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권을 꿈꾸는 유력정당으로
    “국민들 안아드리는 정의당 되겠다”
    [인터뷰] 4기 정의당 대표 후보 이정미 의원
        2017년 07월 04일 11: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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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후보와 박원석 후보의 2파전으로 치러지는 정의당 4기 당 대표 선거가 진행 중이다. 진보정치 2세대 리더십을 가리는 이번 선거는 1세대 리더십이 다져놓은 토양 위에서 향후 정의당을 어디로 이끌 것이냐를 정하는 매우 중요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지도부는 심상정 상임대표가 출마하여 이룬 대선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해야 하는 큰 과제가 있다.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당장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가 될 것이고, 이 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얻고 존재감을 다지지 위해서는 지방선거 전 선거제도 개편 문제가 시급하다. 또 문재인 정부 하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다른, 야당의 입장이면서도 개혁과 진보의 길에서는 협력자라는 점을 지혜롭게 운용하는 정치적 포지션을 잡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과제이고, 노동·농민·빈민·시민사회 등 사회운동과의 연대의 취약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차기 지도부에 이처럼 막중한 과제가 있음에도 이번 당직선거에 대한 당원들의 호응도는 아직 높지 않은 편이다. 누구에게 표를 던질 거냐는 질문에 ‘모르겠다’, ‘두 후보가 무엇이 다르냐’가 가장 많이 돌아오는 대답이다. 두 후보 모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담겨 있는 태도일 수도 있고, 정말로 후보 간 차이를 못 느끼는 것에 따른 반응일 수 있다. 또 노회찬-심상정을 대신하겠다고 나온 후보들에 대한 불안감도 깔려 있을 것이다.

    이에 <레디앙>은 이정미 후보와 박원석 후보를 각각 만나 후보 간 차이점을 드러낼 수 있는 민감한 질문들을 던져봤다. 여러 질문들에 후보들은 유사한 답변을 내놓기도 했지만 또 전혀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대선에 대한 평가에서도 두 후보는 상당히 입장이 갈린다.

    이번 인터뷰는 이정미 후보자 인터뷰다. 지난 달 28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이정미 의원 사무실에서 약 1시간 진행됐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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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미 정의당 대표 후보(사진=유하라)

    “시늉만 하는 정치활동 하지 않았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 : 간단한 질문부터 시작해보겠다. 정의당 당 대표로서 이정미 후보가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또 현재 자신의 약점이며 극복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보나. 물론 당대표로서.

    이정미 정의당 당 대표 후보 :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의당이 청년, 여성, 소수자,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대선 과정에서 한 번도 불리지 않았던 농민을 대변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명해졌다. 저는 지난 1년간 이런 분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챙기는 의정활동을 해왔다. 정의당이 그런 방향으로 더 확고하게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적임자는 나라고 생각한다.

    이정미 후보는 현역의원으로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활동을 부각한다. 이랜드 외식업체인 애슐리 아르바이트 노동자 체불임금 사건이나 설악산 케이블카 문제 해결은 그의 가장 큰 성과다. 이 후보는 자신이 문제를 제기하는 데에 멈춰 서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진보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자평한다.

    이정미 : 나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공감을 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가졌다. 이야기를 듣고 나면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게 되고, 해결하려고 달려들고, 그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져서 실제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최근엔 ‘이정미한테 걸리기 전에 알아서 근로조건 개선해라’라는 얘기가 기업 내에서 돈다고 한다. 소위 ‘이정미 효과’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정미 효과를 ‘정의당 효과’로 만들어서 정의당을 더 강력한 민생정당으로 발돋움시킬 수 있다. 진보정당이 좋은 얘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만들 수 있다. 시늉만 하는 정치적 활동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또 1세대 리더십은 당의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선거법이 개정되기 전엔 선거 때만 되면 당의 존폐를 걱정하며 당을 이끌어야 했기 때문에 카리스마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했다. 그런데 2세대 리더십은 생존 여부가 아닌, 이 당을 더 크게 발전시켜서 국민들에게 ‘정의당이 집권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지금은 카리스마로 뚫고 나가는 리더십보단 임파워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그런 점에서 그 일을 가장 잘할 사람이 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당 조직 전체에 기여하기 위해 사람 만드는 일 많이 해왔기 때문에 임파워링 리더십 파워를 만드는 것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당은 사회운동의 연장선에서 고민해야 한다?
    “정당은 독자적인 자기 영역이 있다”

    정종권 : 현재 정의당의 모습을 진단하면 장점도 있고 또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을 거 같은데

    이정미 : 정의당은 이전 진보정당과 달리 현대적 진보정당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다. 5년 동안 정의당의 계속적 화두는 ‘좋은 정당 만들기’였다. 성장이 더뎠지만, 그런 점에서 정의당은 허물어지지 않는 실패하지 않을 정당이다.

