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와 ‘날구지’
[한국말로 하는 인문학] 뜻의 변화
    2017년 07월 03일 03:53 오후

Print Friendly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개구쟁이’를 귀여운 아이쯤으로 여기고 쓰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매우 짓궂은 아이를 이르는 말로 ‘개- + 궂 + -앙 + -이’가 결합한 것이다.

개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사람이 길들인 동물로 아주 이로운 동반자임에도 나쁜 것을 의미하게 된 이유는 우리에게 유교가 전해진 이후로 보인다. 개는 유교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복잡한 족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궂다’는 ‘눈이 멀다’와 함께 ‘나쁘다’는 뜻이 있는데 ‘구지다’, ‘꾸지다’, ‘꼬지다’, ‘후지다’ 등의 다양한 발음으로 쓰고 있다.

하는 짓이 대표적으로 궂은 사례는 바로 놀부이다. 제사 지내는 술병에 가래침 뱉기, 애호박에 말뚝 박기, 초상난 데 춤추기, 불붙는데 부채질하기, 우는 아이 똥 먹이기, 늙은 영감 덜미잡기, 애 밴 계집 배 차기, 우물 밑에 똥 누기, 패는 곡식 이삭 빼기, 논두렁에 구멍 뚫기, 곱사등이 엎어 놓고 밟아주기, 똥 누는 놈 주저앉히기, 옹기장수 작대 치기, 비 오는 날 장독 열기… 이 정도는 되어야 짓거리가 개 같이 구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궂다’는 ‘궂은비, 궂은일’과 같이 형용사형으로 쓸 수 있지만 띄어 쓰지 않고 모두 붙여 쓴다. 또 ‘얄궂다, 험상궂다, 심술궂다’와 같이 동사형으로 쓰기도 하는데 ‘얄궂다’는 ‘야릇하다’와 ‘궂다’가 이중으로 결합한 말이고 ‘험상’은 險狀나 險相이 ‘심술’은 心術을 ‘궂다’와 각각 합친 것이다.

말이 만들어질 때의 절박함은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생활에서 점차 멀어졌다. 농사를 짓던 옛날에는 날씨가 나쁘면 일을 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했지만 나쁜 날씨를 무릅쓰고도 일을 했지만 ‘쓸데없이 하는 짓이나 괜한 일’이 되어 버린 경우를 ‘날구지’라고 불렀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날씨가 일에 큰 영향을 주지 않게 되면서 의미가 없는 말이 되어버렸다. 궂은 날에 술이나 마시는 것을 일로 생각하고 대신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농기구 중에는 말뜻이 완전히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는 경우도 있는데 원래 ‘팡개’는 날짐승을 쫓기 위해 나무막대의 한쪽 끝을 네 갈래로 나누어 그 사이에 흙덩이나 돌을 끼워 멀리 던지고 다른 한쪽에는 새끼줄을 묶어 땅을 치면 큰 소리가 나도록 만든 도구였다. 그래서 팡게는 쏘거나 친다는 표현이 있지만 이제 원래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고 ‘팽개치다’로만 남았다. 우리는 팡게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개구쟁이’와 ‘날구지’ 같은 말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게 됨에 따라 말의 뜻이 조금씩 흐려지게 된 경우이고 ‘팽개치다’는 그 뜻을 잊어버리게 되어 이제는 단순히 습관적으로 쓰는 경우이다. 심한 경우는 원래의 뜻이 완전히 사라지고 훼손되어 다른 말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우리의 조상들이 말을 만들 때는 이유가 분명했겠지만 이제 우리는 말이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거꾸로 생각해보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필자소개
최새힘
우리는 아직도 뜻이 서로 맞지 않는 한문이나 그리스-로마의 말을 가져다 학문을 하기에 점차 말과 삶은 동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는 이는 말의 뜻을 따지고 풀어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댓글