여성을 보호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겨울 촛불혁명을 통한 정권교체는 여러 곳에서 새로운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산업안전 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영상메시지를 통해 정부의 안전에 관한 원칙을 천명했다. 제도뿐 아니라 관행까지 바꾸는 근본적인 개선 방법을 찾겠다고 했고, 그동안 노동조합이 줄기차게 제기한 안전을 위한 규제강화가 필요하다는 것도 강조했다.

하청노동자를 포함한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안전에서 소외되지 않고,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책임지게 하겠다, 대형인명사고는 국민이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철저히 조사하겠다, 사망사고는 작업을 중지하고 안전이 확보되었는지 노동자의 의견을 확인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를 담은 내용이다.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구의역 비정규청년노동자의 사망에 대책위를 꾸려 대응했었다. 하청노동자들의 산재를 원청 재해와 함께 통계를 내 살인기업을 선정했고, 위험상황에서 누구라도 작업중지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요구도 했다. 그런 활동에 문재인 대통령이 화답한 셈이다.

물론 대통령 한 명의 생각이 바뀐다고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대통령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에는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고, 노동자의 의견을 들어 확인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노동절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크레인사고 대한 작업 중지는 뾰족한 재발대책도 없이 15일 만에 풀렸다. 사장은 입건조차 되지 않았고, ‘주신호수’ 1명만 구속되었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대통령의 원칙이 일선 현장에서 어떻게 현실화되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아니 지켜보는 것뿐 아니라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들은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계속된 관심과 요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노동이 존중받는,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이 조금 가까워질 것이다.

사족을 붙인다면,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에 따라 일터에서 겪는 차별, 모욕 등으로 인한 심리적 요인에 따른 허리통증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가 있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막는 데도 노조가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필요충분조건이다.

문재인 대통령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 축사 (전문)

 

제50회 산업안전보건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계신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산재예방의 기여한 공로로 상을 받으신 수상자들께도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국민여러분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크고 작은 산재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생명을 잃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열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맡기는, 위험의 외주화는 어느새 익숙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여러분,

지난 5월 1일과 22일 거제와 남양주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로 모두 아홉분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 되었습니다. 다치신 분도 무려 27명에 달합니다.

산업재해는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입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 하는 제도와 장치들을 불합리한 규제로 간주해 왔습니다. 산업안전 대책조차 사후약방문식 처벌에만 그쳐 왔습니다.

이제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정부는 제도는 물론 관행까지 바꿀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겠습니다. 먼저, 안전은 모든 사람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산업현장의 위험을 유발하는 원청과 발주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하겠습니다. 생명과 안전에 대한 책임을 외주화 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현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안전의 대상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파견이나 용역 노동자라는 이유로 안전에서 소외 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사망사고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작업을 중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안전이 확보 되었는지 반드시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듣고 확인토록 하겠습니다.

넷째, 대형 인명 사고의 경우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국민이 충분이 납득 할 때 까지 사고 원인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부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안전을 피부로 느낄 때 까지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산업현장과 일상에서 모든 사람의 안전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여러분 모두의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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