    극복할 점은 역시 ‘조직’이다. 다양한 당원과 당이 일체감 가질 수 있게끔 당을 받쳐주는 간부층이 취약하다. 당원들 구성이 매우 다양해졌기 때문에 당원들이 이 당에 기대하고, 활동하는 방식도 예전과 다르다. 때문에 간부층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육성돼야 한다. 이 부분이 향후 당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길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현대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이전 진보정당의 비현대적 측면과 대비해서 말하는 듯한데, 과거의 진보정당에서 극복해야 할 지점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나?

    이정미 : 이전 진보정당을 구성하고 있었던 다양한 사람들은 운동의 한 방편으로 진보정치를 여기는 분들이 꽤 많았다. 정당 위에 정파가 존재하고, 그 정파의 운동노선에 따라 당을 좌지우지하려했던 불행한 과거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당은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당 자체가 하나의 정치조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전 진보정당과 비교했을 때 정의당은 상당히 그런 부분을 극복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정종권 : 진보정당이 운동의 한 방편이라는 것이 퇴행적이라는 뜻인가? 예를 들어 많은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의 간부들, 그리고 민중운동, 사회운동의 사람들이 정의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노동운동 등 운동의 발전을 위한 것인데, 그것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퇴행적이라고 보는 시각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거 같은데.

    이정미 : 이 당을 이끌고자 하는 사람들이 당을 어떤 태도로 보느냐를 얘기하는 거다.

    정종권 : 진보정당은 여전히 사회운동의 연장선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미 : 정당은 운동과 다른 독자적인 자기 영역이 있다고 본다.

    당내 최대 정파 인천연합 소속 이정미
    “정파 부정 안하지만, 당원 다양해 정파 작동 안 해”

    정종권 : 정의당이 현대적 진보정당인 이유가 정파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취지의 얘길 했는데, 사실 정의당은 가장 정파적인 정당 아닌가. 창당할 당시 3개 정파가 합쳐 만든 당이지 않나. 정파 문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다.(과거 통합진보당은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탈당그룹이 중심이 돼 만들었고, 통합진보당이 내부 갈등으로 다시 분화할 때 민주노동당 내 인천연합,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그룹이 중심이 되어 정의당을 만들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정미 : 정파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게 아니다. 당 위에 있던 정파가 당을 파국으로 몰고 갔던 과정을 비판하는 거다. 정의당 자체 성공이 우리 모두의 성공이라고 하는 합의, 이 합의가 만들어진 것이 정의당의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 내 정파는 과거 진보정당에서와 달리 ‘이 당을 어떻게 성공시킨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조직으로 변화됐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정의당 내 최대 정파가 인천연합 그룹이다. 이정미 후보는 정파 문제를 경계하면서도, 그 인천연합이라는 정치그룹에 속해있다는 점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미 : 정의당 내에서 최대 정파라고 하는 것이 이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당원 2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그 중 대다수가 생애 첫 정당으로 정의당을 선택했고, 이제는 당원 명부 봐도 누군지 모르는 젊은 당원이 너무 많다. 그래서 소위 얘기하는 정파 작동이라고 하는 것이 어렵다.

    제가 가진 지지 기반은 오히려 의정활동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만나왔던 노동자들, 저를 지지하는 일반 당원들이다. 이런 분들의 지지를 최대화하기 위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파에 의존해서 대표 선거를 치르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면 그 또한 제 ‘숙명’이라고 본다. 이런 의구심을 불식시켜드려야 하기 때문에 선대본도 정파에 기대 선거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도록 인적 구성을 했다.

    정의당과 민주당 문재인 정부의 관계설정
    “민주당과 분명히 다른 정당…엮는 것 옳지 않아”

    두 후보 모두에게 ‘문재인 정부 하에서 정의당의 스탠스’ 그리고 소위 ‘메갈리아 사태’에 관한 입장을 물었다. 두 질문 모두 집단 탈당을 불러올 만큼 정의당엔 큰 사건이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이런 이슈들에 대한 당과 당원들의 일체감, 통일성이 떨어지고 의견 차이가 크다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정종권 : 대선 후보 2차 TV토론회 이후 당 내외에서 정의당의 스탠스, 포지션에 대한 논쟁이 많았다고 들었다. ‘민주당 2중대’ 비판은 끊임없이 따라 다니고 있고 또 개혁이라는 방향에서 현 정부를 협력의 대상이고, 견인해야 할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는 민주당 내 진보개혁파의 포지션과 유사하다고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정미 : 문재인 정부는 민주당 정부만으로 볼 수 없다. 이 정부는 촛불이 함께 만들어낸 정부이고 촛불개혁의 요구를 실현해야 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촛불개혁 한 가운데 있던 정의당은 이 정부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협력을 얘기하는 것이다. 또 비판할 땐 비판도 해야 하고, 개혁에 방해세력이 있다면 싸워야 한다. 민주당과의 관계문제가 아니라, 촛불개혁의 요구의 관계 안에서 우리 포지션을 그렇게 잡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얘기하고 싶다.

    ‘민주당의 개혁진보파와 스탠스가 비슷하다’는 말에도 반박하고 싶다. 그 사람들과 우린 당이 다르다. 별도 세계관과 별도의 정당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엮는 것은 옳지 않다.

    성소수자 문제, 군형법 문제, 누가 싸우고 있나. 정의당이 싸우고 있다. 조세제도 개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소극적인 부분들에 대해 우리는 과감하게 복지세를 얘기하는 정당이다. 정당 체제를 바로 만들어서 한국사회의 가장 비정상화돼있는 정치체제를 정상화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서 누구보다 앞서서 싸우고 있다. 민주당과 우리가 할 일은 다르다.

    2차 TV토론 후 집단탈당 등의 혼란
    “촛불 요구 실현한다는 정당에 ‘박근혜 정부와 뭐가 다르냐’고 하는 건…”

    정의당의 스탠스가 무엇이냐를 두고 그 논란이 가시화된 사건은 대선 2차 TV토론 이후다. 당시 후보였던 심상정 상임대표가 문재인 후보를 비판한 이후 일부 당원이 집단 탈당계를 냈다. 자신이 소속된 당의 후보가 다른 당 후보를 공격했다는 것이 탈당의 이유라는 점에서 아이러니이기도 했다.

    정종권 : 이정미 후보는 2차 TV토론 당시 심상정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전략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었다고 들었다.

    이정미 : 심상정 후보의 그 포지션 차제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비판한 적도 없다. 심 후보가 지난 60년 동안 기업 성장, 국가성장을 위해 유보됐던 노동자들의 권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당시 토론회에서 참여정부에서 그 점에 있어 미진한 것을 지적했던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기준점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말이라는 건 ‘아’ 다르고 ‘어’ 다르지 않나. 촛불개혁의 요구를 함께 실현하겠다는 정당한테 ‘박근혜 정부랑 뭐가 다르냐’는 표현들이 우리 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정확한 신호를 주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문제제기 했던 것은 TV토론으로 논란이 벌어진 이후다. 당 내에서 ‘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와 참여정부를 똑같이 취급하냐’, ‘실망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탈당하는 당원들이 나왔을 때 심상정 대표가 “당을 나가는 사람도 많지만, 들어오는 사람도 많다”라고 말한 것을 지적했다. 물론 후보의 발언이 당 내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당 외부 국민들을 향한 발언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당시 대선이라는 전투 치르고 있었고 당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나가야 할 때였기 때문에 “당원들의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마음을 모아 달라” 라든지 여러 각도로 얘기할 수 있었다는 거다. 그렇게 딱 잘라 말한 것이 당원들에게 상처를 줬던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거다.

    정종권 : 그 사태의 논점은 단순히 ‘표현’, ‘단어’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 후보에 대한 비판을 했다는 것으로 당내 논란이 벌어진 것 아닌가. 이정미 후보는 현대적인 정당을 강조했는데 현대적인 정당이라고 하기엔 이 사태로 비춰진 당의 모습은 비정상적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의당의 태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이냐의 문제와 연결된다.

    ‘민주당 2중대’라는 등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일지가 중요한 거지 ‘우리는 당이 다르다’고 정의당 스스로 주장하는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정의당은 민주당 내 진보개혁파들과 차이가 없다’는 시각은 상당히 위험한 신호라는 거다.

    이정미 : 향후 대한민국 정치 질서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 중도보수로서 민주당의 양 축으로 재편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도 정치적인 재편 과정이 있겠지만, 그런 것까지 내다보고 가는 것이다. 민주당이라고 하는 곳과 경쟁정당인 것은 분명하지만 경쟁 정당이기 때문에 이 정부의 개혁 방향에 대해서 우리는 협력을 하지 않고 잘못한 것만 꼬집는 건 아니라고 본다.

    문재인 정부 인사에 대한 지나친 ‘호평’ 혹은 ‘침묵’에 대한 비판
    “우리가 책임지는 인사청문회에선 그렇지 않다”

    정의당은 현재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제외하면 부적격 입장을 낸 후보자가 없다. 심상정 상임대표가 대선 후보 당시 TV토론에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던 규제프리존법이나 박근혜 정부의 노동5법에 대해 호의적인 이낙연 국무총리나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내지 않았다. 사실 이런 점이 바로 정의당의 모호한 입장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정종권 : 현재 인사청문회에서 보이는 정의당의 태도를 보면, 문재인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거의 각을 안 세운다는 느낌을 받는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같은 경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노동4법 찬성을 공공연하게 얘기도 하고 이고, 이낙연 국무총리도 4대강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정의당이 캐스팅보트여서 낙마 여부를 결정짓는다면 조심스럽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상황에서 차별성을 부각할만한 입장을 내세우지 못했다. 그런 것들이 정의당의 모호한 스탠스에 대한 비판과 연결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청문 대상자와 각을 세우는 쪽은 자유한국당 정도이고, 정의당은 조용히 문재인 정부가 지명하는 장관을 동의해주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이정미 : 그러지 않다. 우리가 책임지는 인사청문회에선 그렇게 하지 않았다. 실제로 (이낙연, 김동연의 경우) 인사 청문 위원으로 들어가지 못했고 청문과정에서 검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경제부총리의 경우, 좀 더 세게 문제제기하지 못하고 타이밍 놓친 점은 아쉽지만, 우리가 실제로 청문회를 준비하는 후보자에 대해선 여러 측면에서 검증하고 있다. 오늘(28일)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김종대 의원이 검증하고 있고, 여러 차례 깊은 논의를 해나가면서 정의당다운 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김종대 의원은 청문회 이후 송영무 후보자에 대해 ‘국방개혁의 적임자’라는 당론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정종권 : 인사 청문 위원으로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지 않나? 쟁점이 되는 사안에 대해 공당이 태도를 밝히는 문제다. 이정미 후보자의 논리대로면 청문 위원으로 들어가지 않는 후보자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을 것인가? 전체적인 국면에서 정의당의 태도가 사람들 눈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다.

    이정미 : 편집장의 시각이 전체 시각인 것처럼 얘기를 하면…(웃음)

    정종권 : 그렇게 보일 수 있으니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는 거다.

    정의당의 최대 위기, 메갈리아 논란…민주적 토론으로 해결
    “정의당은 대중정당, 메갈리아 방식의 여성주의 하지 않아”
    “메갈리아 현상의 배경과 젠더불평등 문제 해결 의지 가진다면 충분”

    정종권 : 정의당 창당 후 가장 큰 논란 중 하나가 소위 메갈리아 사태다. 반면 이번 대선에서의 정의당의 가장 열성적 지지자는 여성이었다. 과거 메갈리아 사태에 대한 평가와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을 어떻게 정립해갈 것인가.

    이정미 :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이어야 하고, 그런 방향으로 끌고 갈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정의당에 거는 가장 큰 기대의 큰 축이라고 본다.

    다만 메갈리아 사태는 핵심적인 두 가지만 얘기하면 이렇다. 정의당은 대중정당이기 때문에 메갈리아와 같은 방식을 취하는 여성주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에 메갈리아 현상이 왜 나타나게 됐는가에 대한 배경, 젠더 불평등 문제는 굉장히 주목해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는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메갈리아에 대한 입장이 뭐냐’ 이런 질문은 정의당에 더 이상 유의미하지 않다.

    ‘정의당의 여성주의는 무엇인가’, ‘정의당은 여성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젠더 문제는 굉장히 사회적 이슈가 됐기 때문에 정의당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 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은 정의당의 여성위원회나 여성주의자들, 당 대표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정의당의 당원이라면 남성과 여성, 어떤 부서인지와 상관없이 가치를 어떻게 구현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 이 문제에 대한 디테일한 이견은 민주적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종권 :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적 입장 피력으로 집단탈당, 메갈리아 사태로 인한 집단탈당, 모두 당과 당원들 사이의 정치적 내용적 일체감 부족에 따른 문제로 보인다. 그런 점에 있어서 현대적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의당은 미완성인 것 같다.

    이정미 : 맞다. 당원의 구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인식의 차이도 있다. 온라인 토론이 현재 당원게시판에서 난타전 방식이 아니라 체계적인 방식을 준비해보고 있다. 또 한 축으론 오프라인으로 전 당원 토론회를 해보려고 한다.

    이정미가 지향하는 정의당의 이념은 무엇인가
    “사민주의, 현재 진보정당 이념적 가치 다 담아낼 수 없어”

    정종권 : 앞서 현대적 정당을 강조했다. 이정미 후보가 생각하는 현대적 진보정당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지가 궁금하다. 이념에 대해 물으면 퇴행적이라고 하는 분위기 있는 것은 일부 알고 있지만 어찌됐든 진보정당은 이념과 정책, 실천으로 승부하는 것 아닌가. 박원석 후보는 사민주의 지향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정미 : 박원석 후보가 사민주의를 얘기했고, 사민주의가 노동권을 신장하고, 보편복지를 실현하는 등 여러 면에서 중요한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는 소위 사민주의의 전성기 때와는 다른 과제들이 상당히 있다. 예를 들어 인구 구성도 상당히 변화됐고, 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와있고, 녹색·생태 가치들이 부상되고 있고, 한반도 분단 상황도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이 사회를 끌고 가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고 ‘녹색평화 복지국가’를 얘기했다.

    여기엔 사민주의보다 급진적인 프로그램이 도입될 수 있다. 이윤추구의 사회체제 안에서 다 유보됐던 기본소득이나 녹색가치 문제도 검토해볼 수 있다. 젠더 문제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핵심적인 과제다. 이런 것들 놓고 볼 때 학습하고 경험적으로 알아왔던 사민주의만으로는 변화된 시대의 상황을 수용하고 담기 어렵다. 그래서 ‘녹색평화 복지국가’를 제시했는데 여기서 평화라는 것은 단순히 한반도 분단 상황 뿐 아니라 우리 사회 만연한 구조적 폭력, 그 안에 젠더 폭력까지 포함해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제안했다.

    정종권 : 사민주의가 진보정당의 이념적 가치를 다 담아낼 수 없다고 보는 것인가.

    이정미 : 그렇다.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어떤 목표와 전략을 갖고 있나

    정종권 : 내년 지방선거 전략은 무엇인가. 지방선거는 한 명의 후보가 출마하는 대선과 달리 당의 조직력과 지지 기반, 당과 사회운동과의 결합 등이 중요한데 이에 대해서 정의당은 아직 많이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5년 동안 이 당에 있으면서 선거 있을 때마다 들은 얘기다. 그렇지만 이 당은 버티고 한발씩 나아갔다. 이번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도 ‘지방선거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힘들지 않겠냐’는 비관론이 더 많았지만, 저는 자신 있다. 당 조직을 강화할 방안이 있고, 그 속에서 당의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위해 광역단체장은 최대 출마를 지원하고, 기초단체장도 반드시 3곳 이상 당선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도권, 100만 이상 대도시 등에서 각각 하나 정도씩 당선 시켜서 정의당식의 혁신지방자치모델을 만들어야지만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

    현재 정의당 정당 득표율이 7% 정도인데, 이번에 10% 이상으로 높여서 10개 이상의 비례 광역의원을 만들겠다. 기존 양당 체제와 달리 5당 체제라는 다른 조건 속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려고 한다. 공직선거법 상에 비례 지방의원 수가 10%인데, 늘리자고 제안을 하고, 기초의원 선출 수가 2인에서 4인으로 돼 있는 부분을 악용하여 4인을 2인 선거구로 분할하곤 하는데, 3인에서 5인으로 중대선거구제 취지에 맞는 개정안을 내서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정종권 : 정의당 외부에서 일부 정치세력들이 중심이 되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진보대통합 정당을 만들려는 흐름도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세력들이 비교적 영남과 호남에선 정의당보다 조직력에서 우위에 있는 것 같다. 통합 등의 인위적 방식은 아니더라도 이들과 어떤 관계를 설정할 건가의 문제도 중요할 듯하다. 자칫 진보진영 내의 소모전만 하다가 상호 공멸하는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든다.

    이정미 : 그 우려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아직 그 당이 창당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그 당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충분히 본 후에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노조와 농민 조직, 사회운동과의 취약한 결합력
    “지난 1년 간 많은 신뢰 쌓았다고 생각”

    정종권 : 과거 진보정당의 지지 기반과 비교해보면 현재 정의당은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조직과 시민사회와의 결합과 동맹 관계가 취약하다고 보인다. 이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가. 덧붙여서 당 내 일각에서는 조직노동이나 민중조직과의 연대에 대해 과거의 퇴행적 모습이라고 비판하며 거리두기를 하려는 경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 물론 취약하다. 그렇지만 예전 정의당에 비하면 상당히 결합력이 높아졌다고 본다. 이 부분은 이정미의 몫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의원이 되고 365일 중에 280번 현장을 갔다. 현장에서 항상 ‘정의당을 노동자의 것으로 써 달라’고 얘기했고, 성과연봉제, 철도파업, 갑을오토텍, 가습기 살균, 설악산케이블카 등 그 분들하고 같은 마음으로 현장에서 함께 싸웠다. 지난 1년 동안 노조나 시민사회단체가 정의당과 일할 만한 신뢰를 쌓았다고 자부한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노동자, 농민 후보 적극 발굴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미 많은 분들 만나서 그런 얘기하고 있고, 그런 과정에서 시민사회 단체라든가 노동자, 농민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종권 : 개인 이정미의 노동운동 사회운동과의 결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정의당이 이들 사회운동이나 민중조직과의 결합력이 취약하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이정미 : 당대표는 당의 캐릭터다. 이전까진 국회의원 이정미의 활동이었던 것이 당대표 이정미의 활동이 되고 그것이 당의 조직적 지향과 방향을 대표하게 된다. 이번에 내놓은 공약 중 하나가 우리 당의 비상구를 전당적 체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결합력이라는 것이 노조와 얼마나 친한지도 있지만,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를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고 실제 그 사람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주냐에 따라 관계와 연대, 협력이 강화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당대표가 되면 민주노총과도 전격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민주노총이 이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더 강력한 노조가 됐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영향력이 취약하지 않나. 민주노총을 받치고 있는 중심 노조들이 자기 담장 안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에서 선도적으로 비정규직 기금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히려 사회보장성을 더욱더 강화하기 위해 더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는,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같은 것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같은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강화해나가는데 민주노총이 전면에서 섰으면 좋겠다. 그런 과정에서 노조가 멋진 일을 하는 곳이고, 때문에 노동 3권이 더 강력하게 보장되는 이런 로드맵을 민주노총과 함께 논의해보고 싶다.

    정종권 : 마지막 질문. 당 대표로 당선됐을 때 당원과 국민들에게 가장 먼저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이정미 : 국민들을 제대로 안아드리는 정의당이 되겠다. 이번 대선에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먼저 정의당에 와서 안겼다. 솔직히 정의당이 먼저 다가간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정의당에 다가왔다.우리를 정치의 중심에 세워달라는 요구다. 진짜 그렇게 하겠다. 세상에, 정치 중심에 그 분들을 세웠을 때 그때야 말로 정의당의 집권전략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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